현재까지 1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고 있는 새크라멘토 킹스는 분명한 침체기에 빠져 있다. 13시즌 연속으로 5할 승률에 닿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새크라멘토가 2000년대 초중반에는 서부 컨퍼런스의 쟁쟁한 경쟁률을 형성했던 대표주자들 중 하나였다. 강팀들이 즐비했던 서부 컨퍼런스 안에서 우승을 노리기에 충분한 힘을 가졌던 팀이다.
1998년 5월 트레이드를 통해 크리스 웨버를 들인 이후 새크라멘토는 약체에서 벗어나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특히 1998~99시즌부터 2000~01시즌까지 경기 당 득점 리그 1위에 3연속 오르는 등 화끈한 득점력으로 실제 큰 인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이렇게 2000년 무렵 새로운 강팀으로서 떠오른 새크라멘토를 두고 ‘밀레니엄 킹스’라는 별칭도 나왔다. 그리고 이 무렵 새크라멘토의 최고 정점이 2001~02시즌이었다.
2001~02시즌 새크라멘토는 61승21패(승률 74.4%)를 거두며 리그 1위에 올랐다. 리그 4위까지 모두 서부 컨퍼런스 팀들이었던 시절 최정상에 올랐던 팀이다.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도 앞선 두 라운드 동안 각각 1패씩만 거치며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했다. 컨퍼런스 파이널 상대는 두 시즌 연속 디펜딩 챔피언인 LA 레이커스였다. 특히 2000~01시즌 레이커스는 플레이오프 동안 NBA 파이널에서만 단 1패를 남겼던 압도적인 위력을 떨쳤던 팀이다.
이런 레이커스를 상대로 새크라멘토는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결과는 레이커스 3연속 우승의 한 과정으로만 남았다. 3승4패로 물러난 새크라멘토는 가장 레이커스에게 위협이 됐던 팀으로서 남았다.
그렇다면 새크라멘토는 얼마나 위협이 됐던 팀이었을까. 이들이 레이커스를 넘어서지 못한 고비는 어디였을까.
▶업템포 농구의 내실을 다지며 리그 1위 등극
빠른 농구는 보는 이들을 만족시키지만 성적은 따라주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당장 지난 시즌 48분 당 포제션을 의미하는 페이스에서 가장 높은 숫자를 기록한 리그 네 팀들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마침 그 중 하나가 3번째로 빨랐던 새크라멘토였다.
빠르게 공수 전환을 하는 팀들은 공격도 수비도 그에 걸맞은 내실을 갖춰야 한다. 이것이 따라주지 못하면 평균 득점이 높아도 실제 성적은 따라주지 못한다.
새크라멘토가 2000~01시즌까지 3시즌 연속 평균 득점 리그 1위에 올랐던 데에는 높은 득점력도 한 몫 하긴 했지만 빠른 페이스가 결정적이었다. NBA닷컴에 따르면 새크라멘토는 1998~99시즌(97.36), 1999~00시즌(100.66), 2001~02시즌(96.74), 2002~03시즌(96.63)에 페이스 리그 첫 번째에 올랐다. 2000~01시즌엔 3번째(95.61)였다.
이렇게 빠른 페이스의 새크라멘토의 내실이 가장 튼튼했던 때가 2001~02시즌이었다. 100포제션 당 득실점을 의미하는 공격 및 수비 지표에서 동시에 리그 상위권에 들었다. 공격지표는 리그 3위(107.9), 수비지표는 5위(99.7)였다.
이는 2000~01시즌 공격지표 리그 10위(104.2) 및 수비지표 7위(98.5)에 올랐던 때와 비교해 양 부문 모두 상승한 성과다. 이를 통해 2000~01시즌 경기 당 5.8점차 마진을 내며 55승27패(승률 67.1%)를 기록했던 이들은 2001~02시즌에 경기 당 7.6점차를 기록하며 리그 1위에 올랐다.
마이크 비비-덕 크리스티-페이자 스토야코비치-웨버-블라디 디바치의 정규 주전 라인업에다 히도 터클루-스캇 폴라드-바비 잭슨의 벤치 유닛까지 지원한 새크라멘토는 보는 이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농구를 선사한 동시에 가장 실속 있는 성과를 낸 팀으로서 발전했다.
경기 당 어시스트 리그 4위(23.9어시스트)였던 새크라멘토 안에서 주전 5인의 어시스트 숫자는 꽤 고루 퍼져 있었다. 비비(5어시스트), 웨버(4.8어시스트), 크리스티(4.2어시스트), 디바치(3.7어시스트), 스토야코비치(2.5어시스트) 순으로 특히 센터 디바치와 파워 포워드 웨버의 시야와 소질이 돋보였다.
▶1패로 시작했지만 2연승리그 1위가 우승을 장담해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2000년대에는 시즌 리그 1위들에게 너무나 잔혹했다. 1999~00시즌부터 2008~09시즌까지 리그 1위로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팀들이 일곱 팀이었다. 1999~00시즌 레이커스, 2002~03시즌 샌안토니오 스퍼스, 2007~08시즌 보스턴 셀틱스만이 리그 1위와 NBA 파이널 우승을 동시에 차지했던 팀들이었다.
결국 플레이오프에서도 통하는 팀이 되느냐 못하느냐가 우승을 결정짓는 관건이다. 이런 점에서 1차전은 새크라멘토에게 실망할 만했다. 1쿼터를 22-36으로 뒤지며 시작한 뒤로 반전의 기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주전 5인이 12분 모두 뛴 1쿼터의 레이커스는 66.7% 야투율을 기록하며 파상공세를 보여줬다.
하지만 그 뒤로 전세는 뒤바뀌었다. 홈에서 7점차로 패한 1차전 뒤 새크라멘토는 2차전 및 3차전에서 각각 6점차와 13점차로 승리했다. 2,3차전 모두 3쿼터에 경기 흐름을 자신들 쪽으로 크게 기울게 만들었다.
2차전 3쿼터 동안 35.0% 야투율 17득점에 그친 레이커스는 코비 브라이언트와 샤킬 오닐도 썩 달아오르지 못했지만 그 외 선수들의 기여가 거의 없었다. 3차전 3쿼터 레이커스는 20.0% 야투율의 12득점에 묶였는데 오닐이 6개의 야투를 실패하며 2득점에 그치는 수모를 당했다.
그런데 이런 승전의 기쁨에는 해당 시즌 웨버와 함께 올스타에 선정됐던 포워드 스토야코비치의 발목 부상이란 아픔이 따랐다. 이후 스토야코비치는 시리즈에 나오지 못했다. 다만 이미 스토야코비치는 플레이오프 동안 컨디션 하락을 겪으며 벤치에서 나오고 있던 상황이었다.
▶뼈아픈 4차전 마지막 3초
2연승을 거둔 새크라멘토는 그 기세를 이어 원정 4차전에서 40-20로 앞서며 1쿼터를 마쳤다. 브라이언트가 야투 4개 모두 실패하며 무득점에 그친 동안 비비는 6회의 야투 시도를 모두 페인트 구역 밖에서 시도했음에도 5개(83.3%)를 성공시키며 매서운 감각을 뽐냈다.
하지만 이런 기세는 2쿼터 이후 슬슬 좁혀지기 시작했다. 전반전 72.7% 야투율 18득점의 비비는 후반전 20.0% 야투율 3득점에 그쳤다. 전반전 65득점을 올린 새크라멘토는 후반전 34득점에 그친다. 전반 및 후반 꾸준한 기세를 이은 선수는 각각 11득점 및 12득점을 올린 디바치 정도였다.
그럼에도 4쿼터를 80-73으로 시작했던 새크라멘토는 종료 11초를 남기고 디바치의 자유투를 통해 2점차로 앞서게 됐다. 마지막 레이커스의 공격권만 막아내면 3승1패의 매우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게 됐다.
실제 레이커스의 마지막 공격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브라이언트의 드리블 돌파는 바스켓 근처까진 이뤄졌지만 수비수 앞에서의 러닝 점프슛으로 이어졌고 실패했다. 바로 뒤 오닐이 바스켓 바로 옆에서 공격 리바운드로 팁인까지 시도했지만 또 튕겨 나왔다.
그 볼이 다시 디바치의 손에 닿은 시점이 종료 2.8초 전이었다. 이때 디바치는 밖으로 쳐내 시간을 소진시키기로 한 판단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너무 이른 시점이었다. 디바치가 쳐낸 볼은 바닥을 한 번 튕긴 다음 정확하게 정면 3점 라인 앞에 서 있던 로버트 오리에게 갔다.
그리고 오리의 3점슛은 버저가 울린 뒤 바스켓을 통과했다. 1970년대 이후 역대 NBA 선수들 중 가장 많은 7개의 우승 반지를 가진 오리에게 대표적인 클러치 빅 샷이 이때 나왔다.
▶의혹의 6차전4차전 1점차 패배로 2승2패 동률이 됐지만 새크라멘토는 5차전에서 1점차 승리를 통해 다시 우위에 섰다. 패스와 스크린을 동시에 제공한 웨버의 핸드오프를 받은 직후 비비의 점프슛이 꽂혀 들어가 종료 8초를 남기고 결승득점이 되며 기세가 살아났다.
그런데 3일 후 레이커스 홈에서 펼쳐진 6차전은 NBA 역사 중 가장 논란의 경기가 됐다. 자유투 시도에서 새크라멘토가 25회라면 레이커스는 40회였다. 4쿼터에만 레이커스가 시도한 자유투가 새크라멘토의 경기 전체보다 많은 27회였다.
4쿼터 동안 새크라멘토에게 주어진 개인 반칙 휘슬이 16회였다. 그 한 쿼터에만 웨버가 3반칙, 로렌스 펀더버크가 3반칙을 받았다. 디바치와 폴라드는 각자 4쿼터 동안 2반칙을 불리며 6반칙 퇴장을 당했다.
숫자를 넘어 실제 경기 장면에서 오심을 의심받은 휘슬들이 많이 나오며 의혹이 크게 남았다. 4쿼터를 75점 동점으로 시작한 양 팀이었지만 결국 4쿼터에 난 4점차가 최종 점수 차가 됐다.
그리고 새크라멘토에겐 아쉽게도 홈 7차전에서 또 패배를 당하며 시리즈를 내주고 말았다. 비비가 자유투를 통해 연장전까지 끌고 갔지만 마지막 2분16초 동안 무득점에 그치며 6점차 패배를 당했다.
결국 7차전 마지막 기회를 살리지 못한 새크라멘토였지만 되짚어 봤을 때 매우 미련이 남을 만한 시리즈였다. 7경기 평균 99.6득점의 새크라멘토가 99.3득점의 레이커스를 앞선 시리즈였고 야투율도 45.5%-42.0%로 새크라멘토가 앞섰다. 심지어 자유투 시도 횟수도 논란의 6차전이 있었음에도 새크라멘토가 경기 당 29.1회-26.4회로 앞섰다.
즉 2001~02시즌 새크라멘토를 두고 플레이오프에서 통하지 못한 팀으로 치부하기 힘든 시리즈였다. 더욱이 2001~02시즌 NBA 파이널이 역대 가장 일방적인 시리즈들 중 하나로써 남은 만큼 더욱 새크라멘토에게 아쉬운 기회였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