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1시즌 플레이오프는 15승1패를 거친 LA 레이커스의 우승으로 끝났다. NBA 파이널에서만 1패를 당했고 컨퍼런스 챔피언이 되기까지는 11연승의 파죽지세였다.

이렇게 본다면 2000~01시즌은 싱겁게 끝났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파이널 전 동부 컨퍼런스 쪽을 본다면 꽤나 흥미진진한 플레이오프였다. 2라운드 두 시리즈와 컨퍼런스 파이널 시리즈, 세 시리즈가 모두 7차전까지 가는 혈전들이었다.

그 중 NBA 팬들의 추억에 깊게 자리 잡고 있을 만한 시리즈가 1번 시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 5번 시드 토론토 랩터스가 맞붙었던 2라운드 시리즈다. 당시 최고의 스타 득점원들 중 두 명 사이의 격돌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0~01시즌 MVP 앨런 아이버슨과 올스타 투표 리그 전체 1위 빈스 카터가 에이스 대결을 펼쳤다. 그리고 시리즈 동안 이 두 명은 유난히 많은 득점들을 쏟아내며 기대를 충족시키기도 했다.

당대 최고 인기를 구가한 득점원들인 카터와 아이버슨은 서로 자주 맞붙을 포지션 상황은 아니었지만 각자 팀 에이스 임무를 맡으며 격돌했다. ⓒAFPBBNews = News1
아이버슨은 본인의 플레이오프 커리어 2,3번째로 높은 득점 경기들을 이 시리즈에 남겼다. 카터는 본인의 플레이오프 최고 득점 경기를 이 시리즈에 남겼다. 이렇게 두 선수가 폭발했던 만큼 시리즈는 눈길을 끌었고 특히나 7차전까지 가며 그 흥미를 더욱 높였다.

이에 2000년대를 장식했던 두 스타가 화려하게 수놓은 필라델피아-토론토의 2000~01시즌 플레이오프 동부 컨퍼런스 세미파이널 시리즈를 돌아보고자 한다. 필라델피아가 NBA 파이널에 진출하기까지 거쳤던 두 고비들 중 하나였다.

▶아이버슨 및 카터 각자에게 최고의 시즌

2000~01시즌 아이버슨은 5년차로서 평균 31.1득점 3.8리바운드 4.6어시스트 2.5스틸의 기록을 남기며 시즌 MVP에 선정됐다. 리그 득점왕과 더불어 소속팀을 리그 공동 2위이자 컨퍼런스 1위의 56승26패(승률 68.3%)로 이끌었던 공적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아이버슨이 리그 득점왕에 오른 네 시즌들 중 2000~01시즌은 커리어 2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하지만 가장 높았던 2001~02시즌(31.4득점)은 22경기의 결장이 있었기 때문에 팀은 컨퍼런스 6위에 그치기도 했다. 때문에 11경기 결장만을 거친 2000~01시즌을 최고의 시즌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불과 3년차였던 2000~01시즌 카터는 평균 27.6득점 5.5리바운드 3.9어시스트 1.5스틸 1.1블록을 기록하며 커리어 최고의 개인 기록을 남겼다. 야투율 46.0%를 통한 27.6득점은 카터 커리어에 있어 양과 질을 동시에 만족시킨 최고의 득점 기록이었다.

이런 활약을 기반으로 카터는 시즌 올스타 투표에서 1위(1718만 표)에 올랐고 그 다음 2위(1541만 표) 샤킬 오닐에 이어 아이버슨이 3위(1508만 표)에 올랐다. 즉 각자 리그 인기 최고의 가드와 포워드였다.

시즌 영예도 각자에게 최고였다. MVP이자 올NBA 퍼스트 팀의 아이버슨이었고 카터는 올NBA 세컨드 팀에 선정됐다. 다만 아이버슨의 커리어 올NBA 팀 7시즌 선정 이력은 2005~06시즌까지 이어졌다면 카터의 2시즌 선정 이력은 1999~00시즌의 써드 팀에 이어 2000~01시즌으로 끝난다.

두 선수 모두 가장 빛났던 시기가 일찍 왔던 셈이다. 많은 NBA 스타들이 28세에서 30세 사이에 가장 빛나는 경향에 비해 2000~01시즌의 아이버슨은 26세, 카터는 24세에 정점에 달했다. 대신 아이버슨은 비교적 이른 2009~10시즌에 은퇴해 2016년 농구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반면 카터는 현재 리그 최고연장자로서 역대 최다 기록인 22번째 시즌을 뛰기로 약속했다.

작은 사이즈를 지닌 아이버슨은 경기 중 상당 시간 동안 상대 수비수들의 격한 몸 접촉을 감내해야 했다. ⓒAFPBBNews = News1
▶아이버슨과 카터가 남긴 50득점 이상 3경기

역대 50득점 이상 플레이오프 경기를 가장 많이 남긴 선수는 마이클 조던(8경기)이다. 그 다음이 윌트 체임벌린(4경기)이고 세 번째가 아이버슨(3경기)이다. 그 50득점 이상 3경기 중 두 경기가 이 한 시리즈 안에 나왔다.

가장 높았던 55득점은 2002~03시즌 뉴올리언스 호넷츠를 상대했던 플레이오프 개막전에 나왔다. 그 다음이 2000~01시즌 2라운드 토론토와의 2차전(54득점)과 5차전(52득점)에 나왔다. 이 경기들에서 모두 아이버슨의 필라델피아는 승리를 거뒀다.

즉 당시까지 2차전 아이버슨의 54득점은 커리어 최고 플레이오프 기록이 됐다. 53.8%의 야투율이 따랐고 자유투는 9회 얻어 모두 성공시켰다. 3점슛도 5회 중 3개 성공시켰다. 1쿼터를 21-31로 뒤지며 시작한 필라델피아지만 아이버슨이 2쿼터에만 20득점, 4쿼터에만 19득점을 올리며 5점차 승리로 마감했다.

그리고 5차전의 52득점에는 3점슛이 큰 힘이 됐다. 자유투는 단 2회만 얻어낸 반면 3점슛 14회를 시도해 8개(57.1%) 성공시켰다. 한 경기 3점슛 8개 성공이 현재는 공동 4위지만 당시까지는 역대 플레이오프 개인 기록 공동 2위에 해당했다. 1쿼터 33-12로 앞서며 시작한 필라델피아였고 4쿼터를 26점차로 시작했다 아이버슨은 3쿼터 종료 때 이미 47득점을 쌓았다.

카터는 3차전에 50득점을 올리며 플레이오프 커리어 최고 기록이자 유일의 50득점 이상 경기를 남겼다. 정규 시즌에서도 50득점 이상 경기는 각각 51득점씩 두 번만 남겼다.

50득점을 올리는 동안 카터는 65.5%의 고감도 야투 감각을 보여줬다. 자유투는 3회만 얻어낸 가운데 29회의 야투 시도 중 19개를 성공시켰다. 3점슛은 13회 중 9개(69.2%)나 성공시켰다. 3점슛 9개는 당시로써 플레이오프 개인 공동 1위 기록이었고 이후 2015~16시즌 클레이 탐슨의 11개가 나왔을 때야 경신됐다.

당시 카터의 득점 폭발은 일찍 나왔다. 1쿼터에 3점슛 3개 성공을 동반한 15득점, 2쿼터에 3점슛 5개 성공 포함 19득점이 나오며 이미 34득점이 쌓였다. 1쿼터를 23점 동점으로 마친 토론토는 2쿼터에 큰 리드를 가지며 전반전을 16점차로 앞서며 마쳤고 결국 24점차 대승을 얻어냈다.

이 시리즈 동안 아이버슨은 평균 33.7득점을, 카터는 30.4득점을 남겼다. 경기 당 29.7회 야투 시도 및 8.9회 자유투 시도와 3턴오버를 기록한 아이버슨은 코트에 나와 있는 동안 팀의 공격 기회 중 무려 37.4% 비중을 사용했다. 한편 카터는 경기 당 24.4회 야투 시도 및 5.4회 자유투 시도와 2.1턴오버를 통해 팀의 공격 기회 중 31.3%를 사용했다.

득점 효율성에선 47.4% 야투율 및 42.2% 3점슛 성공률의 카터가 40.4% 야투율 및 43.2% 3점슛 성공률의 아이버슨보다 높을 수밖에 없었다. 198cm 신장 카터에 비해 183cm 신장 아이버슨은 슈팅 시점에 보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페이드어웨이 점프슛과 플로터 등 상대의 밀착 수비에서 공간을 얻기 위해 힘써야 했다.

1999~00시즌 올스타 슬램덩크 챔피언 등극이 카터의 인기를 크게 끌어올렸지만 득점원으로서 그를 띄워준 것은 정확한 외곽 점프슛 감각이었다. ⓒAFPBBNews = News1
▶시리즈를 더 재미있게 만든 클러치 경기들

이 시리즈가 재미있었던 데에는 아이버슨-카터의 득점 대결이 우선적인 이유이기도 했지만 경기들 자체도 재미있는 막판 접전으로 치달았던 것도 큰 몫을 했다. 7경기 중 4경기가 막판 5점차 이내의 클러치 상황을 거쳤다. 반면 나머지 3경기는 모두 두 자릿수 점수 차로 끝났다.

그 접전 네 경기들 중 1차전이 토론토의 3점차 승리로 끝났다면, 나머지 세 경기는 모두 필라델피아의 접전 승리들이었다. 2차전에서 5점차, 4차전에서 5점차, 7차전에서 1점차 승리를 얻어냈다. 즉 첫 경기를 클러치 상황으로 시작해서 마지막 경기를 또 클러치 상황으로 마무리한 시리즈였다.

1차전의 필라델피아는 4쿼터를 12점차로 뒤지며 시작하는 불리함을 안고 있었다. 대신 빠른 추격을 기해 종료 5분20초를 남기고 3점차까지 쫓아갔다. 그런데 이후 아이버슨의 2스틸이 나오며 속공 기회를 잡았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가며 오히려 토론토에 승기를 내주는 분기점이 됐다. 그 뒤에 바로 카터의 3점 플레이가 나왔다.

경기 전체 7스틸이나 기록한 아이버슨이었지만 4쿼터 득점에 어려움을 겪으며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 전체 동안 36득점을 올렸고 4쿼터 동안 9득점을 올리는 등 숫자는 나빠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4쿼터 동안 중거리 점프슛도 블록 당하는 등 7개의 야투를 실패했다.

하지만 이후 아이버슨은 해결사로서 나타났다. 54득점을 올렸던 2차전에서는 4쿼터 동안 75.0% 야투율을 통해 19득점을 올렸는데 이 19득점이 2점차로 좁혀진 종료 9분6초 남은 시점 이후 연속으로 나왔다. 또한 4차전에서는 동점 상황에서 종료 2분21초를 남기고 3점슛을 성공시켜 이후 계속 유지되는 리드를 차지했다.

마지막 7차전에서는 사실 아이버슨과 카터 양쪽 모두에게서 득점 잔치는 나오지 못했다. 아이버슨은 21득점을 올리는 동안 29.6% 야투율에 그쳤고 카터는 20득점을 올리는 동안 33.3% 야투율에 그쳤다.

대신 카터는 당시까지 본인의 플레이오프 공동 최고 기록인 9어시스트를, 아이버슨은 플레이오프 커리어 공동 최고 기록인 1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플레이에 일조했다. 4쿼터 동안 카터는 4득점 5어시스트를, 아이버슨은 2득점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토론토 델 커리의 3점슛으로 경기는 필라델피아의 1점차 리드로 좁혀졌지만 이후 양 팀의 에이스들이 득점을 실패하며 결국 그대로 마무리가 됐다. 먼저 33초를 남기고 아이버슨이 중거리 점프슛을 던졌지만 실패했고 이후 토론토가 2초를 남기고 마지막 타임아웃 후 카터에게 맡겼지만 3점 라인을 밟은 지점에서 던진 점프슛이 실패하며 버저가 울렸다.

이 시리즈에서 경기 종료 5분 안에 5점차로 접어든 시간이 4경기에 걸친 총 19분에 달했다. 이 때 아이버슨과 카터가 모두 참여했고 막판 해결사로서의 실적은 아이버슨이 더 좋았다. 아이버슨이 18득점, 카터가 13득점이었다. 다만 야투율은 아이버슨도 31.3%, 카터도 25.0%에 그치며 치열한 대결의 흔적을 남겼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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