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씩 선수단에 엄청난 샐러리를 투자하며 우승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는 구단들이 나오곤 한다. 다만 그렇게 갑자기 조성된 호화 라인업이 성공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그래도 1999~00시즌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를 본다면 꼭 실패작만은 아니었다. 비록 우승 도전에는 실패했더라도 허망한 실패까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을 플레이오프에서 꺾은 팀은 바로 해당 시즌의 우승 팀 LA 레이커스였다.

레이커스는 1999~00시즌부터 2001~02시즌까지 3연속 우승의 위업을 쌓았다. 즉 그만큼 지배적인 위력을 떨친 팀이었다. 2000~01시즌엔 NBA 파이널에서 당한 1패가 유일한 플레이오프 경기 패배였을 정도다.

그런 3연속 우승 시절의 레이커스를 시리즈 마지막 7차전까지 끌고 갔던 두 팀들 중 하나가 1999~00시즌 포틀랜드다. 나머지 한 팀은 2001~02시즌 새크라멘토 킹스였다. 즉 레이커스의 3연속 우승 신화가 포틀랜드에 의해 늦게 시작하거나 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단 뜻이다.

하지만 결국 포틀랜드는 그 시리즈의 7차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 있었음에도 기회를 놓쳤다. 그래서 결국 남은 것은 호화 선수단의 실패라는 꼬리표였다.

2000년대 초반 포틀랜드는 스타의 이름값을 가진 선수들이 많지만 성과는 기대치 못 미치는 팀이라는 평판을 갖고 있었다. ⓒAFPBBNews = News1
▶시즌 최고 샐러리의 팀

NBA는 시즌마다 최고 상한선인 샐러리캡을 정해놓지만 절대 못 넘는 하드 캡 제도가 아닌 각종 예외 조항들을 통해 넘을 수 있는 소프트 갭 제도를 택용하고 있다. 때문에 구단별로 샐러리 차이가 제법 난다.

1988년 포틀랜드 구단을 매입했던 폴 앨런 구단주는 대표적 컴퓨터 OS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공동 창립자다. 이 덕분에 35세의 이른 시기에 구단주가 된 그는 북미 4대 프로 종목에서 가장 어린 구단주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구단주 재력에 힘입은 투자가 절정에 달하기 시작했던 때가 1999~00시즌이다. 2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샐러리 7390만 달러(약 898억원)를 지출했다. 최근에는 선수 개인이 시즌 당 4천만 달러도 넘게 받는 시대지만 당시의 샐러리캡은 3400만 달러(약 413억원)였다. 즉 샐러리캡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액수였다.

이미 1998~99시즌에도 장부에 5473만 달러(약 664억원)의 샐러리를 지출했던 포틀랜드는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보강을 이뤘다. 1997~98시즌 올스타 경력의 스티브 스미스, 그리고 7시즌 올스타에 7시즌 올NBA 팀 선정 이력의 스카티 피펜이 트레이드로 들어왔다.

여기에 기존 선수였던 라시드 월러스, 데이먼 스타더마이어, 아비다스 사보니스의 샐러리들도 각각 오른 상태에서 포틀랜드의 샐러리는 어마어마해졌다. 피펜(1480만 달러), 월러스(1080만 달러), 스타더마이어(1013만 달러), 샐러리 상위 3인만으로도 샐러리캡을 넘겼다.

현재는 더욱 강화된 사치세 제도가 있지만 당시에는 아예 사치세 제도가 없었다. 하지만 샐러리캡의 두 배가 넘는 액수의 지출은 분명 부담이 되는 액수다.

▶리그 전체 2위이자 컨퍼러스 2위

호기롭게 조합한 선수단은 시즌 동안 훌륭한 성과를 남겼다. 평균 출전시간 상위 3인 중 월러스만이 1경기 결장을 거쳤고 피펜과 스미스는 각자 82경기 모두 나왔다.

1999~00시즌 포틀랜드의 평균 97.5득점은 리그 16위였지만 공격력이 떨어져서라기보다는 포틀랜드가 워낙 느린 페이스의 팀이었기 때문이다. NBA닷컴에 따르면 48분 당 포제션에서 리그 26번째(91.03)였던 포틀랜드였고 이들의 100포제션 당 106.5득점은 리그 2위의 공격지표였다.

수비지표도 리그 7위 상위권이었던 포틀랜드는 59승23패(승률 72.0%)로 67승의 레이커스에 이어 리그 2위이자 서부 컨퍼런스 2위에 올랐다. 시즌 MVP 샤킬 오닐을 배출한 레이커스가 거대 괴수로서 커져버렸지만 포틀랜드도 무시 못 할 호적수가 될 신호를 보여줬다.

선수 개인의 영예는 레이커스 쪽에 쏠렸다. MVP 오닐이 올NBA 퍼스트 팀 및 올디펜시브 세컨드 팀에 선정됐고 코비 브라이언트는 올NBA 세컨드 팀 및 올디펜시브 퍼스트 팀에 선정됐다. 포틀랜드에서 이쪽 영예는 올디펜시브 세컨드 팀의 피펜뿐이었다.

그리고 올스타로서는 포틀랜드에서 월러스 한 명이 나왔다면 레이커스에선 오닐과 브라이언트 두 명이 나왔다. 개인 평균 득점 리그 1위 오닐(29.7득점)과 12위 브라이언트가 레이커스에 있었다면 포틀랜드에선 팀 내 1위(16.4득점) 월러스로 시작해 다섯 명이 두 자릿수인 고른 분포를 보였다.

1999~00시즌에서만큼은 훌륭했던 포틀랜드지만 그들 앞에 나타난 상대는 공룡으로 커버린 레이커스였다. ⓒAFPBBNews = News1
▶홈에서의 2연패가 아쉬웠던 컨퍼런스 파이널

컨퍼런스 2위로 마감했어도 같은 퍼시픽 디비전인 레이커스에게 1위를 내주며 플레이오프 시드는 3번을 받았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2라운드에서 만난 2번 시드 유타를 홈코트 우위를 갖고 상대했기 때문이다. 불이익이라면 컨퍼런스 7위가 아닌 6위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를 상대해야 하는 정도였다.

결국 포틀랜드는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 각각 1패씩만 거치며 통과했다. 원정에서 한 번씩 졌다. 그리고 1번 시드 레이커스를 상대해 원정에서 시작한 컨퍼런스 파이널 1차전도 15점차로 패했지만 2차전에 29점차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밝혔다.

하지만 3차전부터 홈 2연패를 당했다. 특히 불과 2점차 패배를 당한 3차전이 뼈아팠다. 근소하게 뒤지던 경기를 종료 1분15초를 남기고 피펜의 점프슛으로 91점 동점을 만들었지만 2포제션 연속 턴오버가 나오면서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그 동안 레이커스는 브라이언트가 오픈된 가드 론 하퍼에게 패스를 건넸고 하퍼가 결승 2점 점프슛을 연결시켰다. 사실 포틀랜드의 마지막 턴오버는 바로 다음 레이커스의 턴오버가 나오며 기회로 이어졌지만 사보니스의 슈팅은 림에도 닿지 못하고 레이커스의 손에 넘어갔다.

▶16점차를 못 지킨 마지막 4쿼터

홈 2연패를 당했지만 포틀랜드는 거기에서 무너지지 않았다. 원정 5차전에서 8점차 승리를 거뒀고 6차전에서 드디어 첫 홈 승리를 얻어냈다. 5차전에선 66.7% 야투율로 22득점을 올린 동시에 6스틸도 기록한 피펜이 빛났다. 6차전에선 26득점의 스미스와 20득점을 올린 벤치 윙 플레이어 본지 웰스가 빛났다.

이로써 마지막 7차전을 적진에서 치르게 됐다. 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원정에서 치른다는 것은 이기기 어려운 일임을 역사가 보여줬지만 포틀랜드는 3쿼터 막판 16점차 리드까지 잡아봤을 정도로 우위에 섰다.

42-39, 3점차 리드로 전반전을 마친 포틀랜드는 3쿼터 동안 29-19의 폭발을 일으키며 더욱 점수 차를 벌렸다. 특히 앞선 시리즈 6경기 동안 평균 27.2득점을 올리고 있던 오닐이 3쿼터까지 9득점에 묶였다. 3쿼터엔 아예 무득점이었다.

이렇게 포틀랜드는 4쿼터 10분28초를 남기고 웰스의 자유투를 통해 15점차의 유리한 고지에 섰다. 그런데 이후 포틀랜드는 득점 가뭄에 시달렸다.

종료 2분58초를 남기고 월러스의 골밑 레이업이 나오기 전까지 7.5분가량 동안 포틀랜드는 무득점에 그쳤다. 그동안 나온 야투 12회 모두 실패했다. 4쿼터 시작 때 스미스의 점프슛 성공 외에는 그때까지 14회 야투 시도 중 1개만 성공시켰다.

월러스는 컨퍼런스 파이널 7차전 50.0% 야투율의 30득점이란 훌륭한 기록을 남겼지만 그 이면에는 4쿼터 승부처에서 6연속 야투 실패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AFPBBNews = News1
포틀랜드의 선수단은 막대한 샐러리가 시사하는 만큼 스타 선수들로 채워졌다. 즉 홀로 득점을 해결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는 뜻이다. 에이스 월러스를 비롯해 스미스, 피펜에 더해 벤치 요원 웰스도 혼자 볼을 다루며 득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무득점의 시간 동안 이들이 택한 단독 공격 시도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팀플레이의 세팅에 의해 나온 득점은 앞서 언급한 그 월러스의 골밑 레이업이 거의 유일했을 정도다. 3점 라인 밖 정면에서 센터 사보니스와 파워 포워드 월러스가 빅맨끼리의 하이-로우 연결 과정을 통해 나왔다. 그리고 그 득점 공백 동안 자유투를 얻기 위한 시도도 딱히 보이지 않았던 것도 아쉬웠다.

물론 득점 가뭄이 끝났을 때도 포틀랜드는 2점차의 우위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사보니스가 6반칙 퇴장으로 물러났고 오닐과 브라이언트가 위력을 발휘하며 경기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이후가 아쉬웠던 팀

1999~00시즌 포틀랜드는 현재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 있는 피펜과 사보니스가 있던 팀이기도 했고 성과는 살짝 아쉽지만 재능만큼은 정말 큰 인정을 받은 월러스가 이끌며 큰 기대를 받았던 팀이다. 여기에 스타더마이어와 스미스도 제법 큰 공격 지분을 가질 만한 선수들이었다.

이렇게 이름으로 봤을 때 좋은 선수단을 포틀랜드는 꽤 오래 유지했다. 하지만 정작 실제 경기에서는 보기 안 좋은 장면들도 연출했고 코트 밖에서의 문제들도 일으키며 기대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00~01시즌부터 3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뤘지만 매번 하위 시드로서 1라운드에서 멈췄다.

포틀랜드의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는 1999~00시즌 2라운드 이후 2013~14시즌 1라운드 승리가 처음이었다. 그 사이 6시즌 올라갔던 플레이오프 모두 1라운드에서 멈췄다. 그리고 지난 2018~19시즌 19년 만에 컨퍼런스 파이널 무대에 다시 올랐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