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동안 시카고 불스는 두 번의 3연속 우승을 이룬다. 1990~93시즌까지 한 번, 그리고 1995~98시즌까지 한 번이다.

이는 8연속 우승이자 11시즌 동안 10시즌 우승을 달성했던 1960년대 보스턴 셀틱스 다음으로 NBA 역사에서 찬란히 빛나는 우승 행진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우승 행진을 달리는 동안 시카고는 총 90승26패를 남겼다.

그리고 그 시기 시카고가 치른 총 24회의 시리즈들 중 무패 스윕이 아홉 번 있었다면 7차전까지 갔던 적은 단 두 번이다. 두 번의 3연속 우승에서 각각 한 번씩이다.

우승팀 시카고를 7차전까지 물고 늘어졌던 팀들로서 1991~92시즌 뉴욕 닉스와 1997~98시즌 인디애나 페이서스가 있었다. 두 팀 모두 동부 컨퍼런스 팀들이다. 시카고가 NBA 파이널에선 1패 한 번, 2패 다섯 번을 남겼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1991~92시즌 뉴욕과 1997~98시즌 인디애나에 대한 조명이 필요하다. 특히 시카고의 2차 3연속 우승이란 상징적 위업에 마지막 최대의 고비를 남겼던 인디애나에 대한 재조명이 재미있을 듯하다.

1997~98시즌 올NBA 퍼스트 팀 가드 마이클 조던에 맞서 써드 팀의 레지 밀러가 끝까지 대항했지만 결국 마지막 한 끗이 모자라고 말았다. ⓒAFPBBNews = News1
▶당시까지 구단 역사 최고의 성과 시즌

인디애나의 구단 역사는 1967~68시즌 부터지만 ABA리그에서 출발한 팀으로서 1976~77시즌 NBA에 합병된 네 팀들 중 한 팀이다. 다만 ABA리그 시절을 포함해도 1997~98시즌 인디애나는 당시까지 구단 역사 최고의 승률을 기록했다. 58승24패(70.7%)로 마감했다.

이는 인디애나가 NBA로 건너와 유일하게 NBA 파이널 시리즈에 올라가 봤던 1999~00시즌의 56승보다도 좋은 시즌 성적이다. 그보다 좋았던 성적은 2003~04시즌의 61승21패(승률 74.4%)뿐이다.

재미있게도 바로 전 1996~97시즌 인디애나는 39승에 그치며 동부 컨퍼런스 10위로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단 한 명의 올스타도 나오지 않은 한편 공격 진영 상과에서 리그 하위권에 머물렀다.

반면 1997~98시즌에는 올스타 자리를 되찾은 레지 밀러에 더해 릭 스미츠까지 두 명의 올스타가 나왔다. 1976~77시즌 이후 두 명의 올스타 배출은 처음이었다. 스미츠는 직전 시즌 30경기 결장이었지만 1997~98시즌엔 73경기 출전에 평균 16.7득점 6,9리바운드를 남겼다.

NBA닷컴에 따르면 1997~98시즌 인디애나는 100포제션 당 106.3득점으로 공격지표 리그 6위에 올랐다. 8위 시카고(106.2)보다도 높았다. 동시에 수비지표는 3위 시카고(98.4)보다 살짝 낮은 5위(99.5)로서 훌륭한 공수 균형을 보여줬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전설적인 은퇴 선수에서 첫 감독직을 맡은 래리 버드 감독은 단 1시즌 경력 만에 올해의 감독에 선정됐다. 이후 3시즌만의 감독 경력을 보낸 후 버드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인디애나의 농구단장을 맡았다.

▶후반전에 무너진 첫 두 경기

1997~98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인디애나는 컨퍼런스 성적은 2위였지만 디비전 1위를 시카고에게 내주며 3번 시드로서 출발했다. 1라운드에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게 3승1패, 2라운드에서 뉴욕에게 4승1패로 승리하며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한다.

1989~90시즌부터 2005~06시즌까지 1996~97시즌을 제외하면 매번 플레이오프에 올라갔던 인디애나지만 시카고와 맞섰던 시리즈는 1997~98시즌이 유일했다. 때문에 당시 컨퍼런스 파이널 전까지 현역들 중 플레이오프 커리어 평균 득점 1위(33.5득점) 마이클 조던과 5위(24.3득점)이자 가드들 중 2위 밀러 사이의 대결은 처음 나오게 됐다.

이런 슈팅 가드 스타들의 대결에서 기대를 모은 시리즈지만 1차전 전반전의 주인공은 이들이 아니었다. 특히 조던은 9회의 야투 시도 중 1개만 성공시켜 6득점에 그쳤다. 중거리 점프슛은 물론이고 골밑 근처 레이업도 실패하는 등 그답지 않은 모습이 나왔다.

실제 전반전 동안 야투율에서 인디애나는 48.7%, 시카고는 27.3%의 큰 차이가 나왔다. 하지만 점수는 불과 3점차로 하프타임을 맞이했다. 공격 리바운드에서 3-10, 턴오버에서 13-5로 인디애나가 공격 기회 차원에서 큰 열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반전에는, 특히 3쿼터에 익히 알고 있는 그 조던이 등장했다. 순간적인 턴어라운드 점프슛도 깔끔히 성공시키는 등 후반전에 52.6% 야투율로 25득점을 올려 31득점으로 마감한다. 그 후반전 동안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선수는 조던이 유일했다. 3쿼터의 반전으로 인해 결국 인디애나는 79-85로 패한다.

인디애나와의 시리즈 중 시즌 MVP를 수상한 조던은 시리즈 동안 46.7% 야투율에 평균 31.7득점 5.7리바운드 4.1어시스트 1.7스틸을 기록했다. ⓒAFPBBNews = News1
2차전에도 비슷한 양상이 나왔다. 전반전 동안 조던이 60.0% 야투율로 17득점을 올리는 활약을 했지만 시카고는 42.5% 야투율에 그쳤고 인디애나는 51.4% 야투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턴오버에서 또 인디애나는 10-4의 열세를 보였다. 그만큼 시카고의 수비 압박은 컸고 인디애나는 하프타임 7점차 리드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후반전에는 이런 양상이 더욱 커졌다. 야투율은 인디애나가 47.1%-46.2%로 미세하게 앞섰지만 턴오버에서 9-2, 공격 리바운드에서 6-10의 열세에 처했다. 특히 인디애나가 1스틸만 뽑아내는 동안 시카고는 9스틸을 뽑아냈다. 조던의 41득점 맹활약도 있었지만 이런 기회의 차이로 인해 인디애나는 98-104의 패배를 당했다.

두 경기 연속 3쿼터가 승부를 갈랐다. 1차전 3점차 리드로 전반을 마친 인디애나는 3쿼터 동안 17-27로 뒤졌으며, 2차전 7점차 리드로 전반을 마친 후 3쿼터 동안에는 22-33으로 뒤졌다.

▶홈에서 거둔 짜릿한 클러치 승리들

시카고 홈에서 턴오버로 인해 큰 곤욕을 치렀던 인디애나는 홈으로 온 3차전부터 이런 양상에 조정을 기했다. 시카고에게 각각 19스틸 및 15스틸을 내준 1,2차전이었다면 이후로는 3차전의 8스틸이 최다였다. 이로써 턴오버 양상은 역전이 됐다. 2차전까지 경기 당 턴오버에서 16-10이었다면, 3차전부터 4경기 동안에는 9.8-11.8로 앞섰다.

실제 3차전은 인디애나가 야투율에서 46.9%-55.7%로 밀렸음에도 2점차 승리로 마감했다. 야투를 제외한 턴오버, 리바운드, 자유투에서 모두 앞선 덕분이다.

그래도 결국 승부는 마지막에 갈렸다. 77점 동점으로 시작한 4쿼터에서 30-28로 앞서며 승리했다. 어떤 마지막 순간의 하이라이트 야투 성공이 나왔던 것은 아니지만 본인의 28득점 중 13득점을 4쿼터에 폭발시킨 밀러의 활약이 빛났다.

종료 1분34초를 남기고 그의 26득점을 채운 3점슛이 들어갔을 땐 8점차의 매우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이후 시카고에서 스카티 피펜과 조던이 각자 3점슛을 성공시키며 종료 23초 남기고 1점차까지 따라붙은 것을 감안하면 밀러의 활약은 푹신한 쿠션을 제공했다.

3차전에 이어 다시 또 2점차로 끝난 4차전은 밀러의 역사적 하이라이트를 남겼다. 69-77로 뒤지며 시작한 4쿼터지만 거의 마지막 순간 밀러 3점슛으로 역전해 승리했기 때문이다.

자유투 성공률 커리어 70.4%, 1997~98시즌 플레이오프 67.9%를 남긴 피펜이 그 4차전에서 7회 시도 중 2구(28.6%)만 성공시켰다. 특히 마지막 2구 모두 실패한 후 점프볼까지 나왔지만 공격기회는 인디애나에게 갔다. 2.9초의 기회를 잡은 인디애나는 0.7초를 남기고 밀러의 3점슛을 통해 96-94로 승리한다. 그 후 조던의 3점슛이 림 안을 돌았지만 결국 튕겨 나왔다.

올스타 센터 스미츠 등 득점에선 인디애나의 빅맨들이 좋은 활약을 했지만 경기 전체적으로 높이 싸움에서 이겼다고 평하긴 어려웠다. ⓒAFPBBNews = News1
▶클러치에 웃고 운 6,7차전

5차전 시카고의 홈에서 인디애나는 97-106으로 크게 패했다. 전반전을 32-57로 마치는 등 슈팅에서 큰 열세를 보이며 희망을 잡지 못했다. 6회 이상의 야투 시도를 가진 인디애나 선수들 중 밀러를 제외한 6명이 33.3% 이하 야투율에 그쳤다.

대신 6차전 홈으로 돌아와서는 사카고와 함께 진흙탕 승부를 펼쳤다. 17회의 동점, 20회의 리드 교체가 나온 이 경기에서 종료 19초를 남기고 조던의 자유투로 89점 동점이 됐지만 트래비스 베스트가 조던으로부터 반칙을 얻어내며 자유투 2구 모두 성공시켰다. 이후 다시 기회를 잡은 시카고지만 보기 드문 조던의 드리블 펌블이 나오며 인디애나가 3점차로 승리했다.

6차전 밀러는 15.4% 야투율의 8득점에 그치며 플레이오프 최악의 성과를 남겼다. 반면 상대방 조던은 막판에 실수들이 있었지만 52.2% 야투율 35득점의 전체적으로 좋은 결과를 냈다. 대신 91.7% 야투율로 25득점을 올린 스미츠 포함 인디애나 프론트코트 인원들의 활약이 좋았다.

결국 밀러와 조던 사이의 처음이자 마지막 플레이오프 대결은 7차전까지 갔다. 7차전 밀러는 53.8% 야투율의 22득점을, 조던은 36.0% 야투율의 28득점을 남기며 밀러가 보다 알찬 활약을 남겼다.

하지만 불과 5점차로 끝난 이 경기에서 인디애나는 리바운드에서 큰 열세에 빠졌다. 공격 리바운드 개수에서 4-22의 일방적 열세였고 3턴오버 차이까지 나면서 시카고에게 자신들보다 22회나 많은 야투 기회와 4회 더 많은 자유투 기회를 내줬다. 데니스 로드맨이 공격 리바운드 3개로 큰 위력을 발휘하지 않았지만 조던이 5개, 피펜이 6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이런 양상이 나오면서 결국 경기는 막판 시카고의 근소한 우위로 접어들었다. 종료 4분15초를 남기고 2점차 리드를 잡은 시카고는 이후 인디애나에게 4득점만을 허용하며 5점차 승리를 따냈다.

앞선 경기들에서 막판 접전 상황 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인디애나지만 적진에서 펼쳐진 마지막 경기의 클러치 상황에서는 고전했다. 마지막 5분 전 79점 동점으로 시작했지만 최후의 5분 동안 16.7%의 야투율, 3턴오버 등이 나오며 조던도 썩 달아오르지 못한 상황을 이용하지 못했다.

결국 양 팀은 홈에서만 승리했고 홈경기 한 번을 더 가진 시카고가 4승3패로 NBA 파이널에 진출했다. 인디애나에서는 평균 17.4득점의 밀러와 함께 16.3득점의 스미츠, 10.4득점의 데일 데이비스, 9.9득점의 안토니오 데이비스가 빅맨으로서 안정적인 득점을 지원했지만 턴오버와 리바운드에서 아쉬운 열세를 보였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