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진천=이재호 기자] 양궁, 태권도 등 대표적인 올림픽 ‘효자종목’이 있지만 유도는 한국 스포츠 올림픽 메달 숫자 1위(금11 은16 동16, 총 43개)의 효자 중에 효자 종목이다.

당장 2016 리우 올림픽에서도 남자 -66kg의 안바울과 여자 -48kg의 정보경이 은메달을 따냈다. 다만 금메달이 없었던 게 아쉬웠다.

2020 도쿄 올림픽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유도의 시작’ 일본에서 열리기에 일본은 유도만큼은 어떻게든 메달을 내주지 않기 위해 올인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유도는 길을 찾고 있고 지금도 충북 진천 선수촌에서 선수들은 한번 훈련에 3kg가 쭉쭉 빠지는 강도 높은 오전-오후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리우 올림픽 이후 세대교체가 순조롭게 진행 중인 유도대표팀은 오는 25일부터 8일간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준비하고 있다. 선수들 사이에서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딴 사람이 올림픽 메달을 딴다’고 여겨질 정도로 프레 올림픽 성격을 가진다. 세계선수권의 무대도 일본 도쿄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세계선수권을 준비중인 유도 대표팀의 진천 훈련장을 찾아 세대교체 중심에 서 있는 남자 100kg 이상급의 김민종(19)과 여자 -48kg의 강유정(23)을 만나봤다.

▶대표팀 ‘막내’ 김민종의 도전, 사상 첫 100kg 이상급 메달 노려

2000년생으로 용인대 새내기로 1학기를 마친 김민종은 대표팀의 막내다. 진천선수촌에 들어온 지 1년도 되지 않았다는 김민종은 “안창림, 안바울, 조구함, 곽동한 등 세계적인 랭커들이 선배로 있으니 훈련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함께 깃을 잡아보기도 하는데 모르는걸 물어보면 형들이 적극적으로 알려준다”며 우애가 돈독한 대표팀 분위기를 전했다.

100kg이상급은 동양인에게 쉽지 않다. 체급이 높으니 신체적으로 유리한 서구권 선수들이 유리하기 때문. 184cm인 김민종은 일반인으로 치면 큰 키지만 100kg이상으로만 보면 작은 키다. 특히 세계무대로 나가면 190~200cm가 되는 거구의 선수들이 득실하다.

“솔직히 처음에는 겉모습만으로 주눅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에 들어가면 그런 두려움은 사라진다”고 당차게 말하는 김민종은 “물론 거구의 선수들이 근력은 더 좋다. 저는 거구의 선수들이 가지지 못한 빠른 속도와 상대 힘을 역이용하는 기술이 있다. 유도는 힘이 중요한 스포츠지만 나의 힘만이 아닌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스포츠이기에 매력있다”며 웃었다.

고등학생으로 유도 대표 선발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혜성처럼 떠오른 김민종은 “이제 대학교 1학년이라 친구들은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고 있다. 솔직히 부럽기도 하고 그렇지 못해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그 친구들과 나는 가는 길이 다르고 목표도 다르다. 저는 올림픽 메달이라는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김민종은 “남자 유도 대표팀 금호연 감독님은 정말 선수들을 믿어주신다. 그 덕분에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감독님을 위해 좋은 성적을 거두자’는 마음이 들게 할 정도다”라고 한다.

금 감독은 김민종에 대해 “한번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라며 “하루하루 성장세가 다르다. 남자에서 100kg 이상급은 힘들다는 인식이 있지만 김민종이 깨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의 벽에 막힌 여자 유도, 강민정이 활로 뚫을까

한국 여자 유도는 남자 유도에 비해 유독 세계의 벽을 뚫기 힘들었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조민선이 금메달을 따낸 이후 23년째 여자 유도 금메달은 없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 -48kg급에서 정보경이 결승까지 올라 20년만에 금메달을 수확하나 했지만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다.

대표팀 막내급으로 올해 순천시청에 입단해 실업 새내기인 강유정은 정보경의 뒤를 이을 차세대 스타로 여자대표팀 내에서 큰 신뢰를 받고 있다.

문제는 부상이다. 무릎수술을 한 부위가 말썽을 일으켜 지난 4월부터 두 차례나 재활을 더 가져야했다.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복귀했지만 아직 재활이 완벽하게 되진 않았다. 강유정은 “재활에 ‘완전히’는 없다. 훈련을 통해 100%를 만드는 것”이라며 미소 속에 이를 악문 근성을 보여줬다.

한국 여자 유도는 지속적으로 누워서 굳치는 기술에 대해 단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강유정 역시 “처음 국제대회를 나갔을 때 서서 하는건 괜찮은데 누워서 굳치기를 당하는데 제가 초등학생이고 외국선수가 대학생인 느낌이 들 정도로 격차가 컸다”며 “다행히 여자대표팀 배상일 감독님도 이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하자고 하신다. 모두 국가대표 선수들임에도 감독님이 하시는걸 보여주면 ‘오’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확실히 감독님은 다르게 보여준다”며 단점 보완에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선수들의 꿈은 올림픽 메달이다. 대표팀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강유정은 “예전에는 저 스스로도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요즘 들어서는 ‘무조건 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 있다’고만 생각하고 있다. 정보경 언니가 2016 리우에서 아쉽게 은메달을 땄는데 언니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으로 모든걸 지켜봐왔다. 그걸 넘어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집안형편이 좋지 않았는데도 항상 부모님은 저에게만큼은 뭐든걸 다해주셨어요. 그걸 저도 매우 잘 알고 있죠. 그리고 감독님, 코치진, 은사님들, 동료들 모두 제가 자주 다쳐도 기다려주고 격려해주셨기에 계속 도쿄 올림픽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결국 그걸 보답하는 길은 올림픽 메달밖에 없다고 봐요. 올림픽 메달로 반드시 보답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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