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그에게 붙여진 수식어가 참 많다. 그만큼 실력이나 인지도 면에서 다른 선수들과 레벨이 다르다는 의미다.

안타를 맞아도, 설령 홈런을 내줘도 마운드 위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특유의 무표정으로 인해 붙여진 별명인 '돌부처', 마무리 투수 중에서도 최고 중의 최고라는 위압감이 느껴지는 '끝판왕', 그가 던지는 속구는 마치 돌처럼 묵직한 느낌이 든다고 해서 붙여진 '돌직구'까지, 참 다양하다.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투수, 그 투수가 이제 일본과 미국에서 보낸 오랜 해외 무대 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다. 바로 오승환(37)이다.

일사천리였다. 지난 7월 24일, 미국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 소속이었던 오승환이 양도지명이 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곧이어 27일 콜로라도를 제외한 29개의 빅리그 팀에서 오승환을 영입하지 않으면서 공식적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이틀 후인 29일 인천공항을 통해 비밀리에 귀국했고, 31일 삼성은 오승환 영입에 대해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단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미 오승환의 마음은 미국을 떠나 있었다. 작년 시즌이 끝나고 입국했을 당시, 그는 "한국 무대로 복귀하고 싶다"는 깜짝 발언을 했다.

오랜 해외 생활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했던가. 모든 야구인의 꿈이자 세계 최고의 리그인 메이저리그도 선수가 싫으면 그만이다. 그만큼 오승환은 한국이 그리웠다.

여기에 올 시즌, 부상으로 인해 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오승환은 고민하지 않고 전반기가 끝나자마자 오른쪽 팔꿈치에 있는 뼛조각 제거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심각한 건 아니다. 오승환의 에이전트에 따르면 5~6주면 회복이 가능하고 심지어 공도 던질 수 있는 가벼운 수준의 수술이다. 30대 후반, 그리고 수술을 앞둔 오승환이 더 이상 해외 리그에서 뛸 가능성은 없다.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온다. 돌부처의 귀환이다.

한·미·일 3개 리그에서 통산 399세이브를 기록한 최고의 마무리

지난 2005년 삼성은 단국대 출신 투수를 2차 1라운드에서 지명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이미 140km이 넘는 속구를 뿌리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수술 경력도 있고 투구 폼도 다소 독특했다. 하지만 삼성은 미래를 보고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그 투수가 바로 삼성 왕조의 뒷문을 책임진 오승환이다.

2005년 10승 11홀드 16세이브 평균자책점 1.18을 기록했다. 어떤 보직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제 몫을 했다. 신인왕은 당연히 오승환의 몫이었다. 그리고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마무리 오승환이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면서 우승을 완성했다.

2006년에도 오승환은 대단했다. 47세이브를 찍었다. 팀도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다. 2007년에는 40세이브 평균자책점 1.40, 2008년에도 39세이브 평균자책점 1.40을 남겼다. 부상으로 인해 잠시 주춤했지만 2011시즌 47세이브, 평균자책점 0.63을 기록했다. 그리고 2012년 37세이브 평균자책점 1.94, 2013년 28세이브 평균자책점 1.74를 찍었다.

압도적이었다. 그는 한국을 넘어 일본으로 건너갔다.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오승환은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첫 시즌에 39세이브 평균자책점 1.76을 기록, 일본 프로야구 역대 외국인 마무리 데뷔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2015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끝이 아쉬웠다.

해외원정도박 파문이 터지자 오승환은 한신 유니폼을 벗었다. 실력은 여전했기에 그는 빅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2016시즌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며 6승 3패 14홀드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 불펜에서 마무리로 승격이 됐고 빅리그에서도 수준급 투수로 인정을 받았다. 잡아낸 삼진이 무려 103개, 돌직구가 미국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한 시즌을 더 세인트루이스에서 뛴 오승환은 2018년에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거쳐 콜로라도 소속으로 올해 전반기까지 뛰었다.

미국에서 뛴 경기만 232경기, 225.2이닝을 소화했고 16승 13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3.31을 찍었다. 일본까지 포함하면 무려 6년을 해외서 뛰었다. 한미일 통산 399세이브, 하지만 쌓여가는 세이브처럼 그리움도 함께 쌓여만 갔다. 그렇게 오승환은 KBO리그에서 마지막을 장식하기로 맘 먹었다.

오승환. 연합뉴스 제공
2020년의 오승환, KBO리그에서 과연 통할까?

오승환은 한국으로 오면 원소속팀 삼성으로 가야 한다. 여기에 원정도박 파문으로 인해 7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기에 시즌 절반을 뛸 수 없다. 삼성은 하루라도 빨리 오승환의 계약을 마무리, 최대한 징계를 소화할 예정이다.

그가 한국을 떠난 것이 지난 2013년이다.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오승환도 한국 나이로 38살이 됐다.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해도 나이는 못 속인다. 알려진 대로 오승환의 주 무기는 단연 '돌직구'다. 전성기 시절에는 최고 157km까지 찍히는 속구를 던졌다. 하지만 일본, 그리고 미국을 거치면서 오승환도 서서히 지쳐갔다. 평균 구속도 느려졌다.

빅리그 데뷔 시즌이었던 2016시즌, 그의 속구 평균 구속은 93.5마일(시속 150.4km)였지만 올해 그의 평균 구속은 91.1마일(시속 146.6km)에 그쳤다. 팔꿈치 부상 여파도 있지만, 흘러가는 세월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럼 2020년에 뛰는 것이 확실시되는 오승환은 여전히 KBO리그에서 통할까.

메이저리그에 정통한 한 야구 관계자는"구속이 다소 떨어졌다고 해도 수준 높은 리그에서 던진 경험이 있다 보니 더욱 노련해졌다. 한국에 있을 때, 오승환은 직구 하나만 가지고도 통하는 투수였다. 미국에서는 슬라이더를 포함, 기존 투피치에서 체인지업이나 커브 등 변화구 구사율을 높이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다. 여전히 타자와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한다.

현장에서는 이미 오승환의 복귀로 이미 떠들썩하다. 그의 귀환 소식을 접한 삼성 김한수 감독은 "야구 선배로 이야기하면, 일본과 미국에서 오래 뛰었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했다. 고생 많이 했다"라며 "마지막에 친정에 와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허심탄회 하게 이야기 했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