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유벤투스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무례했고 거만했다. 주최사 더 페스타는 무능했고 안일했으며 거만했다. 프로축구연맹 역시 안일했다. 주관 방송사였던 KBS는 거만했다.

올해 한국 축구 최고의 이벤트가 될 것이라 예상했던 유벤투스 내한은 ‘완벽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말이 나오고 연일 이 내한과 관련된 얘기뿐이다.

완벽하게 실패한 유벤투스 내한의 논란을 총정리해본다.

이탈리아 세리에A 최다우승팀인 유벤투스는 지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내한해 2019 팀 K리그와 친선전을 가져 3-3으로 비겼다. 하지만 경기 전후로 수많은 논란을 낳으며 역대 최악의 스포츠팀 내한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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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 유벤투스의 무례

호날두는 중국에서부터 많은 일정(직전 경기 출전, 팬미팅 등 스케줄 소화) 등으로 화가났을 수 있다. 하지만 프로라면 그리고 자신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후 오랜만에 찾는 나라에 왔다면 최소한의 예의는 보였어야했다.

방한 내내 호날두가 미소를 띈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상 초유의 50분 지연 당시에 호날두 혹은 유벤투스가 나서서 ‘미안하다. 교통 체증으로 늦었다. 재밌는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관중들 혹은 방송을 통해 한마디만 말했다면 어땠을까. 수많은 축구경기를 해온 축구인들도 ‘이렇게까지 경기가 지연되는 경우는 처음이다. 그것도 자연재해 등이 아닌 단순히 출전팀이 늦어서 지연되는 경우는 말도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이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팬들의 마음을 달래려는 기본 예의가 없던 유벤투스다.

또한 호날두가 만약 출전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하프타임 혹은 경기 후라도 경기장을 돌며 미안한 인사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 말처럼 전날부터 이미 나오지 않기로 확정했다면 최소한 경기장에서라도 양해를 구하거나 팬서비스를 하려는 예의가 있어야 했다.

이미 경기전 열리기로 했던 팬사인회조차 불참한 호날두에게 이런 팬서비스를 생각한다는 것자체가 어불성설이기도 하다. 언론도 크게 반성하고 자책할 수밖에 없는 것이 내한전 ‘호날두가 한국을 원했다’ 등의 지금 호날두의 언행을 보면 말도 안되고 확인되지도 않은 내용을 퍼뜨렸다는 부분에서 책임을 통감할 수밖에 없다.

유벤투스는 호날두를 전혀 통제하지 못한 것은 물론 경기전 각종 행사를 아예 불참한 것은 명백한 한국 팬을 향한 기만행위였다. 게다가 사리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호날두를 보고 싶으면 내가 티켓을 사줄테니 이탈리아로 오라”는 무례한 말을 했다. 말의 뉘앙스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결코 상황에 맞는 말은 아니었다. 무례의 끝이었다.

게다가 30일 프로축구연맹의 기자회견을 통해 유벤투스는 '경기 직전 45분 전반전-15분 휴식-45분 후반전'의 축구 룰이 아닌 '40분 전반전-10분 휴식-40분 후반전'을 제안한 황당한 사실도 알려졌다. 게다가 경기 직전 킥오프시간을 오후 9시로 한시간 늦추자는 제안까지 했다. 기본 축구룰 마저 무시하려했던 유벤투스의 무례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유벤투스는 5000만 국민을 자신들의 팬으로 만들 기회를 5000만 안티 양성으로 돌리며 다시는 한국에 올 수 없는 금지팀이 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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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측의 무능과 거만

주최측인 더 페스타는 너무나도 무능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큰 행사의 경우 철저한 사전 준비와 오랜 기간의 준비와 연습이 필요하다고 입모은다. 하지만 더 페스타는 단 한 번도 이런 이벤트를 경험해보지 못한 업체였고 직원 숫자도 5명이하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아무리 일정이 맞지 않다할지라도 경기 당일에 입국하는 일정부터 말이 안됐다. 이미 내한이 알려진 당시부터 우려가 나왔지만 주최측은 무능하게 ‘다 잘될거다’라는 생각만 한듯하다.

또한 해외 국가대표팀이 내한할 경우 묵는 호텔이 상암 인근에 있었으나 굳이 남산 근처의 호텔로 유벤투스 숙소를 잡아(실질적으로 1박도 하지 않았다) 금요일 저녁, 극악의 서울 교통을 정면으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본인들은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벤투스 측에 경기 전, 중, 후 모두 잘못된 사안을 바로 잡을 것을 요청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무능을 남탓으로 돌리는 것뿐이다. 사리 감독은 경기전날 이미 호날두의 출전 여부를 결정했다고 하지만 이 주최측 대표는 경기 직전 열린 팬사인회에서 ‘호날두 선수가 경기에 집중하고 싶어한다’고 호날두의 불참 이유를 말했었다. 즉 전혀 상황파악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여기에 경기를 준비하는 측 역시 자신들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일부 기자석까지 판매석으로 돌리려고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경기장에 함께 선수들과 들어가는 ‘에스코트 키즈’의 부모에게 따로 티켓을 주지 않고 스카이박스를 구매할 것을 권유했다는 언론 인터뷰도 있다. 말이 권유지 아이가 이런 행사를 간 상황에서 보호자와 아이 경기 관람티켓은 주지 못할망정 스카이박스에서 볼 것을 사실상 강요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어느 부모가 아이가 이런 행사에 참여했는데 함께 끝까지 함께하지 않겠나.

게다가 주최측 대표는 경기 일주일여를 앞두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유벤투스 측이 하도 요청을 해서 내가 받아들였다”, “다음은 더 관심끌만한 팀의 내한이 기다리고 있다”는 등 거만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애초에 무리하고 힘든 일정을 받아들여놓고 자신이 감당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역대 최악의 내한이 될 것도 모르고 벌써 다음 다른 내한팀을 언급할 정도로 근거없는 자신감을 보인 모습은 비난의 화살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공중파를 통해 불법도박사이트가 홍보됐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언론을 통해 "해외는 괜찮다"며 국내에서는 완전히 불법인 일을 저지른 것, 오직 수익만을 위해 불법도박사이트도 스폰서로 받아들인 것은 논박의 여지가 없다.

사상 초유의 경기 지연부터 막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축구라는 스포츠를 얼마나 무시하고 가볍게 생각했는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로빈장 SNS
▶프로축구연맹의 안일함

프로축구연맹 역시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 프로축구연맹은 “우리는 올스타 선수들을 꾸려 파견한 것 뿐”이라고 하지만 이런 무능하고 경험도 없는 주최측의 제안을 받아들여 유벤투스와 대결을 결정한 것 자체가 안일했다. 연맹 측이야 ‘잘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멈춰 있었다.

연맹 측은 뒤늦게 유벤투스와 세리에A에 공식 항의 서한을 전달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주최사 선정에 대해 "고민이 많았지만 유벤투스쪽 마케팅 담당자가 왔기에 믿었다"며 불법도박사이트가 광고판을 통해 노출된 것에 대해 "사전에 고지를 받지 못해 몰랐다"고 답해 믿음을 떨어뜨렸다.

오직 수익, 특별한 이벤트를 하는 것에 눈이 멀어 어떠한 검증도 없이, 그리고 경기 당일 입국하는 팀을 받아들인 것 자체가 프로축구연맹이 얼마나 안일하게 이번 올스타전을 대했는지 알 수 있다.

KBS
▶주관방송사 KBS의 거만함

KBS는 오랜만에 K리그관련 중계를 했다. K리그 주관 방송사지만 가뜩이나 K리그 중계가 거의 없어 말이 많은 방송사는 경기를 준비하는 아나운서에게 오직 유벤투스 옷만 입히는 거만한 행동을 보였다. 분명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대결이지만 K리그 주관방송사인 KBS가 오히려 나서서 유벤투스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전국민에게 불법도박사이트가 홍보되는 것을 사전이 인지하지 못한 것도 안일했다. 불법도박사이트가 광고판을 통해 노출되는데 어떤 광고가 노출되는지조차 중계방송사에서 알지 못한 점은 KBS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게다가 경기 후 이혜성 아나운서의 지안루이지 부폰 인터뷰 역시 사상 초유의 말도 안되는 인터뷰였다. 분명 한국어-이탈리아어 통역사가 있음에도 아나운서는 부폰에게 영어로 인터뷰했다. 생방송인데 그 누구도 이 아나운서의 영어 질문을 통역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부폰은 영어로 듣고 이탈리아어로 답했다. 그리고 통역사는 이탈리아어를 듣고 한국어로 통역했다.

뒤늦게 KBS측은 이 아나운서의 영어 질문을 내부 아나운서가 통역했지만 생방송에서 이런 해괴한 인터뷰는 말도 안됐다. 이 아나운서는 라디오에서 “더 많은 질문을 하고 싶어 영어로 물었다”는 말도 안되는 답을 했다가 뭇매를 맞자 경기 이틀 후인 29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겨우 3~4년차 아나운서의 독단적 결정이었는지, 아니면 KBS 측에서 용인을 했는지도 모른다. KBS는 이 인터뷰 논란에서 철저히 빠져있다. 자신들의 부주의에 대한 사과는 없다.

자막, 통역도 없이 영어 인터뷰를 생방송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거만한데다 묵묵부답인 KBS 역시 그동안 K리그 중계 횟수도 굉장히 적다 ‘축구는 KBS’를 외치기엔 거만했다.

그야말로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하나도 제대로 된게 없는 '완벽하게 실패한' 내한의 표본이라 해도 될 유벤투스의 내한이었다.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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