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원태인(왼쪽), LG 정우영.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신인왕. 혹자는 신(神)이 주는 상이라고 말한다. 평생 딱 한번 받을 수 있는 상, 아무리 잘해도 자신보다 더 뛰어난 동시대의 슈퍼스타가 있다면 얻기 힘든 타이틀, 신인의 티를 벗으면 아무리 하고 싶어도 따낼 수 없는 자리, 그게 바로 신인왕이다.

신인왕의 영광을 누린 선수는 지난 1983년 박종훈(현 한화 단장)을 시작으로 작년 kt 강백호까지 프로야구 역사상 딱 35명뿐이다. 레전드라 불리는 선동열, 최동원, 이승엽조차 신인왕 타이틀이 없다.

신인왕은 KBO리그 슈퍼스타의 요람이었다. 1985년 이순철, 1993년 양준혁, 1996년 박재홍, 1997년 이병규, 2001년 김태균, 2005년 오승환, 2006년 류현진, 2008년 최형우가 대표적이다.

2010년대로 들어서면 현재 리그를 주름잡고 있는 선수들이 대거 등장한다. 2010년 양의지, 2012년 서건창, 2014년 박민우, 2015년 구자욱, 2017년 이정후, 2018년 강백호다.

작년까지 KBO리그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신인왕을 배출한 구단은 두산과 삼성(각 6명)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현대 역시 태평양을 합하면 6명이다. 그다음이 LG(5명)다. 한화와 키움이 3명, NC가 2명이다. 롯데와 KIA, SK, KT, 지금은 없어진 쌍방울이 각각 한 명을 배출했다.

늘 그렇듯 올해도 또 한 명의 신인왕이 탄생한다. 안개 속이다. 좋게 말하면 치열, 좋지 않게 말하면 탁월한 선수가 없다. 그중에서 두각을 드러낸 선수가 바로 2000년생 삼성 원태인과 1999년생 LG 정우영이다. 올해 신인왕은 사실상 2파전이다. 신인왕 최다 배출의 삼성, 그 아성에 도전하는 LG다.

삼성 원태인. 스포츠코리아 제공
'아기사자'에서 '원태자'된 삼성 원태인

신인왕은 자격 조건이 있다. 프로 데뷔시즌 선수는 물론이고 입단 5년 차 `중고 신인'까지 후보가 될 수 있다. 단 `중고 신인'의 경우 투수는 30이닝, 타자는 60타석을 넘지 않아야 한다.

야구는 종목 특성상 프로와 아마추어의 격차가 크다. 고졸 선수가 곧바로 신인왕에 오르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1, 2년 차 때 2군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후에 신인왕에 도전한다.

최근 2년간, 그것도 고졸로 신인왕을 따낸 키움 이정후와 kt 강백호는 역대 신인왕과 비교해도 압도적 실력을 보여준 케이스다. 하지만 올해는 야수 중에서 실력 발휘를 하는 선수가 없다. 투수 출신 신인왕이 유력한 이유다.

그중 한 명이 바로 삼성 원태인이다. 등번호 46번, 2019년 삼성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기대주다.

경복중,고 출신의 원태인은 삼성과 인연이 깊다. 아버지 원민구 씨가 야구 선수였다. 1984년에 삼성의 지명을 받기도 했고 실업야구에서 뛰었다. 은퇴 후에는 경복중 야구부 감독으로 활약하며 구자욱, 김상수 등 현 삼성의 주축 선수를 가르치기도 했다.

야구선수 2세 원태인은 어릴 때부터 그 재능을 인정받았다. 심지어 지난 2005년 4월 30일 대구서 열린 삼성과 KIA와의 경기에서 원태인은 6살의 나이로 '야구 신동'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시구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무럭무럭 자란 원태인은 삼성에 지명을 받았고 올해부터 공을 뿌렸다.

지난 2005년 4월 30일 대구시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KIA의 경기에서 '야구 신동'으로 불리던 어린이 원태인(당시 6세)이 선발 임창용 앞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김한수 감독은 원태인을 필승조로 분류했지만 최충연 선발 기용 전략이 무산이 되자 선발 수업 중인 원태인을 긴급 수혈했고 그 효과를 봤다. 현재 원태인은 19경기 출전에 78.2이닝을 소화, 3승 5패 2홀드 평균자책점 2.86을 기록 중이다.

지난 4월 28일 LG전 선발을 시작으로 5월 5경기에서 28이닝 1승 2패 평균자책점 3.49를 기록했고, 6월 4경기에서도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며 2승 1패 평균자책점 1.66을 찍으며 팀의 새 희망으로 급부상했다. 7월 3경기에도 15이닝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선배 윤성환의 별명인 '윤태자'를 이어받아 '원태자'로 불리는 수준.

150km에 가까운 빠른 강속구, 신인답지 않은 차분한 경기 운영 능력, 그리고 꾸준함이야말로 원태인의 가장 큰 장점이다. 삼성은 지난 2006년 현 LA 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당시 한화) 이후 첫 고졸 선발 신인왕 배출을 바라고 있다.

LG 정우영. 스포츠코리아 제공
고졸 투수 최초 '올스타 12' 선정, LG 불펜 필승조 정우영

신인왕은 실력뿐 아니라 시기를 잘 타고나야 한다. 아무리 잘해도 같은 연차, 혹은 동시대 걸출한 선수가 존재한다면 언감생심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전 신인왕에 비해 무게감이 다소 약해도 압도적 '원톱' 선수가 없다면 그 빈틈을 충분히 노릴 수 있다.

정우영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물론 실력도 좋다. 현재 신인왕 후보에 가장 앞선 주자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강남중-서울고를 졸업, 올해 LG 2차 5라운드 전체 15순위로 입단한 그는 필승조로 나와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42경기에 출전, 52이닝 4승 4패 1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 중이다. 투구 이닝은 현 KBO리그 불펜 투수 가운데 가장 많다. 150km에 가까운 투심, 수준급 제구력에 도망가지 않는 대담한 피칭, 유연하면서도 단단한 체격 조건(신장 193cm, 체중 85kg)이 장점이다.

어릴 때부터 롤모델이었던 임창용의 투구 폼을 따라 했던 정우영은 류중일 감독의 사랑도 듬뿍 받고 있다. 류 감독이 "전반기 최고의 성과는 정우영이다. 우리 팀은 정우영이 자주 나가야 이긴다"라며 엄지를 치켜들 정도.

팬들의 애정 역시 상당하다. 올해 나눔올스타 중간투수 부문에 선정, 고졸 선수로는 역대 세 번째(2009년 안치홍, 2017년 이정후)이자 투수는 최초로 올스타 '베스트 12'에 이름을 올렸다, 인기와 실력,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물론 쉽지 않다. 불펜 투수는 선발에 비하면 비중이나 주목도가 낮다. 역대 신인왕 가운데 불펜 투수는 1991년 쌍방울 조규제(27세이브), 2002년 현대 조용준(28세이브), 2005년 오승환(두 자릿수 승수, 홀드, 세이브) 정도다. 마무리가 아닌 허리 전문이면 2007년 20홀드의 임태훈이 사실상 유일하다.

선발의 유리함을 안고 있는 원태인, 대신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정우영의 가을야구 활약 등, 변수가 상당하다. 두 선수의 신인왕 맞대결을 지켜보는 것도 후반기 KBO리그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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