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라호마시티 썬더는 최근 2주가량의 기간 동안 대형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 같은 변화를 겼었다. 그 동안 나온 일련의 트레이드들로 인해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사이 이들의 선수단은 커다란 차이를 갖게 됐다.

지난 시즌 오클라호마시티의 평균 출전시간 상위 4인 중 3명이 트레이드들을 통해 나갔다. 폴 조지(36.9분), 러셀 웨스트브룩(36분), 제라미 그랜트(32.7분)가 그들이다.

지난 시즌 올NBA 퍼스트 팀 일원이자 MVP 투표 3위에 올랐던 조지의 트레이드 요청으로 시작된 이 큰 변화들은 오클라호마시티가 리셋 버튼을 누르는 느낌을 줬다. 특히 2008~09시즌 NBA 데뷔 때부터 줄곧 자신들과 함께했던 웨스트브룩을 보낸 것이 결정적으로 보였다.

이런 이유로 웨스트브룩 트레이드에서 휴스턴 로케츠로부터 건너 온 크리스 폴(34)을 두고 재차 이적이 나오리란 예상을 충분히 할 법했다. 14시즌 경력 동안 올NBA 팀 선정을 8시즌이나 받았던 폴이 현재의 오클라호마시티에 머무르는 것이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폴을 다시 다른 팀으로 옮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폴이 오클라호마시티로 트레이드될 수 있었던 이유는 웨스트브룩도 마찬가지로 거대한 샐러리 계약에 있기 때문이다.

폴에게도 오클라호마시티에게도 현재 닥친 격랑을 버텨내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기량을 보여주는 길이 답일 수 있다. ⓒAFPBBNews = News1
2017년 9월 웨스트브룩이 맺은 슈퍼 맥스 연장은 2018~19시즌부터 시작해 2022~23시즌까지 5년 2억500만 달러(약 2410억원) 규모에 달한다. 폴이 10년차 이상 경력으로서 2018년 7월 맺은 맥시멈 계약은 4년 1억5973만 달러(약 1877억원) 규모에 달한다.

올시즌 샐러리로 웨스트브룩이 3818만 달러(약 449억원)라면 폴은 3851만 달러(약 453억원)다. 이런 비슷한 조건이기 때문에 오클라호마시티는 폴 트레이드를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다른 팀들과 거래를 협상하기엔 너무나 까다로운 조건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오클라호마시티가 적어도 시즌 시작에는 폴과 함께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무리하게 트레이드를 밀어붙이기 보다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자신들에게나 폴에게나 양 측 모두에게 좋을 것이란 판단이다. 그렇다면 올시즌 오클라호마시티를 두고 현재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폴 트레이드가 현재 어려운 이유

유력 매체 ESPN의 분석가 바비 마크스는 시즌 개막 전까지 트레이드가 나오기 힘든 이유들을 설명했다. 우선 워낙 폴의 샐러리가 거대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샐러리를 맞추기 위해 거래 상대 팀은 여러 선수들을 보내야 한다. 다만 이때 계약에 묶인 선수들의 40%가 트레이드에 들어갈 수 없다.

그리고 샐러리캡에 여유가 있는 팀이라면 트레이드 조건으로 샐러리를 비슷하게 맞출 필요가 없지만 현재 여유 있는 팀들이 마땅히 없다. 가장 많이 가진 팀이라고 해봐야 700만 달러(약 82억원) 아래의 애틀란타 호크스다. 또한 트레이드 예외 조항을 가진 팀들 중에서도 그 여유분이 많은 팀이 없다.

이렇기 때문에 오클라호마시티가 거래 상대 팀을 찾기 어렵기도 하고 강팀으로 가고자 하는 폴 입장에서도 자칫하면 약팀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때문에 양 측을 만족시키는 거래는 당장 어렵다 볼 수 있다. 만약 가능하다면 올여름 새 계약을 맺은 선수들의 트레이드가 가능해지는 12월15일(이하 현지시각) 이후 거래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즉 폴은 설령 올시즌 안에 트레이드 되더라도 전반기 동안엔 오클라호마시티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그리고 어쩌면 시즌 끝까지도 계속 함께 할 수도 있다.

▶폴의 기량 하락세는 계속 될까

2018년 여름 휴스턴이 폴과 맥시멈 계약을 맺기로 했던 결정에는 꽤 큰 도박이 담겨 있었다. 당시 폴의 나이 33세는 NBA 선수에게 통상적으로 하락세가 오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지난 시즌 우승 도전에 실패한 것이 상당히 큰 타격이었다.

팀 내 불화 루머들도 돌았지만 결국 휴스턴이 폴의 트레이드를 적극적으로 모색했던 데에는 폴의 기량 하락이 결정적이라 볼 수 있다. 야투율이 커리어 46.9%, 2017~18시즌 46.0%였던 폴은 지난 시즌 커리어 최저 41.9%를 기록했다.

한때 리그 최고의 포인트 가드라는 평판도 가졌던 폴이지만 결국 그런 출중한 볼 핸들러 기량은 폴 본인이 가진 날카로운 득점 위력에 큰 근간을 둔 것도 사실이다. 외곽에서 빅맨과의 미스매치를 만들어 점프슛을 성공시키거나 돌파 레이업을 성공시키는 장면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이런 폴의 득점 위력이 현격하게 떨어진 것이라면 그간 폴에게 기대했던 성과를 다시는 보기 힘들 것이다. 이제는 전면에 나서는 스타가 되지 못할 가능성도 볼 수 있다 .

전 시즌 폴은 특히 승부처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자신 옆에 리그 전체에서도 유난히 적극적인 득점원 제임스 하든이 있던 영향도 있었겠지만 참여도에서도 정확도에서도 폴은 아쉬운 성과를 남겼다.

종료 5분 안에 5점차 이내의 클러치 상황에서 전 시즌 폴은 25경기 평균 2.7분 동안 25.0% 야투율로 평균 0.9득점을 기록했다. 2017~18시즌에는 평균 2.6분 동안 59.2% 야투율로 3득점을 기록했던 폴이다. 또한 지난 플레이오프에서는 클러치 평균 3분 동안 16.7% 야투율로 1득점에 그쳤다.

볼 핸들러로서든 득점원으로서든 폴이 여전한 기량을 증명하고자 한다면 센터 스티븐 아담스와의 2대2 플레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AFPBBNews = News1
▶불투명한 시즌 전망

우선 폴이 언제까지 이 팀과 같이 할지도 현재로썬 전망이 불투명하다. 물론 이 팀에는 애틀란타 호크스에서 2시즌 동안 주전 포인트 가드로서 뛰어본 적이 있는 데니스 슈로더(26)가 있기 때문에 이 포지션의 깊이 문제는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 포워드에서 깊이 문제를 크게 보일 수 있다. 조지와 그랜트가 채웠던 두 자리에 새로 들어온 주요 선수라면 다닐로 갈리나리(31) 한 명뿐이다. 무릎 인대 부상으로 아예 나오지 못했던 2013~14시즌 이후 갈리나리의 시즌 최다 출전 경기는 지난 시즌의 68경기였다.

때문에 49승33패(승률 59.8%)로 서부 컨퍼런스 6위로서 마감했던 지난 시즌 성적보다 떨어질 가능성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또 높은 드래프트 픽을 위한 낮은 성적도 내다보기 애매하다. 스티븐 아담스(26)까지 있는 현재 선수단을 놓고 바닥권 성적을 쉽게 예단하긴 어렵다.

어쩌면 오클라호마시티는 약체의 시기를 견디는 과정보다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다수 선수들의 계약이 종료되는 2020년 여름 전까지는 경기력을 유지할 전력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폴은 오클라호마시티에서의 기간 동안 자신의 경쟁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트레이드가 어려운 계약 상황에서 자신이 강팀의 러브콜을 받기 위해선 결국 기량 회복이 답이기 때문이다.

이는 오클라호마시티 입장에서도 그렇다. 폴은 적어도 2020~21시즌까지, 플레이어 옵션을 수락한다면 2021~22시즌까지 계약이 이어진다. 샐러리 장부를 조속히 깔끔히 정리하기 위해서는 폴 트레이드의 상대가 나와 줘야 한다.

오클라호마시티는 그간의 트레이드들로 인한 인원 손실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약간이나마 사치세를 부담할 정도로 샐러리캡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 즉 아직 완전한 리셋 버튼을 누른 것도 아니다. 이런 과도기 상황에서 2020년 여름까지 이들이 밟아나갈 과정을 주시할 만하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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