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사회인 야구단.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마음은 이미 프로다. 야구에 대한 열정 하나는 그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다. 실수를 해도 웃고, 이기든 지든 그저 야구를 하는 것이 좋다.

프로야구라면 상상도 못 하는 '핸드볼' 경기의 점수가 연신 쏟아져도 괜찮다. 아직은 쌀쌀한 그 새벽 공기를 마시며 그라운드에 들어서는 느낌은 아는 사람만 안다. 그저 야구를 하는 것이 즐겁기에 야구장으로 가는 이들, 바로 사회인야구인이다.

사회인야구는 아마추어다. 전문적으로 야구를 하는 프로선수가 아니다 보니 생업에 종사하면서 휴일에 야구장을 찾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야구를 직접 하는 그 맛에 공을 던지고 방망이를 휘두른다.

대부분 동호회 방식으로 운영이 되다 보니 정확한 수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전국 각지에 대략 수천 개의 사회인 야구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인야구는 일반적으로 1부에서 4부로 구성이 되어 있고 한 팀이 적게는 1개, 많게는 3,4개 리그를 소화한다. 어떤 리그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사회인야구도 그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수없이 많은 사회인야구 리그, 그중에서도 눈에 확 띄는 이색적인 리그가 있다. 명칭부터 재밌다. 바로 '특1급 호텔' 리그다.

워커힐호텔 사회인 야구단.
리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아무나 가입할 수 없는 리그다. 서울에 위치한, 그리고 특1급으로 지정이 된 호텔에 속한 사회인야구인들만 참여할 수 있는 리그다.

우리나라에서 특급호텔은 특1급과 특2급 호텔을 지칭하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5성급 호텔'이 바로 특1급 호텔이다. 그리고 오는 7월 13일부터 경기도 남양주 봉황야구장에서 '특1급 호텔리그'가 펼쳐진다.

참가 팀은 총 4개팀이다. 서울 홍제동에 있는 힐튼호텔, 신세계 그룹이 운영하는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 그리고 롯데호텔과 SK 네트웍스의 워커힐호텔이다. 팀당 3경기를 치르고 3, 4위전과 1, 2위전을 치른다. 작년에는 힐튼호텔이 우승했고, 워커힐호텔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구성원도 다양하다. 4개 호텔 대부분 20~30명의 선수로 팀을 꾸리고 있으며, 연령대는 40대가 주를 이룬다.

조리를 담당하는 셰프를 시작으로 식음료, 서비스, 세일즈, 오피스, 지원, 안전 등 각 파트의 직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야구를 한다. 각자 맡은 일이 바쁘고 힘이 들지만, 이들은 야구를 사랑하는 그 마음 하나로 뭉쳤다.

리그가 열린 것은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다. 만들어진 취지는 조금 더 야구를 즐기고 싶고, 직접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재밌는 일화도 있다. 2000년대 초반, 당시 '특1급 호텔' 체육대회가 있었다. 축구나 줄다리기 등 종목이 했는데 유독 야구만 없었다.

축구의 경우는 축구화, 그리고 유니폼 정도만 있으면 22명이 한 운동장에서 빠짐없이 뛸 수 있는 종목이다. 지금까지도 '특1급 호텔' 축구대회는 춘계와 추계, 연 2회에 걸쳐서 할 정도로 원활하게 잘 돌아가고 있다.

그에 비해 야구는 찬밥신세였다. 애초에 진입 장벽이 높기도 하고, 종목 특성상 경기 시간이 한참 걸린다. 여기에 야구팀이 모두 경기를 치르려면 장소 뿐 아니라 단일 체육대회 하나로는 불가능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몇몇 호텔리어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고심하고 합심해서 만든 것이 바로 '특1급 호텔리그'였다. 리그가 발족이 됐을 당시에는 지금의 4개 팀이 아닌 신라호텔, 리츠 칼튼, 하얏트호텔 등 8~9개 팀이 치열하게 우승을 다툴 정도로 리그가 활발하게 진행이 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야구단 운영은 점점 힘들어졌고, 그렇게 리그에서 하나 둘, 팀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힐튼호텔 사회인 야구단.
힐튼호텔 야구단 박희진 감독은 "처음 리그가 생겼을 당시에는 꽤 많은 팀이 참가했다. 하지만 지금은 4개 팀이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축구는 점점 늘어난 반면, 야구는 그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호텔리어들의 불규칙적인 근무 패턴도 큰 장벽이었다. 일반적으로 주말이 가장 바쁜 호텔 업무 특성상, 토요일과 일요일에 야구를 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그럼에도 야구를 향한 이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심지어 토요일에 밤샘 근무를 하고 일요일 오전 6~7시에 야구를 하러 주섬주섬 짐을 싸들고 이동하거나 오전에 야구를 하고 오후 근무에 곧바로 돌입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경기조차 어려우니 훈련은 그림의 떡이었다. 경기 날이 곧 훈련 날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즐겁다.

조선호텔은 나름 비수기인 여름이 되면 강원도 양양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양양 송이야구단과 경기도 하고 즐거운 시간도 보낸다. 재밌는 것은 야구단에 호텔 조리사가 있으니 어딜 가든 음식 걱정은 전혀 없다. 그 맛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어묵탕이 그렇게 맛있었다는 조선호텔 야구단 김진우 총무는 "일요일 오후에 근무가 많다 보니 오전이 아니면 야구를 하는 것이 힘든데, 이번 봉황리그 주최측에서 배려를 해주셔서 이번 '특1급 호텔리그'가 열리게 됐다"면서 "작년에는 저희도 아쉽게 참여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다행히 함께 할 수 있게 됐다"며 리그 개막을 반겼다.

그렇다면 왜 '특1급 호텔'이었을까. 이유는 있다. 야구 동아리가 운영이 되려면 최소 20명 이상의 인원은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특1급 정도의 호텔 규모여야 가능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서울 안에 있는 최고 수준의 호텔에 있는 야구단이라는 자존심, 그렇기에 이번에 열리는 리그에서 4개의 호텔은 반드시 우승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동시에 이제는 그 문을 활짝 열고자 한다. 새롭게 생긴 호텔이나 이전에 참여했다가 빠진 호텔과도 다시 접촉, 보다 더 많은 팀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향후 리그 규모를 확장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그만큼 이들의 야구를 향한 사랑은 대단하다. 워커힐호텔 야구단 안성민 감독은 "함께 웃으면서 아침 일찍 나가 공을 던지고 방망이를 휘두르면 스트레스가 확 날아간다. 운영이나 자금 조달 등 힘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 한마음으로 끈끈하게 뭉쳤기 때문에 지금까지 야구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열정 하나만 놓고 본다면 모두가 프로야구 선수 못지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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