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시즌이 시작되고 프리 에이전트들의 이적 뉴스가 화제였을 때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서 나온 첫 소식은 꽤 결이 달랐다.

7시즌을 오롯이 포틀랜드에서만 뛴 가드 대미안 릴라드(29)와 슈퍼맥스 연장 계약을 체결하기로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각) 합의했기 때문이다. 2020~21시즌까지 현재 계약이 이어지는 릴라드는 이로써 2021~22시즌부터 4년 1억9600만 달러(약 2265억원)가량 규모 샐러리를 받게 된다.

즉 시즌 당 5000만 달러에 육박하는,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시즌 샐러리를 릴라드에게 준다는 뜻이다. 한 선수에게 이렇게 많은 액수를 배분한다는 것은 실로 큰 결단이 따라야 한다.

릴라드는 30대 중반의 나이까지 포틀랜드를 이끌어나갈 힘을 유지할 수 있을까. ⓒAFPBBNews = News1
한편 릴라드의 계약 연장이 두 시즌 후의 일이라면 포틀랜드는 바로 돌아오는 이번 시즌에 대해서도 큰 결단을 내렸다. 4개 팀이 연루된 트레이드에서 포틀랜드는 7시즌 경력 센터 하산 화이트사이드(30)를 마이애미 히트로부터 받는다. 이에 맞춰 7시즌 경력의 센터 마이어스 레너드를 마이애미로, 7시즌 경력의 파워 포워드 모리스 하클리스를 LA 클리퍼스로 보낸다.

2일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나온 이 트레이드를 통해 들어오는 화이트사이드도, 나가는 레너드와 하클리스도 모두 이번 시즌이 계약 마지막 해다. 다만 화이트사이드는 최근 시즌들 동안 가지고 있는 능력에 비해 태도 문제가 거론되면서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지난 시즌 포틀랜드는 1999~00시즌 이후 19년 만에 플레이오프 컨퍼런스 파이널에 다시 올라가 봤다. 비록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4연패 스윕을 당하며 물러나긴 했지만 2017~18시즌 1라운드에서 멈췄던 것을 감안하면 큰 수확이었다.

그렇다면 포틀랜드는 계속해서 높은 무대를 향해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일까. 계속해서 릴라드와 함께 강팀을 면모를 유지할 수 있을까.

▶릴라드의 슈퍼맥스 연장이 미칠 영향은

구단주 그룹과 선수단 그룹 사이의 가장 최근 단체교섭합의에 들어간 슈퍼맥스 계약 연장 조항은 조건이 까다롭지만 그 수혜가 엄청나다. 해당 팀과 신인계약부터 시작해 7시즌 이상 경력을 보내야 하며 계약 직전의 3시즌 안에 올NBA 팀 또는 올해의 수비수에 2회 이상 선정, 또는 MVP 1회 선정을 받아야 한다.

이 조건을 통과한다면 계약이 발효되는 첫 시즌 샐러리캡의 35%에 해당하는 액수로 시작할 수 있다. 이는 통상적인 10년차 이상 경력의 선수가 받을 수 있는 맥시멈 샐러리와도 같다. 하지만 이후 시즌마다 8%의 인상폭이 들어가며 더욱 크나큰 파급력을 가진다.

릴라드는 2017~18시즌 올NBA 퍼스트 팀, 2018~19시즌에 세컨드 팀에 선정되면서 슈퍼맥스 연장 체결의 자격을 얻었다. 포틀랜드와 돈독한 소속감을 피력하기도 한 릴라드였기에 이번의 합의는 이상하지 않을 결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구단이 슈퍼스타를 지키기 위해 넣은 이 조항이 오히려 구단에게 큰 짐을 안겨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현재까지 이 슈퍼맥스의 혜택을 받은 선수들이 스테픈 커리, 제임스 하든, 러셀 웨스트브룩, 존 월이다. 이 중 커리와 하든이 확실한 슈퍼스타의 기여도를 보여주고 있다면 웨스트브룩은 다소 애매하며 월은 부상까지 당해 큰 난관에 빠졌다.

올시즌부터 슈퍼맥스 샐러리를 받는 월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슈퍼맥스 계약 연장을 체결하며 통상적으로 전성기의 시작으로 볼 수 있는 29세에 4년 계약의 첫 시즌을 보낸다. 하지만 전 시즌 아킬레스 부상을 당해 그의 올시즌 3780만 달러(약 437억원) 샐러리는 소속팀 워싱턴 위저즈에게 큰 부담으로만 작용할 공산이 크다.

지난 시즌부터 슈퍼맥스 계약이 발효된 웨스트브룩은 2016~17시즌 MVP에 선정됐던 때로부터 하락세에 빠지며 역시 소속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게 큰 샐러리 부담을 주고 있다. 30세부터 발효되는 계약이기 때문에 늦은 감이 있는 편이다.

릴라드는 더 늦다. 31세의 2021~22시즌부터 발효된다. 대학 4년을 모두 마치며 늦게 리그에 입성한 측면이 여기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다. 나이가 많기도 하지만 년차가 같은 연령에 비해 적기 때문에 몸의 마모가 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릴라드가 이렇게 큰 샐러리 혜택을 받을 만큼 증명된 선수인지에 대한 의문부호는 있다. 올NBA 퍼스트 팀과 세컨드 팀에 선정된 바 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강력한 수비를 만날 때마다 부진한 모습을 보여준 전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화이트사이드는 너키치를 대체할 수 있을까

지난 시즌 포틀랜드의 정규 주전 센터였던 유스프 너키치(25)는 3월말 정강이 및 종아리 쪽 골절을 당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이와 비슷한 부상을 당했던 폴 조지와 고든 헤이워드의 전례를 봤을 때 거의 한 시즌에 가까운 공백이 예상된다.

그리고 너키치 부상 이후 주전 센터로서 올라왔던 에네스 칸터는 프리 에이전트로서 1일 보스턴 셀틱스와 계약하기로 합의했다. 때문에 정규 주전 센터에 대한 수요는 분명 있다.

이에 대해 포틀랜드가 택한 대안이 화이트사이드다. 4년 계약의 마지막인 이번 시즌 화이트사이드는 2709만 달러(약 316억원) 샐러리를 받는다. 이는 화이트사이드 트레이드로 나간 레너드와 하클리스의 샐러리를 합한 것보다 약 500만 달러(약 58억원) 많은 액수다.

골밑에 있을 때의 화이트사이드는 상대의 공격에 대해 효과적인 수비를 해줄 수 있지만 외곽에 있을 때의 반응 측면에서 아쉬움을 주곤 했다. ⓒAFPBBNews = News1
전 시즌의 벤치 센터와 주전 파워 포워드가 나간 대신 들어온 화이트사이드 한 명의 샐러리가 이만큼 많기 때문에 포틀랜드의 샐러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포틀랜드는 지난 시즌의 성과를 이어가고자 하는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화이트사이드는 정규 주전 센터로서 힘을 내줄 수 있을까. 2017~18시즌 긴 기간의 무릎 부상을 거친 이후 화이트사이드는 4년 9800만 달러(약 1145억원) 계약을 따냈던 2016년 여름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게 됐다.

사실 이번 시즌은 원래 플레이어 옵션이 걸린 시즌이다. 현재 화이트사이드 연령의 선수들이라면 통상적으로 보다 큰 계약을 위해 옵션을 거절하고 자유 계약 시장에 나가는 편이다.

하지만 전 시즌 3월부터의 19경기 동안 화이트사이드는 주전에서 밀려났다. 앞선 53경기 모두 선발로서 평균 25.4분을 뛰었다면 뒤의 19경기 동안엔 평균 17.3분에 그쳤다. 213cm 신장 120kg 체중의 덩치는 있지만 둔탁해진 몸놀림으로 인해 큰 힘을 쓰지 못한 탓이었다.

화이트사이드의 체격 조건은 213cm 신장 124kg 체중 너키치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2017~18시즌 후반기부터 전체적으로 다소 둔해진 움직임을 계속 보여준다면 화이트사이드로부터 너키치가 해줬던 수비 기여도를 기대하긴 힘들다.

또한 너키치는 시야도 좋은 한편 패스할 때의 손도 정교한 편이다. 반면 화이트사이드는 포스트에서 볼을 받을 경우 다시 빼주는 경우가 드물다. 시야도 좋지 않은 편이며 패스 타이밍도 좋지 못하다. 이런 측면으로 놓고 보면 분명 너키치의 대체로서 만족스럽진 못할 것이다.

이런 우려사항을 메우기 위해서는 화이트사이드에 맞춰 팀의 공격 및 수비 전략에 수정을 기해야 한다. 되도록 수비 때는 골밑 근처에 있도록 하고 공격 때에는 득점 마무리를 위한 움직임을 주로 주문해야 한다는 뜻이다.

▶앞으로의 전체적 전망은

이번 오프시즌을 통해 포틀랜드는 지난 시즌까지 팀의 허리 역할을 해줬던 주전 포워드들을 모두 잃었다. 하클리스는 트레이드로, 스몰 포워드 알파룩 아미누는 프리 에이전트로서 올랜도 매직과 계약 합의를 봤다.

샐러리 운신의 폭이 좁은 포틀랜드로서는 이렇게 포워드들이 나간 자리를 효과적으로 채울 방법이 딱히 없는 편이다. 특히 아미누와 하클리스는 포틀랜드 수비의 중심에 있었다.

때문에 공격 진영 위력은 릴라드와 CJ 맥컬럼(28)의 가드 듀오 중심으로 이전의 위력을 이어갈 수 있더라도 수비 진영의 힘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직 선수단 구성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써의 상황은 그렇게 밝아보이진 않는다.

미국 서북부 오레곤 주에 위치한 포틀랜드 도시 인근에는 큰 프로 스포츠 팀이 많이 없는 편이다. 때문에 NBA 팀 포틀랜드에게 주목도가 높다. 이런 기대에 맞춰 포틀랜드가 나아가려 하고 있지만 현실이 썩 따라주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우려를 뛰어넘어 포틀랜드가 이번 시즌 또 다시 높은 무대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팀의 샐러리 상황을 놓고 봤을 때 밝은 전망을 가지기엔 현재로써 다소 어려운 편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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