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오프시즌 시작은 썰물이 보이나 싶었지만 곧이어 큰 밀물이 들어왔다. 때문에 전력 약화보다는 강화가 된 느낌도 들어 보인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7차전 끝에 버저비터를 맞고 물러났던 필라델피아에는 두 명의 큰 프리 에이전트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두 명 중 한 명 지미 버틀러가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각) 오프시즌이 시작되자마자 마이애미 히트로 향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버틀러는 사인 후 트레이드 과정을 밟기로 했고 마이애미에서 4시즌 경력 가드 조쉬 리차드슨(26)이 오게 된다. 여기에서 놓고 보면 리차드슨도 좋은 선수지만 큰 승부사 역할을 했던 버틀러와의 이별이 손실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또 한 명의 프리 에이전트 토바이어스 해리스(27)는 남기로 했다. 다만 5년 1억8000만 달러(약 2080억원)의 맥시멈 규모 계약으로써 상당한 부담이 되는 부분도 보인다. 게다가 주전 슈팅 가드였던 JJ 레딕도 프리 에이전트로서 뉴올리언스 펠리컨스 행을 택해 이 시점만 해도 전력약화의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빅맨 알 호포드(33)가 보스턴 셀틱스를 떠나 필라델피아로 향하기로 하면서 국면은 크게 변했다. 4년 9700만 달러(약 1121억원) 규모에 우승 시엔 1200만 달러(약 139억원)의 인센티브를 받기로 한 호포드는 공수 양 진영에서 활용도가 크다.

그렇다면 지난 시즌 우승 팀 토론토 랩터스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던 필라델피아는 이번의 움직임으로써 더 강해진 것일까. 호포드의 인센티브 가능성은 커지는 것일까.

필라델피아에게 호포드는 꽤나 큰 벽으로 존재해 왔지만 이제는 자신들의 품에 안게 됐다. ⓒAFPBBNews = News1
▶더욱 커진 주전 라인업

필라델피아는 지난 시즌에도 전통적인 의미의 포인트 가드가 없는 독특한 정규 주전 라인업을 운용했었다. 여기에서 전통적인 포인트 가드란 단신의 볼 핸들러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로 그 추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규 주전으로서 전망되는 인원들이 신장 198cm의 리차드슨, 206cm의 해리스, 208cm의 벤 시먼스(23)와 호포드, 213cm의 조엘 엠비드(25)다.

여기에서 나간 전 시즌 주전들이 레딕(193cm)과 버틀러(203cm)니 주전들의 신장은 더욱 커졌다. 전 시즌 필라델피아는 단신 선수가 없는 것이 오히려 상대방 포인트 가드 수비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다만 현재 가장 작은 리차드슨은 레딕보다도 신장이 큼에도 보다 더 좋은 포인트 가드 상대 수비를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슈팅 가드 리차드슨은 지난 시즌 동안 수비에서 상대방 포인트 가드를 주로 맡았던 경향을 보여줬다.

경기 당 수비 포제션 담당 횟수에서 리차드슨이 가장 많이 맡았던 선수들 10명 중 7명이 상대팀의 포인트 가드였다. 그리고 그 7명의 포인트 가드들 중 리차드슨 앞에서 슛했을 때 61.1% 적중률을 기록한 스테픈 커리와 50.0%를 기록한 코리 조셉을 제외하면 평소 실적보다 못한 정확도들을 보였다.

리차드슨은 2015년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40순위, 2라운드에서 뽑혔음에도 2018~19시즌부터 시작되는 4년 4200만 달러(약 485억원) 규모 연장 계약을 따냈었다. 여기엔 외곽 슈팅과 함께 수비가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장신 볼 핸들러 시먼스는 수비에서 상대방 포인트 가드보다는 포워드를 맡는다. 이로 인해 엇갈리는 수비 맞상대 문제를 리차드슨이 크게 해결해줄 수 있다면 레딕이 있을 때보다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천적 호포드를 품다

드래프트를 통해 엠비드-시먼스 조합을 만든 이후 강팀으로서 올라선 필라델피아지만 유독 약한 상대전적을 보였던 팀이 보스턴이다. 지난 시즌까지 2시즌 연속 1승3패의 정규 시즌 맞대결 열세를 보였다. 그리고 2017~18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보스턴을 상대해 1승4패로 물러나야 했다.

이런 일방적인 열세에 한 축을 담당했던 인물이 상대방 센터로 있었던 호포드다. 페인트 구역의 불량배로 불러도 무리가 아닌 엠비드를 꽤 잘 막아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48.4% 야투율을 기록했던 엠비드는 호포드 앞에 선 184포제션 동안 40.0% 야투율에 그쳤고 9턴오버도 범했다.

그리고 호포드는 지난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밀워키 벅스의 야니스 아데토쿤보를 꽤 잘 막아내기도 했다. 기동성과 영리함을 겸비했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까다로움을 안겨주는 수비수다.

호포드는 커리어 동안 센터로서 많이 뛰었지만 파워 포워드로서도 효과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특히 최근인 2017~18시즌에는 커리어 중 가장 큰 비중인 출전시간의 43% 동안 파워 포워드로서 뛰었다.

이로써 필라델피아는 수비 측면에서 큰 업그레이드를 이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버틀러가 떠나면서 메우지 못한 부문은 있다. 바로 승부처에서의 해결사다.

주전 슈팅 가드 자리에 있어 새로 들어온 리차드슨은 전에 있던 레딕에 비해 큰 수비 업그레이드를 제공해줄 수 있다. ⓒAFPBBNews = News1
▶클러치 해결사는 누가

지난 시즌 종료 30초 전 안에 3점차 이내로 뒤지고 있거나 동점인 상황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가 총 11득점의 버틀러였다. 5회의 야투 시도 중 3개 성공과 자유투 5회 중 3구를 성공시켰다. 3점슛은 3회 시도 중 2개 성공을 기록했다.

이런 중요한 막판 승부처에서 맡길 수 있는 선수가 주로 버틀러였다. 외곽에서 볼을 가지고 수비수 앞에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외 필라델피아의 주요 공격수들 가운데 이런 상황에서 뾰족한 성과를 낸 선수는 없는 편이다. 클러치 상황에서 엠비드도 많은 득점을 올렸지만 그렇게 좋은 정확도는 보여주지 못했다.

해리스도 이런 점에서 아쉬운 편이었다. 특히 팀이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해리스의 위력이 더욱 줄어드는 아쉬움이 있다. 여기에다 외곽 슈팅이 거의 없는 시먼스는 이런 긴박한 클러치 상황에서 거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편이다.

새로 들어온 리차드슨이나 호포드가 여기에 답을 줄 수 있을까. 호포드는 종료 5분 안쪽의 클러치 상황에서 훌륭한 효율성을 보여줬지만 거의 시간이 다해가는 시점에서는 빅맨인 탓인지 참여도가 매우 떨어진다. 리차드슨도 딱히 눈여겨볼 성과를 내진 못했다.

이런 점에서 현재 필라델피아의 주요 선수들로부터 아쉬움을 느낄 가능성이 제법 있다. 승부처에서 에이스 센터 엠비드가 떠맡아야 하는 비중이 더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즌의 몇몇 경기를 넘어 플레이오프에서 승부에 결정적인 아쉬운 장면이 나온다면 이 시점으로 돌아와 미련이 생길 수도 있다.

필라델피아는 지난 시즌부터 동부 컨퍼런스 제패와 우승에 대한 야심을 선수단 구성 움직임을 통해 본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의 호포드 영입도 그런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멈췄던 한계를 이번의 움직임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볼 시즌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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