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시상 부문들 중 올시즌의 우승팀 토론토 랩터스에서 나온 수상자는 한 명이었다. 그리고 그 수상자는 이번 토론토의 NBA 파이널 우승에 큰 부분을 차지했다.

가장 향상된 선수(MIP)로서 선정된 파스칼 시아캄(25)이 그 주인공이다. 사실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각) 발표된 NBA 시즌 시상식에서 애초에 각 부문 최종 후보 3인에 들은 토론토 선수는 MIP 부문의 시아캄뿐이었다.

3시즌을 마감한 시아캄은 해마다 꽤 극적인 변화를 거쳤다. 2016년 NBA 드래프트에서 27순위로서 호명된 후 치른 신인 시즌 동안 G리그를 거치며 NBA 경기는 55경기 출전에 그쳤다. 당시 평균 15.6분 출전에 4.2득점 3.4리바운드의 크지 않은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2년차인 지난 시즌에는 평균 20.7분으로 시간이 늘었지만 거의 벤치 출전에 한정됐다. 81경기 중 5경기만 선발로서 나섰다. 플레이오프에서도 10경기 모두 벤치 출전이었다. 이렇게 그의 2017~18시즌 기록은 평균 7.3득점 4.5리바운드였다.

반면 올시즌에는 완전한 핵심 인원으로서 자리 잡았다. 출전시간 평균 31.9분에 80경기 출전 중 79경기에서 주전으로서 뛰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동안 팀에서 3번째로 많은 평균 37.1분 동안 코트에 나섰다.

아직 한창 기량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아캄에게 MIP 수상은 또 한 번의 성장을 위한 자극제가 될 필요가 있다. ⓒAFPBBNews = News1
출전시간뿐만 아니라 경기 당 득점에서도 에이스 카와이 레너드(26.6득점) 다음 2번째로 높은 16.9득점을 기록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2번째로 높은 평균 19득점을 기록했다.

시즌 MIP는 플레이오프 시작 전에 투표가 마감되기 때문에 플레이오프 기록은 별개로 생각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시아캄의 경우에는 시즌 동안 보여준 발전 모습을 플레이오프에서도 효과적으로 반영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NBA 파이널 후에 발표된 그의 MIP 수상은 큰 의미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주전 파워 포워드로서 나선 시아캄이 보여준 활약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또 무엇이 발전했을까. 그리고 더욱 큰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발전을 도모해야 할까.

▶제대로 된 에너지의 실현

시아캄은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올스타 센터 조엘 엠비드와 비슷한 인생 경로를 거쳤다. 두 명은 같은 카메룬 동포로서 청소년기에 NBA 현역 룩 음바아무테의 농구 캠프에 초청받아 선을 보였다.

시아캄은 당시까지만 해도 농구에 별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경기에 참여한 시아캄은 눈에 띄는 에너지를 선보이며 토론토 농구단장 마사이 유지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에너지는 현재까지 시아캄의 농구 커리어를 관통하는 일관된 장점이다. 그리고 206cm 신장 222cm 양팔너비에 달하는 그의 타고난 신체조건은 그런 에너지와 결합되며 큰 효과를 냈다.

농구에서, 특히 최근 NBA에서 역습은 중요한 전략이다. 되도록 상대 수비가 정렬되기 전에 공격 마무리를 도모해 효율적인 득점을 노리기 위해서다. 트랜지션(transition), 공수 교체 때 상대 수비 인원이 모두 백코트하기 전에 득점을 노리는 빠른 페이스의 농구가 더욱 선호 받고 있다.

토론토에서는 올시즌 두 명의 선수가 트랜지션에서 강력한 위력을 보여줬다. 레너드와 시아캄이다. 레너드는 총 254포제션의 트랜지션 공격에서 포제션 당 1.31득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시아캄은 1.26득점이다. 이는 트랜지션 200포제션 이상의 리그 선수들 중 2위 및 4위의 높은 효율성이다.

두 선수 모두 긴 팔과 함께 자신과 바스켓 사이에 수비수가 있어도 마무리할 수 있는 집중력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믿음직한 마무리를 할 수 있다. 또한 플레이오프 동안에도 시아캄은 포제션 당 1.18득점의 아주 높은 트랜지션 공격 효율성을 보여주며 시즌 성과가 헛되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사실 오픈코트에서 위력을 떨치는 능력은 운동능력이 있는 선수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장점이기 때문에 간과되는 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NBA 파이널에서 드레이먼드 그린처럼 위력적인 수비수를 앞에 두고 마무리할 수 있는 능력은 에너지도 필요하지만 기술과 집중력도 따라야 한다.

시아캄에게 주요 슈팅 무기들 중 하나가 훅이며 여기에서의 위력을 안정화시켜야 더 큰 스타로 발전할 수 있다. ⓒAFPBBNews = News1
▶점프슛의 향상

사실 시아캄의 에너지는 지난 시즌에도 제대로 실현됐었다. 전 시즌 시아캄의 트랜지션 효율성도 포제션 당 1.27득점으로 역시 높았다. 다만 그런 위력을 선보일 기회를 적게 받았었다.

올시즌 시아캄이 확연히 출전시간을 늘린 데에는 농구선수로서 기본적인 소양, 점프슛의 발전이 크게 작용했다. 트랜지션이 상황이 아닌 하프코트 공격에서는 결국 점프슛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시아캄의 슈팅 기록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3점슛이다. 전 시즌 경기 당 1.6회의 시도 중 22.0%만 성공시켰다면 올시즌에는 2.7회 시도 중 36.9%만큼 성공시켰다.

그리고 그렇게 자주는 아니더라도 미드레인지 점프슛도 적중률이 전 시즌 30.8%에서 43.8%로 크게 증가했다. 이렇게 시아캄의 전체 점프슛 적중률은 27.3%에서 41.9%로 상승하는 극적인 향상이 나왔다.

빅맨에게도 점프슛 활용이 크게 필요한 시대에서 시아캄은 제대로 응답했다. 아직 자유자재로 드리블 치며 원거리 슈팅을 꽂을 수 있는 경지까지는 아니지만 동료의 움직임으로 생긴 오픈 기회를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을 만큼 실력을 늘렸다.

시아캄에게는 본을 받기에 아주 좋은 동료가 있다. 시즌 동안 주전으로서 같이 뛴 시간도 많았던 센터 서지 이바카다. 이바카도 커리어를 거치며 점프슛 능력을 향상시켰고 그 향상은 소속팀의 성적에 큰 도움을 줬다. 또한 드리블 치며 던지는 점프슛에 있어선 에이스 동료 레너드가 리그 최고의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시즌 프론트코트 동료들인 레너드와 이바카는 시아캄이 더욱 발전을 기해야 하는 부문들에서 출중한 사례를 남긴 바 있다. ⓒAFPBBNews = News1
▶안정성의 필요

시아캄은 시즌 기록 54.9% 야투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기별 기록들을 가졌다. 사실 시아캄의 득점 역할은 에이스보다는 보조자의 차원이었기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혜택이 있었다.

다만 플레이오프에 들어서는 간극이 큰 모습이 나오곤 했다. 4점차로 승리한 NBA 파이널 6차전에서 시아캄은 6회의 3점슛 시도 중 3개를 성공시키는 등 결정적 활약을 했다. 하지만 2차전부터 5차전까지는 총 12개의 3점슛 모두 실패하기도 했다.

올시즌 플레이오프 24경기 동안 47.0% 야투율을 기록한 시아캄에게 40% 이하 야투율은 8경기 있었다. 2라운드에서 4경기,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2경기, NBA 파이널에서 2경기다.

물론 50% 이상 야투율 12경기를 통해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아주 잘 된 경기 바로 뒤에 부진이 나오곤 해서 아쉬움을 주기도 했다. 아직 전면에 나서는 공격수가 아니기 때문에 괜찮긴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전면에 나설 때가 올지도 모른다.

현재 토론토는 큰 갈림길 하나를 남겨 놓고 있다. 수비에 큰 기여를 했던 센터 마크 가솔이 플레이어 옵션을 수락하면서 한 시즌 더 잔류하게 돼 한 시름 덜었지만 가장 중요한 레너드의 잔류는 여전히 미지수다. 레너드가 남느냐 떠나느냐는 다음 시즌 토론토의 위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만약 레너드가 떠나더라도 샐러리캡 여유가 없는 토론토는 확실한 에이스를 영입하기 힘들다. 때문에 시아캄이 전면에 나서는 득점원이 될 수도 있다. 이때 시아캄이 그 벽에 부딪힐 수도 있다. 물론 자유 재량권을 가졌을 때 더욱 위력적인 공격수가 될 가능성도 없진 않다.

그리고 레너드가 남게 됐을 때도 시아캄에겐 더 큰 발전의 필요성이 있다. 신인 계약 마지막 시즌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보여주는지에 따라 다음 시즌 샐러리 235만 달러(약 27억원)와는 차원이 다른 대형 계약을 맺을 수 있다.

토론토 팀 입장에서 보면 아직 신인 계약 하에 있는 시아캄을 통해 큰 이득을 봤다. 그리고 다음 시즌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따라 그에 대한 계약 처우를 어떻게 조절할지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시아캄은 하프코트 공격에서 슈터 역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드리블 움직임 동안오픈 된 동료에게 패스를 찔러줄 수 있는 훌륭한 감각도 종종 보여줬다. 즉 위력적인 슈팅 터치만 더해진다면 정말 파급력이 큰 스타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그의 다음 시즌은 정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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