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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8000만 유로, 한화 약 1055억원. 이강인(18)과 소속팀 발렌시아(스페인) 간 계약에 포함되어 있는 '바이아웃 조항'이다.

바이아웃 조항에 명시된 이적료를 지불하지 않는 한, 이강인의 영입을 위해서는 반드시 발렌시아와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의미다.

발렌시아에 이강인이 어떤 의미의 선수인지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다. 한 축구이적전문사이트는 이강인의 현재 시장가치가 1000만 유로(약 132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선수들 중에는 8000만 유로로 평가받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액수다.

아직 성인대표팀에 데뷔하지도 못한 만 18세 선수를 향한 평가인데, 그 가치는 앞으로 ‘훨씬 더’ 치솟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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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아웃 8000만 유로’의 의미

‘날아라 슛돌이’ 시절부터 남다른 재능을 선보였던 이강인은 10살 때 스페인 발렌시아에 둥지를 틀었다.

재능은 유럽 현지에서도 특출한 수준이었다. 유스팀에서도 월반을 거듭했고, 주(州)대표로도 선발되는 등 각종 대회에서 맹활약했다.

덕분에 이강인은 구단에서도 미래를 책임질 선수로 첫 손에 꼽혔다. 레알 마드리드 등 빅클럽들의 러브콜이 이어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자연스레 발렌시아도 ‘이강인 지키기’에 나섰다. 자칫 헐값에 이강인을 떠나보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2월 1군 정식계약 과정에서 8000만 유로에 달하는 바이아웃 조항이 추가됐다.

발렌시아에 이강인이 어떤 의미인지를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순간이었다. 구단 입장에선 자칫 헐값에 이강인을 떠나보낼 수도 있었을 가능성을 막는 보호장치이기도 했다.

이강인 역시 자신의 가치를 재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바이아웃 8000만 유로’라는 표현은 이후 외신들이 이강인을 소개할 때마다 늘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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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가치는 10개월 만에 ‘10배’ 껑충

시장가치 역시도 시간이 흐를수록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독일 이적전문사이트인 트랜스퍼마르크트는 11일 기준 이강인의 시장가치를 1000만 유로로 책정했다.

2군 소속이던 지난해 8월 시장가치가 100만 유로(약 13억원)이었음을 돌아본다면, 1년도 안 돼 무려 10배가 치솟은 셈이다.

2군 시절의 활약, 그리고 1군과 대표팀 등에서 뛸 때마다 보여준 임팩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상승폭이었다.

아직 1군이나 대표팀 등에서 완전한 활약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액수도, 상승 폭도 극히 이례적인 수준이다.

1000만 유로의 시장가치는 한국 선수들 전체 2위에 해당한다.

손흥민이 8000만 유로로 1위에 오른 가운데, 이강인은 600만 유로(약 79억원) 안팎으로 평가받은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과 권창훈(디종FCO) 등을 제쳤다.

전 세계 2001년생 축구선수들 가운데에서는 5번째로 높다. 레알 마드리드 이적이 확정된 호드리구(브라질)가 4000만 유로(약 527억원)로 2001년생 중엔 으뜸이다.

브라질이나 프랑스, 벨기에 등 축구강국들에서도 손꼽히는 유망주들 가운데 이강인이 당당히 5위에 올라 있다.

일본 언론들이 2001년생, 왼발잡이 등을 묶어 이강인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려는 구보 다케후사(레알 마드리드 2군)의 시장가치는 50만 유로(약 6억원), 이강인의 5%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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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볼’로 입증된 기량, 더욱 치솟을 몸값

이강인와 몸값과 관련된 뚜렷한 상승곡선의 기울기는 앞으로 더욱 가파르게 변할 공산이 크다.

이강인을 향한 다른 구단들의 관심이 커질수록 시장가치는 오르기 마련인데, 최근 이강인 스스로 세계무대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 까닭이다.

이강인은 폴란드에서 열린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한국축구의 새 역사를 썼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패스와 절묘한 드리블 등을 앞세운 그는 한국을 남자축구 사상 첫 FIFA 주관 대회 결승 진출과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대회 기록은 2골 4도움(7경기)이었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이강인은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의 영예까지 안았다.

만 18세 선수가 U-20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수상한 것은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이후 14년 만의 일이자, 역대 최연소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이러한 이강인의 활약상은 자연스레 전 세계 스카우트들의 시선에도 담겼다.

디에고 마라도나와 메시,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을 배출한 U-20 월드컵은 이전부터 축구스타들의 등용문으로 불린 대회로, 이번 대회엔 전 세계 155명의 스카우트들이 찾았다.

이미 U-20 월드컵 과정에서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팀인 아약스(네덜란드)가 이강인의 영입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는 스페인 현지 보도도 나왔다.

레반테(스페인)나 PSV 아인트호벤(네덜란드) 등 이강인의 영입설과 관련해 구체적인 이름이 거론되는 팀들도 속속 나오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이강인을 향한 뜨거운 관심은 몸값과 비례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그의 재능이 프로무대에서 빛나기 시작하면 앞으로 상승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만 18세에 불과한 지금 그가 받고 있는 평가들, U-20 월드컵에서 보여준 재능을 돌아보면 앞으로 그의 가치가 어느 정도까지 오를 지는 짐작조차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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