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도시에서 펼쳐지는 NBA 파이널 우승 팀의 퍼레이드는 항상 큰 축제 분위기다. 그런데 이번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통상의 정도를 넘어서는 환호의 물결이 일어난 듯하다.

6차전 끝에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각) NBA 파이널 우승을 거둔 토론토 랩터스는 17일 토론토 시내를 거치는 퍼레이드를 돌았다. 이에 맞춰 150만 명이 넘는 엄청난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1995~96시즌 창단 이후 구단 첫 우승을 넘어 유일한 캐나다 소재 연고도시 팀의 첫 우승이기에 국가적인 축제이기도 했다. 21세기 들어 북미 4대 프로 스포츠들 중 캐나다 소재 팀의 첫 우승이란 의미도 있는 등 토론토 팀은 큰 위업을 달성했다.

이럴 정도로 이번 토론토의 우승은 다소 의미가 남달랐다. 그렇다면 이런 위업을 두고 토론토 팀 구성원들의 공적에 대해 논해보면 어떨까.

핵심 인원들 중 일부가 7월 프리 에이전트에 돌입할 가능성이 큰 현재 토론토는 큰 분기점을 코앞에 두게 됐다. 때문에 이번 우승에서 공적의 크기는 그 분기점의 의미가 얼마나 큰지를 말해주기도 한다.

잔뜩 달아오른 토론토의 축제 분위기 속에 곧 프리 에이전트가 되는 파이널 MVP 카와이 레너드의 잔류를 향한 성원이 크게 부각됐다. ⓒAFPBBNews = News1
▶NBA 파이널 MVP 레너드

포워드 카와이 레너드(28)는 2013~14시즌 NBA 파이널에서 샌안토니오 스퍼스 소속으로서 생후 22년351일 되는 시점에 빌 러셀 NBA 파이널 MVP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5년 후 이번 NBA 파이널에서는 토론토 소속으로서 생후 27년349일 시점에 생애 2번째 파이널 MVP에 선정됐다.

2013~14시즌 당시 레너드의 파이널 MVP 수상에는 다소 놀랄 만한 성격이 있었다. NBA 파이널 전까지 세 라운드 동안 샌안토니오에서 레너드는 48.4% 야투율로 팀 내 4번째인 평균 13.3득점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NBA 파이널 5경기 동안엔 61.2% 야투율로 팀 내 2번째 평균 17.8득점을 기록했다. 3점슛 성공률은 57.9%에 달했다.

즉 당시 레너드는 샌안토니오의 빅3라 불렸던 팀 던컨-토니 파커-마누 지노빌리가 이끄는 팀 체제 속에서 큰 성과를 올린 선수로서 인식됐었다. 실제 그 무렵 레너드의 선전에 대한 평판도 이런 범주에 있었다.

하지만 이번 플레이오프 동안의 레너드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선수다. 플레이오프에서 특출한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는 진정한 슈퍼스타가 어울리는 수식어다. 다만 이것이 이번 시즌 토론토로 이적한 뒤로 변한 성격은 아니다. 이미 샌안토니오에서 보여줬던 모습이다.

2016~17시즌 플레이오프 동안 레너드는 야투율 52.5%로 평균 27.7득점 7.8리바운드 4.6어시스트 1.7스틸 0.5블록을 기록했었다. 확연한 에이스로서 견인차 역할을 보여줬다가 컨퍼런스 파이널 1차전에서 큰 발목 부상을 당하며 물러나야 했다.

즉 플레이오프에서도 슈퍼스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량을 보여준 적이 있고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끝까지 건강했을 때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줬다. NBA 파이널 전까지 18경기 동안 레너드는 50.7% 야투율로 평균 31.2득점 8.8리바운드 3.8어시스트 1.6스틸 0.6블록으로 플레이오프 최고의 스타였다.

그리고 NBA 파이널 6경기 동안 43.4% 야투율로 평균 28.5득점 9.8리바운드 4.2어시스트 2스틸 1.2블록으로 개인 득점 기록은 하락했지만 구심점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 특히 경기 분위기와 상관없이 꾸준히 득점을 올려주는 능력이 빛났다.

레너드는 수비수의 대응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점프슛 능력으로 빛났다. 이번 플레이오프 동안 바스켓으로부터 10피트(약 3m) 이상 거리에서 드리블 중 던진 풀업(Pull-up) 점프슛 236회 중 102개(43.2%)가 성공으로 이어졌다. 2점 풀업 점프슛 적중률이 46.8%였고 3점 풀업 점프슛 적중률이 35.9%였다.

그리고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의 2라운드 시리즈 7차전 끝을 장식했던 버저비터, 밀워키 벅스와의 컨퍼런스 파이널 3차전부터 나온 4연승 동안 보여줬던 막판 해결사의 모습 등 레너드는 플레이오프에서 빛날 수 있는 승부사의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 케빈 듀란트의 부상 등으로 맞상대 수비 측면에서 빛날 기회가 적긴 했지만 밀워키 야니스 아데토쿤보를 때때로 저지하는 등 플레이오프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레너드가 이제 곧 프리 에이전트를 앞두고 있다. 플레이어 옵션이 있지만 거둘 가능성이 크다.

최근 플레이오프들에서 열렬한 거리 응원으로 유명한 토론토에서 역시 엄청난 인파의 퍼레이드 참여가 나왔다. ⓒAFPBBNews = News1
▶강력한 수비를 위한 마지막 조각 가솔

레너드와 동일하게 한 시즌 계약이 더 남았지만 플레이어 옵션이 걸린 선수가 센터 마크 가솔(34)이다. 현재 나이의 시점에서 그가 2019~20시즌의 2560만 달러(약 304억원) 샐러리를 이어갈지 아닐지는 불투명하다.

어쨌든 가솔은 이번 토론토의 플레이오프 우승에서 크나큰 역할을 했다. 24경기 야투율 42.2%에 평균 9.4득점 6.4리바운드 3어시스트 0.9스틸 1.1블록으로 큰 숫자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수비에서 결정적 역할을 해줬다.

2014~15, 2015~16시즌 2연속 올해의 수비수에 선정됐던 레너드보다 2012~13시즌 한 번 올해의 수비수에 선정됐던 가솔이 수비에서 보여줄 것이 더 많았던 플레이오프다. 올스타 센터들을 많이 상대했기 때문이다.

우선 1라운드에서 올랜도 매직의 유일한 올스타 니콜라 부체비치는 가솔과 대적한 191포제션 동안 야투율 33.3%에 그쳤다. 그리고 2라운드에서도 올스타 센터 조엘 엠비드는 328포제션에 걸쳐 가솔과 상대하는 동안 35.5% 야투율에 그쳤다. 본인의 컨디션 조절 실패도 있었지만 전에도 가솔 상대로 크게 활약하지 못한 궤적이 있었다.

또한 전 시즌까지 6연속 올스타에 선정된 바 있는 드마커스 커즌스도 NBA 파이널 동안 95포제션에 걸쳐 가솔을 상대했지만 30.0% 야투율로 묶였다. 여기에 가솔이 골밑에 있을 때 다른 상대방 선수들도 큰 힘을 쓰지 못하곤 했다.

2018년 여름 트레이드 때 들어온 레너드에 이어 2월의 트레이드 때 들어온 가솔도 결국 이번 토론토의 우승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이런 레너드와 가솔에 대해 토론토는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접근하게 될까.

▶버틴 끝에 살아난 라우리

커리어를 토론토에서 시작하진 않았지만 2012~13시즌부터 토론토에 합류한 포인트 가드 카일 라우리(33)는 현재 토론토 선수단 중 가장 많은 7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6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끝에 그간 겪었던 갖은 수모를 결국 시원하게 털어낼 수 있게 됐다.

전 시즌까지 라우리는 레너드가 들어오기 전까지 있던 에이스 더마 드로잔과 토론토의 쌍두마차를 형성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시즌에 비해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기 일쑤였다. 반면 올시즌에는 팀 내 득점 가담 비중을 줄이고 볼 핸들러 역할에 더 집중하면서 큰 기여를 보여줬다.

때문에 정규 시즌 0득점에 이어 이번 플레이오프 개막전에서도 0득점에 그치는 등 부진도 있었지만 결국 버텨낸 라우리는 숫자를 넘어선 활약을 했다. 사실 이번 플레이오프 동안 야투율 43.9%와 평균 15득점은 다른 시즌에 비해 좋은 편이 아니지만 토론토는 그가 코트 위에 있을 때 큰 이득을 봤다.

2017년 여름 라우리는 3년 9000만 달러(약 1068억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을 맺었다. 이번 시즌 그의 3120만 달러(약 371억원) 샐러리는 팀 내 최고치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플레이오프에서의 성공은 라우리의 커리어에 있어 큰 전환점의 의미가 됐다.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주축이 될 시아캄

2016년 NBA 드래프트 전체 27순위로서 카메룬인 포워드 파스칼 시아캄(25)의 커리어 출발은 순탄치 못했다. 신인이었던 2016~17시즌 G리그를 오가며 큰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206cm 신장에 양팔너비 222cm의 엄청난 신체길이에다 기동성과 에너지를 겸비한 그의 활동은 결국 출전시간을 따냈다. 또한 1년차 때 단 14.3%였던 3점슛 성공률이 3년차인 이번 시즌 36.9%로 뛰어오른 성과에서 그의 훈련 의욕을 볼 수 있다.

시즌 동안에도 팀에서 2번째인 평균 16.9득점을 기록했던 시아캄은 플레이오프에서도 2번째인 19득점을 기록했다. 파워 포워드로서 페인트 구역에서 던지는 훅의 성공 여부에 따라 야투율이 크게 갈렸지만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그의 확실한 마무리 능력은 큰 도움이 됐다.

▶파이널 MVP 투표에서 공적을 인정받은 밴블릿

파이널 MVP 투표 11표 중 10표가 레너드에게 간 가운데 나머지 1표의 주인공이 벤치 가드 프레드 밴블릿(25)이다. 만약 그 1표가 없었더라면 밴블릿은 칭송 받지 못한 영웅(Unsung hero)이 될 수도 있었지만 결국 명시적인 인정을 받았다.

같은 포인트 가드들이지만 밴블릿과 라우리는 NBA 파이널 시리즈 동안 평균 22.9분을 공유하는 등 각자에게 맡겨진 고유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해냈다. ⓒAFPBBNews = News1
밴블릿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지만 NBA 파이널 동안 상대방 에이스 가드 스테픈 커리의 전담 수비수로서 활약했다. 시리즈 전체 커리의 499포제션 중 토론토의 수비수로서 가장 많이 앞에 선 선수가 198포제션의 밴블릿이다.

시리즈 동안 야투율 41.4%를 기록한 커리는 밴블릿 앞에서 33.3%에 그쳤다. 자신에게 공이 있을 때든 없을 때든 움직일 때마다 워낙 밴블릿이 붙어 다녔기 때문이다.

이미 밴블릿은 지난 시즌 성공을 거둔 토론토의 벤치에서 큰 위치를 차지했었다. 183cm의 비교적 작은 신장이지만 그가 코트 위에 있을 때 토론토는 상대방보다 흑자를 내곤 했다. 다음 시즌까지 계약이 이어지는 그가 토론토에서 앞으로 어떤 대우를 받을지도 흥미로운 사항이다.

▶팀 전체로서 거둔 성공

앞서 언급한 주요 선수들에 더해 슈팅 기복이 나왔지만 수비수로서 활약한 주전 가드 대니 그린(32), 역시 수비에서 힘을 더한 벤치 빅맨 서지 이바카(30), 벤치 득점원으로서 활약한 윙 플레이어 노먼 파월(26)까지 토론토의 주요 8인 로테이션은 좋은 궁합을 보여줬다.

이 선수 조합을 짜 맞춘 선수단장 마사이 유지리, 그리고 처음 부임해 우승을 달성한 닉 널스 감독까지 토론토는 큰 의미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제 과제는 하나다. 레너드와 가솔, 그리고 또 한 명의 프리 에이전트 예정자 그린 등 전력 이탈 가능성에 대비하기다.

사실 플레이오프에서 토론토는 동부 컨퍼런스를 거치는 동안 제법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그만큼 경쟁도가 심해진 컨퍼런스 지형도 안에서 토론토가 다음 시즌 어떤 팀으로서 나타날지 큰 관심이 쏠릴 것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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