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LA 레이커스와 뉴올리언스 펠리컨스 사이에 오갔던 대형 트레이드 제시 소식은 단순한 루머가 아닌 것으로 증명됐다. 결국 서로간의 미래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합의를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각) 실제로 끌어냈다.

레이커스는 론조 볼, 브랜든 잉그램, 조쉬 하트, 그리고 오는 21일 2019년 NBA 드래프트에서 사용하게 될 4순위 픽 포함 세 장의 1라운드 픽, 또한 미래의 드래프트 순위 교환 권리까지 뉴올리언스에 보내면서 6시즌 올스타 경력의 앤써니 데이비스(26)를 받게 된다.

이 트레이드는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고 모라토리엄이 끝나는 7월초까지 공식적으로 실행할 수 없다. 하지만 레이커스와 뉴올리언스는 2월 무렵부터 오래 끌어온 트레이드 협의를 결국 마쳤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스타 데이비스를 옆에 두게 된 르브론 제임스는 다시 팀을 컨퍼런스 정상까지 올릴 수 있을까. ⓒAFPBBNews = News1
이번의 트레이드 합의는 양 팀에게 격변을 의미한다. 지난 2017~18시즌 레이커스에서 출전시간 상위 5인 모두 당시 기준 5년차 이하의 젊은 선수들이었다. 켄타비어스 칼드웰포프, 카일 쿠즈마(24), 줄리언스 랜들, 잉그램, 볼 등 칼드웰포프를 제외하면 모두 신인 계약 하에 있던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제 다음 시즌의 레이커스는 17년차가 되는 르브론 제임스(35)와 8년차가 되는 데이비스가 주도적으로 이끌게 된다. 제임스 외에 이번 시즌 레이커스의 주요 출전선수들 중 다음 시즌에도 계약이 이어지는 선수는 3년차가 되는 쿠즈마뿐이다.

앞으로 신인을 뽑을 수 있는 기회 다수를 뉴올리언스에게 보낸 레이커스는 결국 성적에 초점을 맞춘 스타 위주의 운용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결심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과연 이들은 현실적인 우승후보가 될 수 있을까.

▶스타 트리오를 위한 포석

앞서 언급했듯 이번의 트레이드를 통해 레이커스는 다음 시즌에도 계약이 이어지는 선수들이 정말 없게 됐다. 사실 이번 시즌 레이커스는 제임스를 제외하면 신인 계약이 이어지는 잉그램, 볼, 하트, 쿠즈마에 1년짜리 계약의 몇몇 선수들이 섞인 조합의 선수단이다.

이런 조건에서도 다음 시즌 3744만 달러(약 444억원)를 받게 되는 제임스와 2709만 달러(약 321억원)를 받게 되는 데이비스로 인해 레이커스의 샐러리캡 여유는 그렇게 큰 여유를 두지 못하게 된다. 최소 12인에서 최대 15인의 선수단을 채워야 하는데 다음 시즌 예상 샐러리 캡 1억1600만 달러(약 1375억원) 중 제임스와 데이비스만으로도 55.6%의 비중을 차지한다.

다만 그래도 확실한 스타 선수 한 명을 더 데려올 수 있는 여유는 있다. 최종적으로 샐러리캡의 30%를 차지하는 맥시멈 계약을 맺을 수 있는 7년차에서 9년차 사이의 선수가 현재 레이커스의 현실적 목표다.

다가오는 오프시즌에는 이런 선수들로서 지난 14일 생애 2번째 파이널 MVP를 차지한 카와이 레너드를 비롯해 지미 버틀러, 카이리 어빙, 켐바 워커 등이 프리 에이전트로서 나오게 된다. 이들 중 한 명이 합류하게 된다면 제임스는 마이애미 히트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시절에 이어 또다시 스타 트리오를 결성하게 된다.

일단 데이비스의 영입은 큰 대가를 치른 위험부담이 있긴 하지만 저 스타 선수들을 유혹하기에 좋은 장치가 됐다. 스타 프리 에이전트들에게는 어디에서보다는 누구와 함께 뛰느냐가 더 중요하다.

젊은 선수들 중 유일하게 레이커스의 선택을 받은 쿠즈마를 비롯해 좋은 슈팅 성과를 낼 수 있는 선수들의 충원이 필요하다. ⓒAFPBBNews = News1
▶다음 시즌의 제임스는 어떤 선수일까

2017~18시즌까지 제임스가 보낸 15시즌 중 가장 많은 결장이 있었던 때가 13경기를 빠진 2014~15시즌이었다. 무릎과 허리 쪽 문제가 원인이었으며 12월 8경기 연속 결장이 있었다.

사실 그럼에도 당시 제임스는 철인이란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스타 동료들이 부상으로 쓰러진 플레이오프 동안 거의 홀로 클리블랜드를 NBA 파이널까지 이끌었고 파이널 역사에 남을 만큼 고군분투의 기록들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런 제임스의 커리어는 정말 철인의 이미지를 계속해서 그려왔다. 앞선 15시즌 동안 결장이 시즌 당 4.7경기뿐이었다. 34세로 마감한 2017~18시즌에는 평균 출전시간 리그 전체 1위(36.9분)로서 82경기 모두 출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그 이미지에 꽤 큰 금이 가게 만들었다. 총 27경기 결장에 허벅지 부상으로 인해 한 달 가량 연속 17경기를 빠졌기 때문이다.

개인 컨디션 조절에 있어 상상을 뛰어넘는 투자를 하는 제임스지만 30대 중반 나이에 접어들은 현재 부상에 대한 우려는 이제 마냥 무시할 수 없다. 또한 갈수록 수비 진영에서의 집중도와 의지가 떨어지는 것이 보이고 있다.

대신 의지가 되는 다른 베테랑 스타가 없어서 제임스의 공백기 동안 크게 무너졌던 이번 시즌과 달리 데이비스와 또 한 명의 스타가 합류할 수 있는 다음 시즌에는 제임스의 건강이 치명적인 타격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우승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려면 제임스의 건강은 필수조건이다.

▶이제 데이비스는 플레이오프의 스타가 될까

7시즌을 보내는 동안 데이비스는 MVP 후보 예상에서 곧잘 등장하는 이름이었다. 그만큼 출중한 기량을 뽐내 왔던 데이비스지만 플레이오프와의 인연은 썩 깊지 못하다.

데이비스에게 플레이오프는 2014~15시즌과 2017~18시즌 두 시즌이 전부다. 총 13경기, 데이비스와 같은 스타 선수에게 어울리지 않을 법한 경력이다. 줄곧 몸담아왔던 뉴올리언스가 데이비스의 기량을 잘 이용하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데이비스에게 팀을 승리로 이끄는 무언가가 부족한 것일까.

데이비스와 그의 에이전트 리치 폴은 전자를 생각했다. 때문에 페널티가 따르는 공개적인 트레이드 요청을 한창 시즌이 진행될 때 감행했었고 우여곡절 끝에 원하는 행선지 레이커스로 오게 됐다.

3년차인 2005~06시즌부터 2017~18시즌까지 1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뤄온 제임스와 함께하는 현재 데이비스의 플레이오프 행은 낙관할 만하다. 이제는 얼마나 높이 오를지가 관건이다.

7시즌 커리어 평균 23.7득점 10.5리바운드 2.1어시스트 1.4스틸 2.4블록을 기록한 데이비스는 최고로 빛났던 2017~18시즌에 28.1득점 11.1리바운드 2.3어시스트 1.5스틸 2.6블록을 기록했다. 아직도 20대 중반의 데이비스에겐 상승의 성장곡선이 꽤 오래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데이비스를 살리는 데에 있어 리그 정상 수준의 플레이메이커 제임스는 훌륭한 아군이 될 것이다. 다만 이번 시즌 레이커스를 제대로 무너뜨렸던 수비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파워 포워드 또는 센터 데이비스 자체가 훌륭한 수비수지만 결국 팀 전체 조화가 있어야 명확한 팀 수비 실적을 남길 수 있다.

시즌 후반기 수비가 무너지면서 플레이오프 탈락을 거친 레이커스에게 수비 인원 보충은 최대의 과제다. ⓒAFPBBNews = News1
▶얻을 만큼 얻어낸 뉴올리언스

데이비스의 트레이드 요청 시점부터 꽤나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던 뉴올리언스는 결국 현재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얻어낸 듯하다. 그리고 6%의 낮은 로터리 확률을 뚫고 2019년 드래프트 1순위 권리를 차지하게 되면서 이들의 강팀 재건설 시간표는 꽤나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번 로터리에서 레이커스도 2%의 낮은 확률에도 전체 4순위 로터리 당첨에 드는 큰 행운을 누렸다. 그런 행운까지 뉴올리언스에게 넘어온 현재 신중한 선택이 더해지면 조만간 좋은 팀을 다시 만들 수 있다.

사실 이번 시즌 잉그램, 볼, 하트는 제임스의 공백 동안 팀을 이끄는 데에 있어 한계들을 드러냈다. 때문에 이들이 앞으로 뉴올리언스의 운전대를 본격적으로 잡기는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앞으로 시간이 걸리겠지만 새로 들어오는 신인들을 중심으로 어떻게 성장하느냐가 관건이다.

추가의 미래 1라운드 픽들과 더불어 가능성은 낮지만 혹여 레이커스가 뉴올리언스보다 성적이 낮으면 보다 높은 드래프트 픽을 얻을 수 있기에 뉴올리언스는 완전히 미래에 초점을 맞췄다.

▶활짝 열리게 된 서부 컨퍼런스 제패의 길

이번 NBA 플레이오프는 서부 컨퍼런스의 맹주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프리 에이전트가 되는 케빈 듀란트와 클레이 탐슨 두 명 모두 장기 결장이 예상이 되는 치명적 부상을 입었다. 저 두 명과의 재계약이 이뤄지더라도 다음 시즌 그들의 성적을 크게 낙관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5시즌 플레이오프 연속 골든스테이트가 제패했던 서부 컨퍼런스에는 새로운 지형도가 그려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2시즌 연속 골든스테이트를 위협했던 휴스턴 로켓츠에서도 현재 꽤 큰 변화를 거칠 수도 있다는 소식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판세에서 레이커스는 경쟁의 선두주자들 중 하나로서 나설 밑그림을 마련했다. 물론 아직 단 두 명의 슈퍼스타들만 있기에 나머지 선수들을 어떻게 채우느냐의 중요한 채색 과정이 남았다. 그래도 농구에서는, 특히 플레이오프에서는 어떤 스타들이 팀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뉴올리언스에게 넘긴 다수의 드래프트 픽들, 그리고 다음 시즌이 끝나면 프리 에이전트로서 홀연히 떠날 가능성이 없지만은 않은 데이비스, 이렇게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일어날 개연성은 존재하는 위험부담을 안고 레이커스는 블록버스터 트레이드를 감행했다. 때문에 7월 오프시즌 레이커스의 행보는 큰 주목을 끌 수밖에 없게 됐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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