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A 레이커스는 6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에다 농구 단장이었던 매직 존슨의 돌연 사퇴로 인해 여러모로 어수선하고 우울한 분위기다. 오랜 세월 꾸준히 유지해온 명문 팀으로서의 위상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반면 10년 전만 해도 그 위상이 제대로 세워졌던 때다. 2009년 6월15일(이하 한국시각), 10년 전 오늘이 레이커스가 구단 역사 15번째 우승을 거둔 날이다. 올랜도 매직을 상대한 NBA 파이널 5차전 끝 원정에서 래리 오브라이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당시 레이커스는 바로 전 2007~08시즌에도 NBA 파이널에 진출해 보스턴 셀틱스와 상대하는 클래식 매치를 가졌지만 보스턴의 구단 우승 횟수를 17회로 늘려주는 데에 그쳤다. 즉 바로 차기 시즌 재도전을 거친 후 얻어낸 우승이다.

또한 1999~00시즌부터 2001~02시즌까지의 3연속 우승 후 7년 만에 맞이하는 우승이기도 하다. 그리고 훗날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2009~10시즌까지 이어지는 2연속 우승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NBA 파이널 재도전과 2001~02시즌 후 꽤 굴곡을 거친 후 맞이한 우승이었기에 2008~09시즌 레이커스 인원들의 우승 기쁨은 배가됐다. ⓒAFPBBNews = News1
이렇게 2000년대를 관통해 총 5회 우승을 달성한 레이커스에게 공통으로 존재한 슈퍼스타가 코비 브라이언트다. 그리고 브라이언트가 2000년대 리그를 지배한 슈팅 가드로서 제대로 인정받았던 때가 바로 2008~09시즌 플레이오프다.

이에 레이커스가 다시 영광을 차지한 2008~09시즌 플레이오프와 NBA 파이널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고자 한다.

▶리그 2위, 서부 컨퍼런스 1위로 마감한 레이커스

65승17패(승률 79.3%)를 통해 레이커스는 66승의 동부 컨퍼런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 이어 리그 2위에 올랐다. 그리고 서부 컨퍼런스에서는 2위에서 4위까지 3팀이 동일한 54승을 거두며 레이커스가 11경기차로 넉넉하게 플레이오프 1번 시드를 확보했다.

레이커스 구단 역사에서 65승은 1986~87시즌과 함께 공동 3번째로 좋은 성적이다. 69승의 1971~72시즌 및 67승의 1999~00시즌, 이렇게 65승 이상의 4시즌에서 레이커스는 모두 NBA 파이널 우승을 거뒀다.

당시 레이커스 선수들 중 브라이언트, 데릭 피셔, 트레버 아리자 3명이 82경기 모두 출전했다. 여기에 핵심 인원들인 파우 가솔(81경기)과 라마 오덤(78경기)도 각자 적은 결장을 거치며 시즌 내내 탄탄한 성적을 유지했다.

▶순탄치만은 않았던 서부 컨퍼런스 제패

1번 시드 레이커스는 1라운드에서 8번 시드 유타 재즈를 4승1패로 꺾으며 나름 무난하게 통과했다. 시리즈 동안 레이커스가 평균 106.6득점이었다면 유타는 97.4득점이었다.

대신 2라운드부터 거친 길이 시작됐다. 5번 시드 휴스턴 로켓츠 상대로 레이커스는 7차전 끝에 4승3패로 통과했다. 평균 득점은 레이커스가 97.9득점, 휴스턴이 90.6득점이었지만 7경기 동안 서로 간의 경기력 편차가 컸다.

당시 휴스턴에서는 야오밍이 3차전 끝에 빠지며 딱히 뾰족한 창이 없었지만 바로 다음 시즌 레이커스에 합류한 메타 월드피스를 비롯해 셰인 배티에, 루이스 스콜라, 칼 랜드리 등 거친 플레이를 걸어오는 선수들이 많았다.

그리고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만난 2번 시드 덴버 너겟츠 상대로는 4승2패로 통과했다. 레이커스가 평균 105.7득점이었다면 덴버는 102득점이었다.

카멜로 앤써니-천시 빌럽스-JR 스미스-케년 마틴-네네 5인이 핵심 멤버였던 당시 덴버는 4차전까지 2승2패 동률을 만들며 위협했지만 레이커스가 5차전부터 여유 있게 2연승을 거두며 따돌렸다.

▶창단 후 2번째 NBA 파이널 진출을 이룬 올랜도

1989~90시즌에 비교적 늦게 창단한 올랜도 매직은 샤킬 오닐과 앤퍼니 하더웨이가 있던 1994~95시즌에 첫 NBA 파이널 진출을 이뤘다. 그리고 14년 만에 다시 NBA 파이널에 올랐다.

사실 2008~09시즌 당시 드와이트 하워드-히도 터클루-라샤드 루이스 3인이 핵심인원으로 나선 올랜도에 대해 큰 기대를 하긴 주저할 만했다. 59승23패(승률 72.0%)의 좋은 성적이었지만 3번 시드 올랜도 앞에는 66승 클리블랜드와 62승 디펜딩 챔피언 보스턴이 있었다.

게다가 비슷한 인원 구성으로 2006~07시즌 1라운드에서 물러났고 2007~08시즌에는 2라운드에서 물러났다. 때문에 2008~09시즌 2라운드에서 보스턴을 4승3패로,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클리블랜드를 4승2패로 물리치며 NBA 파이널에 진출한 올랜도는 제법 신선한 물결을 일으켰다.

특히 컨퍼런스 파이널 2차전 마지막에 시즌 MVP 르브론 제임스에게 버저비터 3점슛을 얻어맞고 1점차로 패했지만 올랜도는 그 뒤 홈에서 2연승을 거두며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전력 차가 나온 NBA 파이널 시리즈

서부 컨퍼런스에서 나름 힘겨운 대결들을 거치고 온 레이커스는 홈에서 치른 NBA 파이널 1차전을 100-75, 25점차로 승리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보였다. 올랜도는 29.9% 야투율이라는 극악의 부진을 보이며 파이널 무대의 압박감을 그대로 표출했다.

시리즈 동안 레이커스가 평균 100.6득점을 올리는 동안 올랜도는 91.2득점을 올렸다. 시리즈를 거치면서 올랜도의 경기력은 나아졌고 3차전 홈으로 돌아와 1승을 건지기도 했지만 4차전 연장전 8점차 패배가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생애 첫 파이널 MVP 트로피를 들어올린 2008~09시즌 브라이언트는 누구보다도 큰 성취감을 느낄 자격이 있었다. ⓒAFPBBNews = News1
1승3패에 몰린 올랜도는 5차전 큰 반격을 기해보지 못하고 패했다. 레이커스에서 센터 앤드류 바이넘이 야투 8개를 실패하는 부진을 보이기도 해지만 올랜도의 최고 연봉자 루이스는 13개의 야투와 9개의 3점슛을 실패하며 난관에 빠졌다.

시리즈 동안 평균 두 자릿수 득점자들로서 레이커스에는 브라이언트(32.4득점), 가솔(18.6득점), 오덤(13.4득점), 아리자(11득점), 피셔(11득점)가 있었다. 그리고 올랜도에는 터클루(18득점), 루이스(17.4득점), 하워드(15.4득점), 레이퍼 알스턴(10.6득점), 마이클 피트러스(10.6득점)가 있었다.

▶파이널 MVP 브라이언트

NBA 파이널 5경기 동안 브라이언트는 평균 43.8분 동안 43.0% 야투율로 32.4득점 5.6리바운드 7.4어시스트 1.4스틸 1.4블록을 기록하며 파이널 MVP를 수상했다. 이전 레이커스의 3연속 우승 동안엔 오닐이 매번 파이널 MVP에 올랐지만 이번엔 확연한 에이스로서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NBA 파이널에 오르기 전 서부 컨퍼런스를 제패하기까지 18경기 동안 평균 40분 동안 46.6% 야투율로 29.6득점 5.3리바운드 4.9어시스트 1.7스틸 0.8블록을 기록했다.

2008~09시즌 NBA 파이널의 평균 32.4득점은 브라이언트의 NBA 파이널 득점 중 가장 높다. 그 다음이 2009~10시즌의 평균 28.6득점이다.

당시의 브라이언트는 상대 수비 입장에서 답을 내놓기 꽤나 힘든 공격수였다. 수비 입장에서 나름 최선의 저항을 하지만 결국 넣어버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야투율이 그렇게 높진 않아도 발동이 걸렸을 때의 브라이언트는 아무리 좋은 수비라도 무시할 정도의 위력을 보여줬다.

파이널 시리즈 동안 브라이언트가 시도한 야투 135회 중 99회가 바스켓으로부터 10피트(약 3m) 이상의 거리에서 던진 점프슛들이다. 그 99회 중 42개(42.4%)를 성공시켰는데 대부분 수비수를 앞에 두거나 등진 상태에서 축발을 중심으로 한 페이크를 통해 순간적인 공간을 만들어 던진 경우들이다.

▶가솔-바이넘-오덤 3인조 중심의 튼튼한 조력자들

당시 레이커스를 이끈 선수가 브라이언트라면 튼튼한 받침대 역할을 해준 선수들이 3인 로테이션을 구성한 가솔-바이넘-오덤 빅맨 3명이다.

여기에서 열쇠가 가솔이다. 올시즌 18년차 현역으로서 꽤 힘든 황혼기를 보냈지만 당시의 8년차 가솔은 213cm의 신장이지만 파워 포워드와 센터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기동성과 기술 그리고 높이를 겸비했었다.

하워드 상대로도 큰 열세를 보이지 않았던 레이커스 가솔과 오덤 빅맨 조합은 2000년대 말 강팀 레이커스의 중요한 구성원이었다. ⓒAFPBBNews = News1
여기에 208cm 신장 벤치 빅맨 오덤은 스몰 포워드로 시작했던 만큼 다양한 스킬들을 가지고 있어 자신 옆에 어느 유형의 빅맨이 있든지 잘 조화될 수 있는 유형이다. 이 덕분에 당시 레이커스의 빅맨 3인조는 꽤 좋은 위력을 발휘했다.

여기에 여전히 15년차 현역으로서 뛰고 있을 만큼 당시 24세의 5년차 아리자가 젊은 에너지를 통해 역동적 국면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서부 팀들을 상대로 35.6% 야투율의 고전을 치렀던 13년차 베테랑 피셔는 NBA 파이널 동안만큼은 50.0% 야투율로 쏠쏠한 기여를 해줬다.

당시 벤치 멤버였던 6년차 루크 월튼은 현재 레이커스의 감독으로서 일하고 있다. 그만큼 시간이 많이 흐른 현재 레이커스가 다시금 과거 탄탄한 전력을 가진 팀으로 언제 탈바꿈할 수 있을지 리그 전체의 시선이 쏠려 있기도 하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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