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즉시 전력감, 혹은 `중고 신인'이라 불린다. 신인이면 신인이지 중고는 무슨 말인가.

이유가 있다. 프로에서 뛴 경험이 상당하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이들은 '새내기'다. 올해 연봉은 계약금 없이 정확히 2700만 원이다. KT 이대은(31)과 삼성 이학주(30), 그리고 SK 하재훈(30)이다.

재능은 탁월했다. 하지만 KBO리그는 종착역이 아니었다. 고교 졸업 후, 더 큰 꿈을 좇기로 했다. 한국을 넘어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 메이저리그로 향했다,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다. 성공 대신 실패였다. 쓴맛을 본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빅리그 입성 직전까지 간 이들을 향한 KBO리그의 관심은 상당했다. 특히 전력이 약한 팀들에 이들의 존재는 굴러들어온 복이었다.

하지만 명확하게 갈렸다. 재밌는 것은 이들의 활약도와 팀 성적이 절묘하게 일치한다는 점이다. 알짜배기 즉시 전력감, 그리고 실속 없는 중고 신인, 극과 극으로 나뉜 KBO리그 해외 유턴파다.

SK 하재훈. 스포츠코리아 제공
타자에서 투수로…비룡군단 지키는 마무리 하재훈

SK는 복권에 당첨이 된 기분이다. 유턴 3인방 중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선수, 하재훈이다. 지난 2008년 마산 용마고를 졸업한 하재훈은 시카고 컵스와 10만 달러 계약을 맺고 미국으로 떠났다.

고교 시절에 포수와 야수로 뛰었고 컵스로 가면서 외야수로 포지션을 정했다. 타격은 부족했지만 수비는 점점 기량이 성장했다. 그렇게 싱글, 더블A를 거쳐 2013년에 트리플A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손목 부상으로 인해 정체기에 빠지자 투수로 전향했다.

쉽지 않았다. 20대 중반이 넘었는데 투수로 새롭게 시작했으니 앞이 깜깜했다. 2015시즌이 끝나고 마이너리그 FA 신분이 됐지만 갈 곳이 없자 일본으로 갔다.

그리고 다시 야수가 됐다. 2016년 일본프로야구 도쿄 스왈로즈를 거쳐 2017년 일본 독립리그에 있다가 지난 2018년 9월에 열린 2019년 KBO리그 드래프트에 참여했다. 그리고 전체 16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SK는 그의 재능을 눈여겨봤다. 하재훈이 갖고 있는 빠른 속구에 매력을 느꼈고 염경엽 감독은 그를 '투수'로 선언했다. 기회가 찾아왔다. 하재훈의 구위는 점점 좋아지는데 기존 마무리 김태훈이 난조에 빠졌고, 대안으로 거론된 선수들도 버텨내지 못했다. 염 감독은 하재훈에 마무리를 맡겼다.

14일 기준, 그렇게 하재훈은 33경기에 나서 5승 1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1.13을 기록했다. 하재훈의 역량을 최대한을 끌어내고 그가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방식으로 기용을 했고, 효과를 봤다. 그 덕에 팀 성적도 두산과 함께 리그 최상위권이다.

염경엽 감독은 "하재훈은 아직 인정을 받고 있는 중이다. 후반기 정도에나 페이스가 올라올 것이라 봤는데, 조금 빨리 왔다. 하지만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다"라고 말한다. 알짜배기 선수를 제대로 영입한 SK다.

삼성 이학주. 스포츠코리아 제공
타고난 천재인가 겉멋 수비인가, 두 얼굴의 이학주

고교 시절부터 촉망받는 내야 유망주였다. 그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선수들이 LG 오지환, 삼성 김상수, 두산 허경민, KIA 안치홍이다. 지난 2008년 충암고 3학년 때 이학주는 115만 달러를 받고 미국 시카코 컵스로 떠났다.

이후 템파베이 레이스로 트레이드, 빅리그 입성을 노렸다. 수비는 메이저리그 수준, 하지만 타격이 아쉬웠다. 2011년부터 꾸준히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했지만 2% 부족했다. 2013년에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에 이어 2014년 트리플 A에서 뛰고도 빅리그 승격에 실패했다.

샌프란시스코 마이너리그를 찍고 미국을 떠나 2017년 일본 독립리그에서 잠깐 뛰다가 2019년 KBO리그 드래프트에 나섰다. 빅리그 직전까지 갔던 그의 경험이나 잠재력을 봤을 때, 상위 지명은 확실했다. 그렇게 전체 2순위로 삼성에 지명이 됐다.

기대가 컸다. 김상수와 함께 삼성의 키스톤을 책임질 자원으로 봤다. 하지만 KBO리그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11일 기준, 이학주는 61경기에 나와 202타수 53안타 타율 2할6푼2리 5홈런 21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격은 무난하지만 수비에서 실책이 무려 12개다. 리그 최다 실책이다.

수비 스타일이 폼이 크고 화려하다 보니 일각에서는 겉멋 수비라 부르기도 했다. 이학주 본인도 시즌 초반에는 부담감이 심했고 김한수 감독도 고민이 많았다. 시즌을 치르면서 조금씩 안정감을 찾고 있지만, 여전히 기대만큼은 아니다. 중위권 삼성 입장에서 이학주는 더욱 활약을 해줘야 한다.

KT 이대은. 스포츠코리아 제공
검증된 10승 투수 데려간 KT, 기대 이하 이대은에 맘고생

세 명의 해외 유턴파 중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 예상했던 선수, 투수 이대은이었다. 지난 2007년 신일고 졸업 전에 시카코 컵스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미국으로 떠난 그는 마이너리그 트리플 A까지 올라가며 통산 135경기에 나서 40승 37패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했다.

하지만 빅리그 승격 기회를 놓치고 마이너리그 FA 신분이 되자 미국을 떠나 2015년 일본 지바 롯데에 입단했다. 선발과 불펜을 오고 가며 시즌 9승 9패 평균자책점 3.84를 기록했다. 평균 150km에 가까운 속구를 뿌리는 정통파 우완 투수의 강점은 확실했다.

오른손 투수가 부족했던 당시 한국 대표팀은 2015년 '프리미어 12' 대회에 과감하게 그를 국가대표로 발탁하기도 했다. 이후 이대은은 국가대표로 뛴 경력을 토대로 경찰청 야구단에 들어가서 2년간 야구를 하며 군 복무를 마쳤다. 전역과 동시에 참여한 드래프트, 모두의 예상대로 KT에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다.

KT의 선발진 한 축을 맡아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실망에 가깝다. 9경기 나와 1승 2패 평균자책점 5.36을 기록 중이다.

팔꿈치, 그리고 손가락 부상이 연달아 겹치면서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은 당분간 이대은을 선발 대신 불펜으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직까지는 실속 없는 이대은의 모습에 하위권 KT는 씁쓸함이 크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분석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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