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96시즌 창단 이후 첫 NBA 파이널 진출 중에 있는 토론토 랩터스가 이제 우승에 단 1승만 남겨 놓고 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3승1패로 앞서며 매우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6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루고 있는 토론토지만 지난 시즌까지 이들에 대한 플레이오프 평판은 썩 좋지 못했다. 지난 2시즌 연속 2라운드에서 4연패 스윕으로 물러나 그 실망감은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올시즌 토론토는 인원 구성 면으로도, 실제 경기력으로도 많이 달라졌다. 시즌 성적은 59승의 지난 시즌보다 적은 58승으로 마감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기 위한 결정적 구성요건들을 충족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다.

2018년 여름 트레이드를 통해 토론토는 플레이오프 우승을 위해 필요한 요소인 냉정한 승부사이자 강력한 수비수 카와이 레너드를 얻었다. ⓒAFPBBNews = News1
그 중 하나가 수비다. 이번 플레이오프 동안 이들이 꺾고 온 상대방들 모두 바로 전 라운드까지 기세등등한 득점력을 뽐냈었다. 하지만 토론토를 상대하는 동안에는 한풀 꺾이고 말았다. 현재의 상대방 골든스테이트도 마찬가지다.

이에 이들이 현재까지 보여줘 온 강력한 수비의 힘에 대해 집중 조명을 비추고자 한다. 1승3패 궁지에 몰린 골든스테이트가 어려움을 딛고 3연속 우승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토론토의 수비력을 극복해내야 한다.

▶라운드별 상대방 득점력의 변화

1라운드에서 토론토가 4승1패로 꺾은 7번 시드 올랜도 매직은 1라운드 참여 팀들 중 5번 시드 인디애나 페이서스와 공동으로 가장 낮은 공격지표로 마감했다. NBA 닷컴에 따르면 1라운드 5경기 동안 올랜도는 100포제션 당 95.8득점으로 마쳤다.

올랜도는 정규 시즌 공격지표 22위(108.1)로 마감해 썩 좋은 공격력의 팀이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올스타 휴식기 이후의 올랜도는 달랐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의 23경기 기간으로 한정하면 리그 9위의 100포제션 당 112.1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2라운드에서 만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는 1라운드 동안 참여 16개 팀들 중 3위의 공격지표(115.7)를 기록했었다. 반면 2라운드에서는 참여 8개 팀 중 7위(103.6)의 공격지표를 기록했다.

컨퍼런스 파이널의 상대방 밀워키 벅스는 1라운드에서 16개 참여 팀들 중 2위(120.2)의 공격지표, 2라운드에서는 8개 참여 팀들 중 5위(108.0)지만 동부 컨퍼런스 중에선 가장 높은 공격지표를 뽐냈었다.

하지만 지구결승에서 토론토가 100포제션 당 107.3득점을 올리는 동안 밀워키는 106.3득점에 머물며 2승4패로 물러나야 했다.

그리고 현재 NBA 파이널에서 맞붙고 있는 골든스테이트는 NBA 파이널 전까지의 세 라운드 각각 1위의 공격지표를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20경기를 치른 현재 시점에도 골든스테이트는 모든 참여 팀들 가장 높은 공격지표(114.6)를 기록 중이다.

앞선 플레이오프 11경기 동안 모든 선수들 중 가장 높은 평균 34.2득점을 기록 중이던 케빈 듀란트가 전혀 참여하지 못했음에도 컨퍼런스 파이널 동안 골든스테이트는 100포제션 당 113.3득점을 올리며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를 4연승 스윕으로 물리쳤다.

이런 골든스테이트가 NBA 파이널에 올라와서는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각) 4차전까지 1000포제션 당 107.2득점에 그치고 있다. 반면 토론토는 100포제션 당 115.1득점을 올리고 있다.

부상 탓도 있겠지만 6시즌 연속 올스타 경력의 드마커스 커즌스가 마크 가솔을 필두로 한 토론토의 수비 앞에서 꽤나 큰 고전을 치르고 있다. ⓒAFPBBNews = News1
▶오프시즌 큰 체질변화를 기한 토론토

2018년 여름 리그에 큰 파장을 일으킨 뉴스들 중 하나가 더마 드로잔-카와이 레너드(28) 트레이드였다. 9시즌 줄곧 토론토에서 뛰던 스타 드로잔을 샌안토니오 스퍼스로 보내면서 1시즌 계약만 남은 레너드를 들여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벤치 센터 야콥 퍼들을 보내고 슈팅 가드 대니 그린(32)을 받기도 했다.

2017~18시즌까지 르브론 제임스의 팀이 8시즌 플레이오프 연속 동부 컨퍼런스를 제패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제임스라는 슈퍼스타를 저지할 강력한 수비수가 다른 팀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토론토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제임스는 서부 컨퍼런스로 떠나고 이번 시즌 아예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하지 못했지만 2시즌 연속 올해의 수비수 경력의 레너드는 분명 우승을 꿈꾸는 팀이 탐낼 수비 자원이다. 그리고 밀워키의 야니스 아데토쿤보를 상대한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그 진가가 나왔다.

토론토는 돌파 공격 중심의 아데토쿤보를 상대로 포위망을 형성하는 협력 수비 전략을 들고 나왔고 점차 스몰 포워드 레너드를 본격적으로 파워 포워드 아데토쿤보의 앞에 많이 세웠다. 시리즈 동안 44.8% 야투율을 기록한 아데토쿤보는 레너드 앞에 섰을 때 시도한 야투 34회 중 12개(35.3%)만 성공시켰다.

여기에 198cm 신장 가드 그린도 201cm 신장 레너드와 마찬가지로 수비 담당 포지션 범위가 넓은 수비수다. 이번 플레이오프 동안 주로 맡아온 선수들로서 포인트 가드 스테픈 커리부터 시작해 파워 포워드 토바이어스 해리스까지 다양한 체격의 선수들 앞에 서며 큰 기여를 해왔다.

슈팅 기복으로 인해 출전시간이 안정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있지만 장기인 속공 수비를 비롯해 그가 코트 선 시간 동안 토론토는 경기 당 4.4점차라는 쏠쏠한 코트 위 마진 흑자를 냈다.

▶강력한 수비에 화룡점정이 된 가솔

5인 농구의 수비에서 센터는 포지션 이름 그대로 팀의 중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동료 선수들의 등 뒤에서 픽앤롤 수비 등 각종 상황에 대한 지시를 하는 한편으로 동료를 제치고 들어온 공격수를 저지하는 최종 수비를 맡는다.

이런 측면에서 NBA 파이널 동안 마크 가솔(34)은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현재의 골든스테이트에는 위협적인 3점 외곽 슈팅 능력을 지닌 센터들이 없기 때문에 가솔은 더욱더 골밑 파수꾼 역할에 집중할 수 있다.

현재까지 NBA 파이널 시리즈 192분 동안 100포제션 당 107.2실점을 기록 중인 토론토는 가솔이 코트 위에 있던 115분 동안 100.4실점만 내줬다. 이는 파이널에서 100분 이상 뛴 토론토 인원들 중 가장 좋은 개인 수비지표다.

그리고 토론토는 마침 플레이오프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 센터가 에이스인 팀들을 만나 가솔을 통해 톡톡한 효과를 봤다. 1라운드 상대방 니콜라 부체비치는 가솔 앞에서 39회 야투 시도 중 13개(33.3%)만 성공시켰다. 2라운드 상대방 조엘 엠비드는 가솔 앞에서 62회 야투 시도 중 22개(35.5%)만 성공시켰다.

토론토는 2월 트레이드 데드라인 무렵에 멤피스 그리즐리스로부터 2012~13시즌 올해의 수비수 경력 센터 가솔을 얻기 위해 센터 요나스 발란츄나스를 비롯해 벤치 멤버들인 CJ 마일스와 델론 라이트를 보내면서 벤치 약화의 위험을 감수했다.

하지만 7차전 끝에 간신히 통과한 2라운드를 포함해 가솔의 영입은 이들이 구단 최고의 플레이오프 역사를 쓰고 있는 데에 필수적인 과정으로 보인다.

이번 NBA 파이널 시리즈 동안 커리에게 밴블릿은 성가신 수비수 그 자체다. ⓒAFPBBNews = News1
▶슈퍼스타 커리를 괴롭히고 있는 벤치 가드 밴블릿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 이따금씩 안 풀리는 모습을 보여줬던 커리는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펄펄 날아다녔다. 4경기 각각 36득점 두 번과 37득점 두 번으로 듀란트 없는 골든스테이트가 4연승 스윕으로 통과하도록 이끌어줬다.

하지만 현재의 커리는 듀란트가 없을 때의 난관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본인에게 토론토 수비수들의 눈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토론토 벤치 가드 프레드 밴블릿(27)은 커리 수비에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있다.

벤치 인원이지만 밴블릿은 파이널 시리즈 동안 팀에서 4번째로 많은 평균 33.4분을 뛰고 있다. 주전 센터 가솔(28.8분) 및 주전 슈팅 가드 그린(28.1분)보다 많이 뛰고 있다.

이와 한편 코트 위 마진에서 밴블릿은 팀에서 가장 큰 경기 당 7.5점차를 기록 중이다. 재빠른 센터가 없는 골든스테이트 상대로 밴블릿의 돌파 공격이 통하는 한편으로 그의 수비도 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널 시리즈 동안 커리를 가장 많이 상대하는 수비수가 다름 아닌 밴블릿이다. 경기 당 33포제션에 걸쳐 커리 앞에 서고 있다. 이는 밴블릿에게도 이번 플레이오프 동안 가장 많은 수비 배정이다. 종전 가장 많은 수비 배정은 1라운드 때 경기 당 20.8포제션의 테렌스 로스 상대였다.

파이널 동안 42.0% 야투율 및 35.7% 3점슛 성공률을 기록 중인 커리는 밴블릿 앞에서 시도한 26회 야투 시도 중 8개(30.8%)만 성공시켰다. 3점슛은 14회 시도 중 3개(21.4%) 성공에 그쳤다.

커리를 위한 스크린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붙어 다니는 밴블릿의 밀착 수비가 통하고 있다. 반칙의 경계선을 타는 밀착 수비로 인해 커리가 슈팅 밸런스를 잃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외 이따금씩 파울 트러블에 걸리긴 하지만 공격자 반칙 유도를 종종 제공하는 카일 라우리(33), 긴 팔과 기동성으로 바삐 움직이고 있는 주전 포워드 파스칼 시아캄(25), 시즌 때 오랜 기간 주전 센터로서 나선 적이 있는 벤치 빅맨 서지 이바카(30)까지 플레이오프와 NBA 파이널에서 필요한 수비를 토론토가 보여주고 있다.

레너드를 비롯해 토론토가 훌륭한 공격을 선보이고 있는 한편으로 수비가 밑받침되고 있기 때문에 2연속 디펜딩 챔피언 골든스테이트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있다. 만약 5차전 듀란트의 복귀가 이뤄진다면 토론토의 수비가 어떤 대처를 보여주는지도 흥미 있게 지켜볼 관전 사항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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