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란 스포츠혁신위 위원장. 연합뉴스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체육계 개혁을 목표로 출범한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가 파격에 가까운 권고안을 내놨다. 체육계는 현장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이 되지 않은 제안이라 말한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에 혁신위의 권고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글까지 등장했다.

스포츠혁신위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학교 체육을 정상화를 위해 엘리트 육성시스템 전면 혁신, 일반 학생의 스포츠참여 활성화를 주로 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문경란 스포츠혁신위원장은 "학교 스포츠의 비정상성이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기에 구촉된 기존 엘리트 육성시스템과 이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해온 학생 선수 육성시스템의 폐단과 한계로부터 연유한다고 판단했다"며 "근시안적인 단기 대응이나 파편적인 제도 시행만으로는 학교 스포츠의 정상화가 어렵다고 보고 정부가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체육계에서 일어난 폭력·성폭력 등과 관련한 사건 및 사고로 인해 지난 2월 스포츠혁신위원회가 구성이 됐다. 지난달 7일 1차로 스포츠 인권 분야 권고안이 나온 이후, 한 달이 지난 이날 2차 권고가 나왔다. 이번 2차 권고안은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근간이 되는 학교 스포츠 정상화가 체육계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으로 봤다.

혁신위는 학생 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학기 중 주중 대회 참가와 개최를 금지하고 최저학력제 도달 학생만 대회 참가를 허용하는 방안을 촉구했다. 운동 뿐 아니라 정규수업 참여 역시 중요하다는 것이 혁신위의 생각이다.

문 위원장은 "모든 학생이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스포츠 및 신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학교 스포츠 시스템과 문화를 정립하고 이를 이행할 정책과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실행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다"며 "정부는 대략적인 이행 계획을 수립해 권고안에 첨부했고, 앞으로 로드맵을 수립해 한 단계 한 단계 실행해 나가달라"고 밝혔다.

우선 혁신위는 ▲ 학생 선수의 대회 참가, 훈련시간, 전지훈련 등의 1년 계획을 학교 교육계획안에 포함할 것 ▲ 경력전환 학생 선수 대상 학습지원 프로그램 마련 ▲ 국가대표 학생 선수의 국제대회 참가 시 학습지원 방안 마련 ▲ 주말 대회 운영을 위한 재정 지원 등을 권고했다.

그 외에도 학교 스포츠의 비정상성의 근원을 경기실적 중심의 체육 특기자 진학 시스템에 있다고 판단, 경기력 뿐 아니라 내신 성적과 출결, 면접 등을 반영한 종합적 선발 시스템 전환을 권고했다. 더불어 경기 실적만으로 대학 입학의 당락이 결정되지 않도록 전형요소별 반영비율을 정한 지침을 만들고 이를 대학입학 전형에 반영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문체부 장관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와 협의하도록 권고했다.

이어 과하게 변질이 된 시도간 경쟁과 장시간 훈련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고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국소년체육대회(소년체전)을 학교 운동부와 학교스포츠클럽이 참여하는 '통합 학생스포츠축전'으로 확대 개편하고 중등부와 고등부가 참가하도록 하되, 기존 소년체전 초등부는 권역별 학생스포츠축전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2월에 열린 스포츠혁신위원회 1차 회의. 연합뉴스 제공
문체부는 오는 2020년 상반기까지 관계 기관과 협의를 통해 통합 학생스포츠축전 방안 마련, 2021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그 외에도 학교 운동부 개선 방안으로 ▲ 정규수업 후 훈련 실시…주중 훈련시간 및 휴식시간 규정 마련 ▲ 주말 대회 참여 시 출전일수만큼 학생 선수·지도자 휴식 보장 ▲ 혹서기 혹한기 대회 개최 및 훈련 최소화 ▲ 합숙소 전면 폐지 및 원거리 학생만 제한적으로 기숙사 허용 ▲ 학부모의 비공식적 비용 갹출·지원 금지…위반 시 관련자 엄중 징계 및 학교 운동부 대회 참가 제한 ▲ 학교 운동부 지도자에 대한 불법 찬조금 금지…위반 시 지도자 자격 박탈·영구제명 조치 등도 권고했다.

또 학교 운동부 지도자 고용 불안정 문제 개선을 위한 예산 지원 방안 마련과 일반 학생의 스포츠참여 확대를 위해 ▲ 스포츠클럽과 운동부가 모두 참여하는 종목별 통합 대회 개최와 이를 위한 선수등록제도 개선 추진 ▲ 매년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 비율 목표 설정 및 결과 공표도 제안했다.

생각 이상으로 파격적인 권고안이 나오자 체육계 현장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소년체전 과열 경쟁 방지 및 학생 선수들의 수업 결손을 최소화 하고자 종합채점제를 폐지하고 주말부터 4일간 대회를 열었다면서 이미 개선 정책을 해왔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올해 48회를 맞이한 소년체전이 스포츠 스타에 도전하는 꿈나무들의 경연장이며 우리나라 스포츠를 이끈 주요 원동력이라 말하며 필요성을 주장했다.

특히 일본과 중국의 경우, 생활체육을 지향하다가 현재 우리나라의 엘리트 체육 정책을 모델로 삼아서 다시 회귀한 부분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이번 혁신위의 권고안으로 운동하는 청소년들의 꿈이 접히지 않아야 한다고 뜻을 밝혔다.

한국중고등학교탁구연맹 손범규 회장은 '학교 체육을 말살하는 스포츠혁신위원회 2차 권고안 철회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손 회장은 "현실을 모르고 나온 권고안이다. 공부하면서 운동하는 선수들과 열악한 환경에서 선수들과 함께 하는 지도자들의 꿈을 짓밟는 것이다. 하나도 잘 하기 힘든 세상이다. 보호 제도와 발전을 위한 지원을 요청한다. 판을 깨버리는 그런 권고는 제고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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