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승 후 3연패, 기세 좋게 시작했던 동부 컨퍼런스 1번 시드 밀워키 벅스가 어느덧 구석에 몰리고 말았다. 이제 1패만 더하면 이번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내려오게 된다.

밀워키는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각) 플레이오프 컨퍼런스 파이널 5차전에서 2번 시드 토론토 랩터스에게 99-105로 패했다. 7전4선승제 시리즈에서 2승2패 후 5차전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 경기지만 홈에서 상당시간 우위를 점하고도 패하고 말았다.

지난 시즌까지 NBA 플레이오프 7전4선승제 시리즈 역사에서 2승2패 후 5차전을 승리한 203팀 중 167팀이 시리즈를 승리했다. 82.3%의 비중으로써 그 반대 입장의 팀에게 매우 불리해진 국면임을 알 수 있다.

수비를 몰고 다니는 그리스 괴물 야니스 아데토쿤보의 존재감이 3차전부터는 승리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AFPBBNews = News1
2차전까지 밀워키의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1차전은 36분가량의 시간 동안 뒤져 있다가 4쿼터에 뒤집어 내며 8점차 승리를 가졌다. 2차전에는 단 한 번의 리드로 뺏기지 않으면서 최대 28점차까지 달아나는 등 22점차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2차 연장전까지 간 3차전을 잡지 못한 대가가 너무 크다. 3차전 아깝게 6점차 패배 후 4차전에서는 2쿼터부터 토론토 벤치의 활약에 밀리며 최대 25점차까지 뒤지는 등 18점차 패배를 당했다.

그리고 4차전은 어딘가 1차전의 데칼코마니와 같았다. 36분가량 밀워키가 우위를 잡았지만 4쿼터에 뒤집힌 기세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패했다. 종료 2분44초를 남기고 동점까지 만들어봤지만 나머지 시간 동안 6-12로 밀렸다.

즉 경기 전체 동안으로 보자면 5차전 밀워키는 크게 못한 것이 아니었다. 충분히 경기를 잡아낼 기회들이 있었는데 잡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밀워키가 이런 기회를 잡지 못했을 만큼 한 끗 모자랐던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중요할 때 뺏겨버린 리바운드 우위

기록 숫자로 보면 이번 컨퍼런스 파이널 시리즈에서 리바운드를 더 잘하는 팀은 밀워키다. 시리즈 동안 밀워키의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이 26.5%라면 토론토는 22.3%다. 실제 3차전까지 밀워키가 경기마다 꽤 차이를 두고 리바운드 우위를 가졌다.

하지만 4차전부터 양상이 뒤바뀌었다. 4차전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에서 23.9%-31.3%로 밀워키가 밀렸고 5차전에서도 20.8%-21.1%로 근소하게 밀렸다.

그런데 5차전의 경우에는 4쿼터 승부처에서 문제였다. 3쿼터까지 밀워키는 23.1%-14.6%의 제법 큰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 우위를 가졌다. 하지만 4쿼터 동안에는 11.1%-33.3%로 크게 밀렸다. 4쿼터 동안 토론토가 공격 리바운드 5개를 잡았다면 밀워키는 1개만 잡았다.

사실 경기 전체 동안에도 그렇고 4쿼터에도 그렇고 토론토가 잘 슛한 것이 아니었다. 경기 전체 야투율에서 45.2%-36.9%로 밀워키가 앞섰으며 4쿼터 동안에도 밀워키가 50.0%-42.9%로 앞섰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5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허용한 동시에 턴오버마저 4-0으로 밀리면서 실제 점수는 24-33의 큰 열세를 가졌다. 4쿼터 동안 밀워키가 18회의 야투 시도와 5회의 자유투 시도를 가지는 동안 토론토는 21회의 야투 시도와 14회의 자유투 시도를 가졌다.

4쿼터의 4턴오버 중 2회는 토론토의 스틸을 통해 나왔다. 그리고 토론토는 그 2스틸에서 모두 속공 기회를 잡아 득점으로 연결했다. 이렇게 작은 부분에서 밀리는 양상이 쌓이다 보니 밀워키는 결국 더 잘 슛하고도 패하고 말았다.

올시즌 밀워키가 수비 강호로서 부상한 데에는 리바운드 단속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때문에 리바운드 우위를 되찾아야 승부를 되돌릴 수 있다. ⓒAFPBBNews = News1
▶계속 되고 있는 33% 미만의 3점슛 적중률

더 잘 슛한다는 표현에 있어 3점슛으로 한정한다면 5차전의 밀워키는 토론토에게 밀렸다. 3점슛 적중률에서 밀워키가 32.3%였다면 토론토는 41.9%였다. 4쿼터로 보자면 33.3%-62.5%의 적중률 차이가 나왔고 성공 개수도 2-5로 밀워키가 크게 뒤졌다.

3점슛은 밀워키의 농구에 큰 의미를 가진다. 에이스 야니스 아데토쿤보(25)와 주력 볼 핸들러 에릭 블레드소(30) 두 명 모두 외곽에서 시작하는 돌파 중에 바깥으로 빼주는 패스를 즐겨하며 나머지 슈터들이 이 과정에서 생기는 오픈의 혜택을 입는다.

물론 밀워키의 3점슛들이 이런 오픈 3점슛들로만 구성되진 않는다. 아데토쿤보도, 블레드소도, 여기에 올시즌부터는 주 득점원 크리스 미들턴(28)도 본인의 외곽 드리블 중 수비수 앞에서 그대로 3점슛을 던지는 경우들이 제법 있다.

이런 유형들이 복합되면서 시즌 동안 밀워키는 경기 당 3점슛 시도에서도 리그 2번째(38.2회), 성공에서도 리그 2번째(13.5개)에 올랐었다. 플레이오프에 들어와서도 이 구도는 여전하다. 양 부문 1위 휴스턴 로켓츠에 이어 2위가 밀워키다.

그런데 컨퍼런스 파이널에 들어와서는 토론토에게 3점슛 각 부문의 숫자 모두에서 밀리고 있다. 경기 당 3점슛 시도에서도, 성공에서도, 적중률에서도 모두 토론토가 위에 있다.

여기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이 적중률이다. 시리즈 동안 3점슛 적중률이 30.3%-36.5%로 밀워키가 크게 밀린다. 2라운드까지 3점슛 적중률 35.4%를 기록하던 이들은 컨퍼런스 파이널에 들어와 최고가 5차전의 32.3%였다.

하지만 동시에 시리즈 동안 3점슛이 썩 말을 듣지 않던 토론토가 5차전에 모처럼 41.9% 적중률에 이번 플레이오프 자신들의 최고 기록인 18개 성공의 3점슛 호황을 누렸다.

동료의 패스를 받은 직후 던지는 유형의 3점슛 기록에서 이번 시리즈 동안 밀워키가 31.5% 적중률, 토론토가 37.3% 적중률로 꽤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엔 동료에게 3점슛 기회를 제공하는 아데토쿤보 등 주력 볼 핸들러들의 리듬이 전보다 못한 것도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데토쿤보의 활약 유형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까

아데토쿤보는 정말 막기 힘든 선수로서 활약 중이다. 그가 속도를 붙이고 드리블하며 림으로 짓쳐들어올 때면 두어 명의 수비수로도 벅찬 장면들이 많다. 긴 다리를 통해 지그재그로 꺾어 들어오는 유로스텝까지 더해지면서 하이라이트들을 생산한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긴 신체 길이를 지닌 선수들이 많은 토론토는 협력 수비를 통해 아데토쿤보가 속도를 붙이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장면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 이 때문인지 아데토쿤보가 기록상 부진하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 경기에서 아쉬운 구석이 남고 있다. 그가 찔러줘야 할 때 주저하기 때문이다.

현재 아데토쿤보와 크게 대조되고 있는 선수가 토론토의 카와이 레너드다. 3차전부터 승부처의 영웅으로서, 해결사로서 나서고 있는 레너드는 자신의 드리블이 멈추더라도 수비수 앞에서 날카로운 점프슛을 던질 수 있는 슈퍼스타의 재능을 맘껏 선보이는 중이다.

스텝이 멈춰져도 대담하게 슛할 수 있는 레너드의 능력이 현재 아데토쿤보와 크게 대조되고 있는 양상이다. ⓒAFPBBNews = News1
반면 아데토쿤보는 드리블이 멈춰질 것 같으면 그대로 들이받으며 자유투를 얻어내려 한다거나 아예 일찍 밖으로 패스를 해 동료의 3점슛 기회를 모색한다. 드리블 중의 점프슛은 3점슛 외에 미드레인지 공략이 거의 없다.

5차전 4쿼터 동안 레너드가 15득점을 올리는 동안 아데토쿤보는 6득점만 올렸다. 어시스트도 레너드가 3어시스트로 2어시스트의 아데토쿤보보다 많다. 중요한 막판 승부처에서 이렇게 대비되면서 아데토쿤보의 스타일에 대한 의문이 제법 제기되고 있다.

물론 레너드도 1차전 4쿼터의 중요한 승부처에서 고전을 겪었던 바 있다. 3개 야투 모두 실패하고 자유투로만 2득점을 올렸었다. 그런데 당시 아데토쿤보도 큰 힘을 쓰지 못했다. 1개의 야투와 1개의 자유투 성공으로 3득점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레너드는 3차전부터 본격적인 해결사로서 활약 중이다. 상대의 빡빡한 수비 앞에서 대처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조금씩 좀먹고 있는 자유투

적은 점수 차로 끝난 경기에서는 4쿼터 중요한 순간에서 실패한 자유투에 대한 미련이 클 수밖에 없다. 한두 점만 더 좁히거나 앞서도 경기 양상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은 것이 농구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시리즈 동안 밀워키의 자유투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1차전 85.2%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3차전 이후로는 66.7%, 65.4%, 72.2% 순의 계속 낮은 대역을 형성 중이다. 시즌 동안 밀워키는 리그 14위의 77.3% 자유투 적중률을 기록했다.

특히 아데토쿤보의 자유투 부진이 심상치 않다. 1,2차전 동일하게 각각 75.0% 자유투 적중률을 기록하다 3차전부터 28.6%, 60.0%, 44.4%의 낮은 대역을 형성 중이다. 최근 3경기 동안 그가 실패한 자유투가 총 14구다.

플레이오프 높은 무대의 심리적 압박이 큰 것일까. 이런 작은 부분부터 밀워키가 적응 및 조정을 거치지 못한다면 시리즈는 허무하게 끝날 수밖에 없다. 시즌 리그 1위로 마감한 팀으로서,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를 둔 팀으로서, 밀워키가 다시 제 모습을 찾아야 위기를 벗어나 시리즈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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