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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대전 시티즌은 최근 안팎으로 홍역을 앓았다. 전임 사장 시절 선수단이 무려 58명(평균 30명 중반)까지 늘어 청탁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급기야 5월 21일자로 경질된 고종수 감독은 지난해 신인선수 선발 과정에서 채점표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 내홍 속에 지난 4월 최용규(57) 신임 대표이사가 취임했다. 서울신문에서 편집국 사회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을 거쳐 광고국장까지 지낸 언론인 출신의 최 사장의 선임은 그동안 불공정하고 베일에 싸여 답답하기만 했던 대전 시티즌 변혁의 신호탄이었다.

23일 업무차 상경한 최용규 대표이사는 지난 4월 10일 취임과 동시에 시작된 쇄신작업이 만만치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스킨십 덕분에 구단에 등을 돌렸던 서포터스가 내주부터 대전 홈구장을 찾기로 했다는 희소식을 전했다.

  • 최용규 대전 시티즌 신임 대표이사. 대전 시티즌 제공
▶사과문 직접 작성… 서포터즈들이 돌아온다

그가 부임하자마자 한 일은 서포터즈들을 만나 그동안의 불만을 듣고 이해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구단이 서포터즈들의 원정 버스 탑승을 거부하고 대자보 부착을 금지시켰다는 얘기를 듣고 ‘팬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사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죠. 진심을 다해 한자한자 적었습니다.”

프로축구에서 대표이사가 먼저 팬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은 흔치 않은 모습이다. 심지어 자신이 한일도 아닌 것에 대해 사과했다. 진심이 통했는지 그동안 불신의 골이 깊었던 팬들도 ‘미워도 다시한번’의 심정으로 대전 시티즌을 다시 믿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최 대표이사는 “서포터즈는 대전 시티즌을 가장 사랑하는 분들입니다. 인적 쇄신을 시작하니 서포터즈들이 보이콧했던 응원을 재개하겠다고 하더군요. 구단의 혁신을 지지하시는 것으로 알고 더 열심히해야겠다는 마음 뿐입니다”라며 되돌아온 팬심에 고마움을 전했다.

  • 최용규 대전 시티즌 신임 대표이사가 직접 작성한 사과문
▶취임 후 선수단에 얘기한 건 단 한 가지 “오직 실력”

취임 후 처음 만난 선수단에게 최용규 대표이사는 딱 한 가지를 강조했다고 한다.

“박철 감독대행을 옆에 두고 선수단에게 ‘이순간부터 경기 당일 컨디션에 따른 실력만이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조건’이라고 말했습니다. 감독대행에게도 ‘오직 실력으로만 11명을 뽑으실거죠?’라고 물었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어요. ‘실력 말고는 학연, 지연 어떤 것도 관여될 수 없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축구는 오직 실력만으로 경기에 뛰어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매우 상식적이고 원칙적인걸 강조한 겁니다.”

최 대표이사의 결연한 한 마디는 이내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바꿔놓았다. 선수들 사이에서 ‘새롭게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한다.

"선수들의 눈빛이 바뀌었다는데 이제 시작입니다. 비록 순위가 많이 쳐져있지만 아직 시즌의 3분의 2나 남았습니다. 플레이오프권인 4위까지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사장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운영 시스템’을 만들 것”

인터뷰 내내 최 대표이사는 ‘시스템’을 언급했다. 매년 감독이 바뀌고 수뇌부가 바뀌면서 승격이 요원해지고 구단 재정은 재정대로 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을 끊기 위해서는 사람은 바뀌어도 남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한다는 것.

“대표이사 임기는 정해져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잘해도 ‘떠나면 그만’인 팀으로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특히 시·도민구단의 경우 감독, 대표이사 한명에 의해 휘청이는 상황도 나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시스템이 계속될 수 있게 이사회를 통해 구단 내규, 정관으로 못을 박는 게 필요합니다.”

선수 영입부터 감독, 대표이사의 입맛대로가 아닌 구단 전문가들이 모인 인사위원회를 통해 정당하게 선발하고, 감독 선임도 전문가들의 합의체를 통해 뽑는 시스템을 말한다.

“제가 축구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을 더 갖출 수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외압에 자유롭고 축구계와 이해관계가 없기에 인적쇄신과 선발 등에 대해서 원칙과 시스템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프로축구연맹 제공
▶박철-이기범 체재 믿어…선수단, 대전시민의 일상에도 같이 호흡

대전은 박철 스카우트를 감독대행에, 이기범 2군 코치를 수석코치로 올렸다.

최 대표이사는 박철-이기범 체제의 선수단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되는지를 지켜본 뒤 새판짜기 시기를 저울질 하겠다고 했다. 선수단의 화합과 성적이 뒷받침 될 경우 현체제가 계속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박철 스카우트는 대전 선수들에 대한 파악도 잘 돼있고 지도력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이기범 수석코치 역시 축구계 내에서 지도력과 코칭법에 대해 호평이 엄청나더군요. 두 분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주어졌고 완전히 새로운 틀에서 시작할 수 있게 됐으니 믿음을 보내려 합니다.”

최 대표이사는 밖에서 볼 때보다 더 구단의 상황이 심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맨 먼저 인적쇄신을 하지 않고서는 구단이 발전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는 “그동안 대전을 둘러싼 많은 문제들을 직접 마주하니 상식에 근거한 원칙으로 인적쇄신은 불가피했다. 인적 쇄신 후 새로운 인재를 모집해 ‘축구특별시’의 옛 영화를 되살리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100년 가는 명문구단'을 만드는데 진력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떠나간 팬들을 다시 축구장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시민들과 소통하는 구단, 최 대표이사의 첫번째 화두였다.

“선수들이 시민들을 찾아 뵙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대전 시티즌을 알려 자연스럽게 경기를 보러오게 만들어야죠. 시민 사회 속에 녹아드는 대전 시티즌이 되어야합니다. 단순히 축구 클리닉 정도 하는 수준을 넘어서야합니다. 제 목표는 ‘대전 선수들이 활동을 많이 해 미안해서 경기를 보러왔다’는 관중들이 많아지게 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동안 우리 팀은 공정함과 원칙에 목이 말랐다. 베스트11 구성, 선수단 선발, 감독 선임 등 모든 부분에서 공정한 원칙을 적용하면 팀 성적도 좋아질 것입니다. 두려움에 발걸음을 내딛지 않는 대전은 없게 할 겁니다”라며 힘주어 말했다.

  • 최용규 대전 시티즌 신임 대표이사. 대전 시티즌 제공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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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9/05/25 06:01:26   수정시간 : 2019/05/25 17: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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