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컨퍼런스 2번 시드 토론토 랩터스가 상대 홈에서 빼앗긴 분위기를 자신들의 홈에서 완전히 되찾았다. 이로써 시리즈의 양상은 다음 5차전에서 큰 분기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토론토는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각) 플레이오프 컨퍼런스 파이널 4차전에서 1번 시드 밀워키 벅스에게 120-102로 승리했다. 이로써 양 팀은 각자의 홈에서만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2승2패 동률이 됐다.

맞은 편 서부 컨퍼런스에서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21일 4연승 스윕으로 지구결승을 통과하면서 31일부터 시작되는 NBA 파이널까지 9일에 걸친 휴식을 취하게 됐다. 반면 동부 컨퍼런스 쪽은 28일 7차전까지도 갈 수 있는 호각지세가 형성됐다.

이런 판세 속에서 현재 토론토는 기세가 올랐다. 3차전에서 2차 연장 끝에 간신히 6점차 승리를 거둔 뒤에 4차전은 2쿼터부터 형성된 우위를 계속해서 유지하며 18점차 낙승을 거뒀다.

노먼 파월 등 토론토 벤치 멤버들의 활약 덕분에 에이스 카와이 레너드가 모처럼 여유를 가지면서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AFPBBNews = News1
무엇보다 이번 플레이오프 동안 토론토에 대해 계속 지적돼 왔던 카와이 레너드(28)에 대한 과중한 의존도를 떨치고 팀 전체가 살아나며 승리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4차전 레너드의 19득점은 이번 플레이오프 동안 현재까지 치른 그의 16경기 중 2번째로 가장 낮으며 야투 시도 13회도 2번째로 가장 적다.

레너드에 대한 의존도 문제가 제기됐던 2라운드부터로 보자면 가장 적은 참여도의 경기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토론토는 모처럼 확실한 우위를 보이며 밀워키를 눌렀다.

이와 같은 형세의 역전에는 밀워키가 잘해왔던 것들을 못한 동시에 반대로 토론토는 못해 왔던 것을 잘해낸 것이 결정적이다. 그렇다면 4차전에서 어떤 흐름의 역전이 나왔을까.

▶벤치 우위를 잡은 토론토

이번 플레이오프 동안 토론토의 벤치는 꽤나 침체된 경향을 보여주고 있었다. 4차전이 끝난 22일 현재에도 토론토의 벤치 평균 득점은 플레이오프 참가 16개 팀 중 휴스턴 로켓츠(21득점) 다음 2번째(24.1득점)로 가장 낮다. 그리고 벤치 야투율 39.4%는 11위, 2라운드 이상 참여 팀들 중 가장 낮다.

그리고 현재 시리즈 3차전까지 벤치 득점은 확실히 밀워키의 우세였다. 밀워키 벤치가 49.5% 야투율에 평균 43.3득점을 올렸다면 토론토는 38.8% 야투율에 26득점이었다. 토론토가 승리를 거둔 3차전에서도 벤치 득점은 27-54로 확실한 열세를 보였다.

물론 벤치 득점이 좋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주전 경쟁력이 훨씬 중요한 플레이오프 무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토론토의 벤치는 경기의 흐름을 내주는 원인이 될 만큼 이따금씩 안 좋은 모습들을 보여 왔다.

반면 4차전 토론토를 일으켜 세운 힘이 벤치로부터 나왔다. 토론토 벤치가 43.9% 야투율로 48득점을 올린 반면 밀워키 벤치는 30.8% 야투율의 23득점에 그쳤다. 이런 상황이 나오며 1쿼터를 1점차 대등한 기세로 마친 직후 2쿼터 시작부터 경기가 토론토 쪽으로 기울었다.

▶눈여겨볼 만한 변수인 벤치 멤버 파월

이번 시리즈에서 토론토 벤치 윙 플레이어 노먼 파월(26)은 꽤 지켜볼 만한 변수가 됐다. 시즌 동안 67경기 평균 20.2분을 뛰었던 포워드 OG 아누노비(22)의 복귀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레너드와 그린의 쉬는 시간을 전적으로 맡아주는 선수가 파월이다.

이런 파월이 2차전부터 발동을 걸고 있다. 득점이 1차전부터 6,14,19.18득점이다. 4차전에는 최종 33.3% 야투율로 마감했지만 경기 종료 8분35초를 남기고 20점차 리드를 만든 속공 레이업을 성공시키기까지 42.9% 야투율로 알찬 활약을 보여줬다.

돌파 공격과 함께 외곽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던지는 오픈 3점슛 또는 본인의 드리블을 통해 던지는 3점슛 등 파월의 움직임이 현재 밀워키에게 계속 통하고 있다는 점은 토론토에게 희망적이며 밀워키에겐 경종의 신호다.

그리고 꾸준히 부진한 모습을 보여 왔던 벤치 가드 프레드 밴블릿(25)이 83.3% 야투율의 13득점과 5어시스트를 기록해 모처럼 플러스의 활약을 해줬다. 슈팅 측면에서 이번 4차전에서는 주로 동료의 패스를 받은 후 안정적인 자세에서 던지며 좋은 결과를 끌어냈다.

주전에서도 가드 싸움은 토론토의 카일 라우리가 밀워키의 에릭 블레드소에게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AFPBBNews = News1
▶처음 리바운드 우세를 잡은 토론토

벤치 활약과 더불어 이번 시리즈 처음으로 토론토가 우세를 잡은 부문이 리바운드다. 그리고 이 역시 토론토가 올시즌 큰 강세를 보였던 부문이 아니다.

토론토는 정규 시즌 동안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 19위(26.5%), 수비 리바운드 점유율 18위(72.6%)를 기록하며 리바운드 쪽 강세를 보여주지 않았었다. 플레이오프에 들어서는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 15위(22.5%), 수비 리바운드 점유율 9위(72.3%)로서 공격 리바운드에 대한 의욕을 딱히 보여주지 않았다.

이에 비해 밀워키는 플레이오프 동안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 11위(25.8%), 수비 리바운드 점유율 3위(77.5%)로서 시즌 동안 수비 리바운드 점유율 2위(75.7%)에 올랐던 강세를 잇고 있다.

이런 궤도에 있는 팀끼리의 대결에서 3차전까지 리바운드 우위는 계속 밀워키 쪽에 있었다. 매 경기 밀워키가 더 높은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을 기록했고 3경기 숫자가 28.7%-20.2%로 크게 기울었다.

반면 4차전에서는 토론토가 31.3%-23.9%로 확실한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 우위를 잡았다. 공격 리바운드 숫자 10-7로 우위를 잡은 가운데 세컨드 챈스 득점에서도 10-8의 우위를 잡았다.

2쿼터에 벤치 빅맨 서지 이바카(30)의 풋백 4득점은 분위기 확보에 큰 계기가 되기도 했다. 특히 2번째 풋백 덩크는 바스켓 구조물이 흔들릴 정도로 호쾌했다. 이바카도 3차전까지 힘을 쓰지 못하다 이번 4차전 17득점 13리바운드로 큰 힘을 발휘했다.

골밑 공격에 중점을 둔 야니스 아데토쿤보를 상대로 토론토의 수비 대응이 3차전부터 효과를 내고 있다.
▶공격의 흐름을 잡지 못했던 밀워키

밀워키는 3차전 동안 여러 명의 선수들이 극악의 야투율을 보이면서 37.3% 야투율에 그쳤다. 이는 플레이오프 동안 2번째로 가장 낮으며 정규 시즌에서는 4번째 가장 낮은 야투율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4차전의 46.3% 야투율은 그렇게 좋지도 않지만 나쁘지도 않다. 그럼에도 워낙 토론토가 공격의 흐름을 잘 탔다. 이번 플레이오프 동안 토론토에게 2번째로 높은 120득점과 2번째로 많은 32어시스트가 나왔다.

밀워키에서도 못지않은 30어시스트가 나왔지만 확실히 흐름 자체에서 밀워키의 공격은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에이스 야니스 아데토쿤보의 공격이 시원한 활로를 뚫지 못했기 때문이다.

52.9% 야투율에 25득점이라는 나쁘지 않은 숫자를 기록했지만 그의 움직임은 토론토가 준비해온 수비망에 제법 통제된 느낌을 줬다. 골밑으로 향하는 길목을 협력 수비를 통해 막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크리스 미들턴이 73.3% 야투율로 30득점이나 올리는 활약을 했지만 그의 득점이 쫓아가기 바쁜 느낌을 줬던 데에는 에릭 블레드소와 말콤 브로그던 같은 가드 볼 핸들러들의 부진도 크게 작용했다. 2쿼터 중반에서야 첫 야투 성공을 기록한 블레드소와 9개의 야투를 실패한 브로그던 등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에 비해 토론토에서는 25득점 6어시스트로 큰 활약을 한 가드 카일 라우리(33)와 센터로서 17득점 7어시스트를 보탠 마크 가솔(34)이 공격에서 팀의 볼 흐름을 잘 만들어줬다.

밀워키 홈에서 펼쳐지는 5차전은 장소의 조건에서 밀워키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3,4차전의 흐름은 토론토에게 기울어진 느낌도 줬다.

밀워키가 다시 우위를 잡기 위해서는 리바운드 싸움에 더 힘을 쏟아야 하고 아데토쿤보의 움직임을 살릴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4경기 연속 32% 적중률 아래에 그쳐 있는 3점슛 온도가 올라간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지만 그런 결과를 위한 흐름의 개선이 필요하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