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18일 저녁. 조금이라도 스포츠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TV, 휴대폰, 컴퓨터 앞에 모였을 것이다. 모두가 ‘권아솔’의 경기를 보기 위해 집중했다.

로드FC도, 만수르 바르나위도, 아오르꺼러도 아닌 오직 ‘권아솔’의 경기를 보기 위해 모였고 결과가 어떠했든 이후 수없이 회자되고 욕을 먹고 있다는 점에서 큰 그림을 그린 권아솔의 ‘목적’은 성공했다.

로드FC 제공
권아솔은 18일 오후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로드FC 053 라이트급 백만불 토너먼트 최종전 만수르 바르나위의 경기에서 1라운드 3분 44초 리어네이키드 초크패를 당하고 말았다.

2016년 11월 1차 중국 지역 예선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지역 예선, 인터내셔널 예선, 러시아, 일본 예선 등을 거쳐 16강, 8강, 4강, 도전자 결승에서 만수르 바르나위가 승리했고 2년 6개월여만에 ‘끝판왕’ 권아솔과 최종전이 열린 100만불 토너먼트다.

이날 경기 내내 만수르는 권아솔을 압도했고 그라운드 싸움에서 시종일관 우위를 점하다 리어네이키드 초크 승을 거뒀다.

실망스러운 경기 내용과 더불어 그동안 권아솔이 워낙 만수르를 많이 도발하고 ‘끝판왕’으로 거만한 이미지를 굳혔다는 점에서 경기 후 큰 비난을 받고 있다. 경기를 한지 3일이 지났음에도 각 포털 사이트나 언론사의 인기 기사에는 권아솔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댓글 대부분이 권아솔에 대한 비난이다.

이런 반응을 보면 역으로 권아솔의 이번 경기는 큰 성공이자 스스로 그린 큰 그림을 달성한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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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스포츠한국과 신년 인터뷰를 가진 권아솔의 당시 말들을 보자("어떻게 질지 궁금해서라도 볼껄요?" 백만불 '최종 보스' 권아솔[신년 인터뷰]).

권아솔은 “5월 제 경기는 모든 격투기 팬들이 볼 것이다”라며 “제가 어떻게 맞고 지는지 궁금해서라도, 욕하고 싶어서라도 보실 것이다”라고 했다.

권아솔은 자신의 지론을 설명하며 “‘대중에 보여주는 사람’으로서 결국 ‘보고 싶게’ 만드는 것이 기본이자 의무”며 “코너 맥그리거 경기때 제가 예상한 기사에 40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물론 모두 저를 욕하는 악플이었죠. 제가 너무 밉지만 그래서라도 경기를 보고 싶게 만드는게 더 중요하죠”라고 했다.

스스로를 ‘한국판 메이웨더 주니어’라고 설명한 권아솔은 “잘하는 경기만 볼 거면 축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 경기만 보고 복싱은 예전 무하마드 알리 경기만 보면 되는거 아닌가. 영화에도 다양한 역할이 있듯 격투기에도 저 같은 사람과 역할도 필요하다고 봅니다”며 “5월 ‘로드 투 아솔’ 최종전을 제가 어떻게 맞고 지는지 궁금해서라도 보시게 될 겁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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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권아솔은 2년 6개월이나 끌어오며 지루할 수 있었던 100만불 대회를 5월까지 최고 관심도로 끌어왔고 모든 이들이 TV, 휴대폰, 컴퓨터 앞에 모이게 했다.

이 경기는 이후 경기 영상, 움짤 등으로도 각종 커뮤니티 인기글로 퍼져나갔고 결국 안본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실제로 로르FC 053 대회를 중계한 스포티비의 이번 대회 전체 시청률은 0.61%였는데 권아솔 경기에만 0.2%높은 0.8%가 나왔다. 0.8%면 국내 최고 인기콘텐츠인 프로야구도 이기는 정도의 시청률이다. 포털과 아프리카 등을 통해 인터넷 중계도 동시접속자수는 상당했다.

최홍만의 K-1시절 이후 김동현, 정찬성, 최두호 등이 인기를 끌며 한국 격투기는 부흥하나 했다. 하지만 이후 정찬성의 군입대, 선수들이 경기를 나오지 않는 등의 이유로 한국 격투기는 상당히 침체했다.

권아솔은 침체된 한국 격투기 시장을 깨울 단 하나의 콘텐츠로 자신의 경기를 모두에게 회자되게 만들었다. 물론 경기내용은 좋지 못했고 실망스러웠지만 그럼에도 경기를 보게 만들었다는 것은 권아솔의 큰 그림은 분명한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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