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긴 했지만 동부 컨퍼런스 2번 시드 토론토 랩터스가 벼랑 끝에 몰릴 위기를 피했다. 하지만 아직 위기가 사라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토론토는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각) 플레이오프 컨퍼런스 파이널 3차전에서 1번 시드 밀워키 벅스 상대로 2차 연장 끝에 118-112로 승리했다. 이로써 1승2패를 기록하면서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만약 3차전마저 패했더라면 NBA 플레이오프 시리즈 역사에서 단 한 팀도 살아남지 못했던 0승3패에 몰릴 뻔했다. 때문에 아쉬운 대목들을 남기며 홈에서 2차 연장까지 갔지만 승리를 거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1차전 클러치 상황에서 카와이 레너드가 힘을 쓰지 못했지만 3차전에서는 멋진 클러치 영웅이 되면서 승리를 챙겼다. ⓒAFPBBNews = News1
이번 3차전에는 묘한 구석이 있었다. 첫 1분여를 제외하면 4쿼터 종료까지 밀워키가 앞선 시간이 전혀 없었다. 즉 토론토의 리드가 계속 유지됐다. 하지만 많아 봐야 11점차까지만 벌렸던 토론토의 리드는 그렇게 썩 유리해보이지만은 않았다.

바로 1차전에서 최대 13점차 리드와 함께 대부분의 시간을 앞섰음에도 결국엔 8점차로 패했던 토론토이기 때문이다. 그때와 비슷하게 밀워키의 경기 막판 추격과 토론토의 정체가 나오면서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나왔다.

때문에 아직 수세에 몰려 있는 토론토에게 밝은 전망만을 가져다준 경기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토론토가 계속 극복해 나가야만 하는 국면들은 무엇일까. 그리고 3차전에서 토론토가 잘 된 부분들은 어디일까.

▶그리스 괴물의 부진은 어디에서 기인할까

밀워키의 에이스 야니스 아데토쿤보가 플레이오프 들어 처음으로 출전시간 40분을 넘겼다. 2차 연장전 시작 즈음 6반칙 퇴장을 당하기까지 45분을 뛰었으니 반칙 관리만 됐더라면 더 많은 시간을 뛰었을 수 있다.

그리고 정규시간 4쿼터까지의 기준에서도 보스턴 셀틱스를 상대했던 2라운드 3차전의 39분과 함께 플레이오프 최다 시간을 뛰었던 셈이다. 즉 밀워키와 아데토쿤보에게 가장 여유를 주지 않은 경기였다는 의미다.

이런 경기에서 아데토쿤보는 이번 플레이오프 최악의 부진을 남겼다. 12득점도, 31.3% 야투율도, 자유투 2구 성공도, 8턴오버도, 모두 이번 플레이오프 아데토쿤보에게 최악의 기록들이다.

현재까지 플레이오프 12경기 동안 50.0% 야투율에 평균 26.1득점 4.8어시스트 3.5턴오버의 기록에 비해서도 이번 경기는 꽤나 이례적인 숫자를 남겼다.

물론 플레이오프 커리어 최고인 23리바운드와 공동 최고인 4블록을 통해 수비에서 큰 영향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아데토쿤보가 평소 같지 않은 공격 부진을 보여줬기 때문에 토론토가 상당시간 줄곧 리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토론토의 노력이 어느 정도 들어갔다 볼 수 있다. 물론 골밑 앞에 선 두 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레이업을 성공시킨 현란한 스텝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토론토의 협력 수비 앞에서 공격 시도 자체를 머뭇거리는 모습들이 나왔다.

경기 당 17.3회의 야투 시도와 11.6회의 자유투 시도를 가지고 있는 아데토쿤보지만 이번 3차전에선 16회 야투 시도 및 7회 자유투 시도를 가졌다. 연장 기록을 제외하면 14회 야투 시도 및 5회 자유투 시도다.

여기엔 토론토가 3차전에 들고 나온 수비 전략 변화가 통한 면도 있다. 2차전까지는 같은 파워 포워드인 파스칼 시아캄이 주로 붙었다면 3차전에서는 스몰 포워드 카와이 레너드가 주로 붙었다.

2차전까지 레너드는 아데토쿤보에게 경기 당 9.5포제션에 걸쳐 곁에 섰다. 반면 3차전에서는 41포제션에 걸쳐 아데토쿤보에게 붙었다. 그리고 이 41포제션 동안 아데토쿤보는 16.7% 야투율에 그쳤다. 만약 이런 변화가 계속해서 효과를 일으킨다면 우위에 설 발판이 될 것이다.

다만 시즌 자유투 성공률 72.9%를 기록했던 선수로서 3차전에 7회 시도 중 2개(28.6%)만 성공시킨 것을 보면 슈팅 컨디션이 매우 안 좋았던 날일 수도 있다. 이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사항이다.

아데토쿤보를 괴물의 수준까지 닿지 않게 한다면 토론토에게 반격의 가능성은 생긴다. ⓒAFPBBNews = News1
▶가솔의 반등과 파월의 활동 증가

토론토 골밑 수비의 핵심으로 마크 가솔은 큰 영향력을 발휘해 왔지만 공격 진영에서는 잘 풀리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컨퍼런스 파이널 시리즈의 앞선 두 경기에서는 20회 야투 시도 중 3개만 성공키는 극악의 슈팅 부진이 나왔다.

반면 3차전에서는 3점슛 4개 성공 포함 50.0% 야투율이 나왔다. 이와 함께 7어시스트를 통해서도 큰 공격 진영 기여도를 보여줬다.

다만 이런 야투 실적 향상이 오로지 외곽 슈팅을 통해서만 나온 것이 살짝 아쉽다. 센터 가솔이 이번 시리즈 동안 페인트 구역 안에서 성공시킨 야투는 아직 단 하나도 없다. 강력한 골밑 수비를 자랑하는 밀워키 상대로 침투할 의지도 크게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한편 6반칙 퇴장으로 물러났지만 벤치 윙 플레이어 노먼 파월이 꽤나 알찬 30분 활약을 제공했다. 53.8% 야투율로 19득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 1스틸을 보탰다. 19득점은 이번 플레이오프 파월에게 최고 경기 득점이다.

이번 플레이오프 동안 토론토 벤치는 꽤나 얕은 선수층을 보여줬다. 의미 있는 시간에 나오는 벤치 인원들로는 가드에 프레드 밴블릿, 윙에 파월, 빅맨에 서지 이바카, 이렇게 세 명이 전부다. 그리고 2라운드부터 이 벤치 3인방은 꽤나 고전을 치르며 팀의 위기를 만들곤 했다.

파월도 2라운드 동안 시간을 받기 어려웠다. 마지막 7차전에서는 아예 뛰지 못하면서 주전 스몰 포워드 레너드는 43분 출전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신 컨퍼런스 파이널에 올라와서는 시간이 계속 늘고 있다. 10분으로 시작해 25분을 거쳐 3차전 30분이다. 컷인 또는 돌파를 통해 골밑 득점을 해낼 수 있고 패스를 받은 후 오픈 3점슛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조력자 힘에서는 여전히 밀워키 우위

모처럼 파월이 토론토의 의미 있는 변수가 됐지만 나머지 벤치 인원들인 밴블릿과 이바카는 계속해서 부진에 빠져 있다. 3차전 밴블릿은 11회 야투 시도 중 1개만 성공, 이바카는 9회 시도 중 2개만 성공시켰다.

컨퍼런스 파이널 동안 밴블릿은 20.0% 야투율에 평균 3.3득점, 이바카는 33.3% 야투율에 5.7득점에 그쳐 있다. 단지 득점만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이 아니긴 하지만 1,3차전에 토론토가 점수 리드를 갖고 있어도 벤치 시간 동안 불안해 보였던 이유가 됐다.

게다가 밴블릿은 볼 핸들러로서 본인이 볼을 다룰 때 그럴싸한 공격 활로를 뚫어내지 못하고 있어서 더 문제다. 주전 가드 카일 라우리마저 4쿼터 중반 6반칙 퇴장으로 나갔을 때 위기가 오기도 했다.

반면 밀워키에서는 아데토쿤보가 힘을 쓰지 못해도, 또한 주전 가드들인 에릭 블레드소와 크리스 미들턴이 각자 동일하게 18.8% 야투율의 극심한 부진에 빠졌어도 2차 연장전까지 끌고 가는 힘을 다른 동료들이 보여줬다.

3점슛과 함께 골밑 돌파 득점으로 브로그던은 상대방에게 아픈 펀치를 날리고 있다. ⓒAFPBBNews = News1
특히 벤치 가드들인 말콤 브로그던과 조지 힐이 각자 20득점 및 24득점을 올리면서 큰 힘을 실어줬다. 브로그던은 시즌 말에 부상으로 빠진 뒤 플레이오프 2라운드 5차전부터 복귀해 꾸준히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나머지 벤치 인원들인 힐과 에르산 일리야소바, 힐, 팻 코너턴도 기복은 있지만 터질 때만큼은 매운 맛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1차전 승리의 수훈갑 주전 센터 브룩 로페즈도 2차전 14.3% 야투율에 그치긴 했지만 나머지 두 경기에서 좋은 슈팅을 보여줬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토론토보다는 밀워키 쪽에 기울 수밖에 없다. 3차전 토론토의 에이스 레너드가 총 36득점을 올리고 2차 연장전에서 8득점을 올리면서 승리를 이끌었지만 5명이 하는 농구에서 밀워키가 현재까지 더 튼튼한 모습을 보여줬다.

토론토가 6점차 승리 한 번만을 가진 반면 밀워키가 8점차 및 22점차 승리를 가진 것도 이런 깊은 선수층의 힘 덕분이다. 이제 토론토는 시리즈에서 대등한 위치에 서기까지 4차전까지 2연승이 필요하다. 우위에 서려면 5차전까지 3연승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레너드의 계속된 영웅 활약과 4쿼터 막판 자유투 2구 실패가 아쉽긴 했어도 시아캄의 에너지 넘치는 활약은 위안이 된다. 다만 여기에 나머지 선수들의 분발이 더해져야 하는 시점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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