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제주=이재호 기자] 분명 권아솔은 매력적인 파이터다. 자신만의 논리를 확실히 정립하고 색깔있는 말들로 좋든 싫든 자신의 경기를 보게 만드는 천상 ‘프로 파이터’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

사적으로도 참 예의 바르고 성실한 권아솔에 대해 나쁘게 평가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미디어에 비춰진 권아솔의 모습은 ‘입만 살아있는 파이터’로 각인돼있다.

권아솔은 지난 경기들에서는 ‘입도 살아있고 실력도 살아있는’ 파이터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2년 반만에 복귀전에서 허무한 경기내용으로 패했다.

로드FC 제공
아직 선수로 한창 활동해야할 나이인 권아솔은 이제부터라도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어 자신의 말들이 부끄럽지 않은 파이터가 됨과 동시에 한국 격투기 시장을 살리는 ‘진짜 스타’가 돼야한다.

권아솔은 18일 오후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로드FC 053 라이트급 백만불 토너먼트 최종전 만수르 바르나위의 경기에서 1라운드 3분 44초 리어네이키드 초크패를 당하고 말았다.

2016년 11월 1차 중국 지역 예선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지역 예선, 인터내셔널 예선, 러시아, 일본 예선 등을 거쳐 16강, 8강, 4강, 도전자 결승에서 만수르 바르나위가 승리했고 2년 6개월여만에 ‘끝판왕’ 권아솔과 최종전이 열린 100만불 토너먼트다.

이날 경기 내내 만수르는 권아솔을 압도했고 그라운드 싸움에서 시종일관 우위를 점하다 리어네이키드 초크 승을 거뒀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면에서 큰 기대치에 비해 허무하기 그지없었다. 권아솔은 경기 내내 단 한 번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만수르의 페이스에 완전히 말렸고 리치 차이가 크기에 최대한 근접전을 하려했지만 도리어 클린치, 그라운드 등에서 무너졌다.

워낙 허무한 경기내용에 2년반을 끌어온 백만불 토너먼트의 마무리도 용두사미가 됐다. 최근 수년간 국내 격투기 한정 이정도로 크게 주목받은 경기가 없었기에 더욱 아쉬웠다.

백만불이라는 상금도 상금이지만 이 경기는 오직 ‘권아솔이 어떤 경기를 보여줄까’라는 단 하나의 기대감으로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만큼 권아솔은 자신의 경기를 보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천상 ‘프로’ 파이터다.

물론 이번엔 상대가 너무 강했던 탓이기도 하지만 권아솔이 앞으로 강하게 입으로만 얘기하고 경기력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양치기 소년’이 될 수 있다. 양치기 소년의 결말은 진짜 늑대가 왔어도 아무도 오지 않은 것처럼 권아솔이 정말 좋은 경기를 해도 그동안의 행보에 실망해 봐주지 않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결국 권아솔이 이제부터라도 많은 경기에 나와 이기든 지든 많이 보이며 스스로 더 성장하고 자신의 말에 부끄럽지 않은 파이터가 되는 수밖에 없다. 2년 6개월의 공백은 챔피언이라고 하기엔 너무 길었다. 이제 챔피언 벨트도 내려놨으니 급만 맞다면 최대한 많이 경기에 나서 ‘경기감각’에 대한 우려를 없애고 정체될 수 있는 실력을 올려야한다. 아직 만 33세인 권아솔은 아직 늦지 않았다.

또한 흥행만큼은 확실한 권아솔이 더 자주 출전한다면 로드FC의 흥행은 물론 한국 격투기에 대한 관심도도 더 올라갈 수 있다. 최고 스타였던 최홍만의 몰락, 김동현, 최두호 등도 최근 경기에 나오지 않으면서 한국 격투기는 침체돼있다. 묘한 매력으로 자신의 경기를 보게 만드는 권아솔이 자주 나오면 자연스레 한국 격투기도 활발해질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격투기 인기를 끌어올리는 언행은 좋다. 하지만 결국 격투기는 경기 내용으로 보여줘야 인정을 받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아솔이 지금처럼 가뭄에 콩나듯 경기에 나와서는 곤란하다. 다행히 김대환 로드FC 대표는 “최대한 빨리 권아솔의 시합을 잡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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