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에 다시 올라와 본 컨퍼런스 파이널 무대의 압박감이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게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2차전의 이길 수 있던 기회들을 허무하게 날리고 말았다.

서부 컨퍼런스 3번 시드 포틀랜드는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각) 컨퍼런스 파이널 2차전에서 1번 시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111-114로 패했다. 별 힘을 써보지 못하고 22점차로 패했던 1차전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아직 이들에게 완전한 적응은 먼 듯하다.

골든스테이트의 케빈 듀란트가 부상으로 인해 시리즈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에도 포틀랜드는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리고 2차전에서는 3쿼터 시작과 함께 마련된 최대 17점차 리드를 8분여 만에 소진시켰고 4쿼터의 8점차 리드도 2.5분 만에 소진시켰다.

연장전으로 갈 기회를 살려보려 했지만 파이널 MVP 출신 안드레 이궈달라를 상대로 대미안 릴라드가 틀어막혀 버렸다. ⓒAFPBBNews = News1
이렇게 자신들에게 크게 유리했던 상황을 포틀랜드는 살리지 못했다. 이로써 2연패에 빠진 포틀랜드는 홈에서 펼쳐지는 3차전을 절대적으로 이겨야만 하는 과제를 안았다. 이제껏 NBA 플레이오프 역사에서 0승3패로 뒤진 팀이 시리즈를 승리한 적은 없다.

또한 1승3패도 지난 시즌까지 NBA 플레이오프 7전4선승제 역사에서 시리즈 생존율이 4.5%에 불과했다. 즉 올시즌 플레이오프를 단지 경험의 장으로만 삼고 싶지 않다면 앞으로 홈에서 펼쳐지는 3,4차전을 모두 이겨야 한다.

그렇다면 포틀랜드가 현재 밀리고 있는 점은 무엇일까. 현재의 포틀랜드에게 대안을 찾기 힘들 정도로 골든스테이트는 듀란트 없이도 커다란 괴물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3점 라인 안에서 힘을 못 쓰고 있는 릴라드

이번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은 스테픈 커리와 대미안 릴라드의 포인트 가드 대결에 큰 관심이 집중됐다. 듀란트가 없는 골든스테이트를 더 큰 책임으로 이끌어야 하는 커리, 그리고 2라운드까지 평균 28.4득점을 43.1% 야투율로 올리며 생애 최고의 플레이오프 활약을 보여줬던 릴라드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를 보면 커리의 완승이다. 커리는 2경기 연속 50% 이상의 야투율을 올리면서 36,37득점을 올렸다. 이에 비해 릴라드는 2경기 연속 40% 미만의 야투율에 묶이며 19,23득점을 올렸다.

2차전 커리는 3점슛에서 14회 시도 중 4개(28.6%)를 성공시켰지만 2점 야투는 8회 시도 중 7개(87.5%)를 성공시켰다. 반면 2차전 릴라드는 12회 시도 중 5개(41.7%) 성공의 3점슛을 기록했지만 2점 야투는 4회 시도 중 1개 성공에 그쳤다.

컨퍼런스 파이널에 들어와 릴라드가 시도한 페인트 구역 야투는 4회 시도뿐이다. 여기에서 단 하나만 성공시켰다. 미드레인지에서도 7회 시도 중 2개(28.6%)만 성공시켰다.

3점슛은 2경기에 걸쳐 17회 중 7개(41.2%)의 좋은 기록이지만 결국 3점 라인 안에서 큰 고전을 보여줬다. 시즌 동안의 릴라드 야투 시도 중 바스켓으로부터 3피트(약 0.9m) 안의 비중이 커리어 최고인 29.7%를 차지하며 골밑 침투에 좋은 집중도를 보여줬었다.

반면 골든스테이트의 수비를 상대로는 큰 고전을 치르고 있다. 본인 곁에 가장 자주 나서고 있는 클레이 탐슨을 상대로 릴라드는 총 11회의 야투를 시도했지만 2개(18.2%)만 성공시켰다.

그 다음 릴라드 앞에 많이 나선 상대가 안드레 이궈달라였다. 이궈달라 앞에서는 7회 야투 시도 중 4개(59.7%)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2차전 막판 3점차를 메우기 위한 3점슛을 릴라드가 던졌을 때 블락과 동시에 스틸처럼 다시 리바운드를 가져간 선수가 이궈달라였다.

2라운드에서 덴버 너겟츠를 상대했을 때 릴라드는 기복을 보여줬는데 만약 홈으로 돌아와서도 골든스테이트의 수비에 해법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공수 양 진영 활약에 있어 커리에게 완전히 밀리고 있는 그림을 릴라드가 보여주고 있다. ⓒAFPBBNews = News1
▶골든스테이트의 3쿼터에 휘말린 포틀랜드

전반전을 65-50으로 앞서며 마친 포틀랜드는 3쿼터 시작을 CJ 맥컬럼의 점프슛 성공으로 17점차까지 벌렸다. 하지만 3쿼터 동안 포틀랜드는 24-39로 밀려 동점으로 4쿼터를 시작해야 했다.

3쿼터 동안 릴라드와 맥컬럼이 13득점을 합작하는 동안 골든스테이트의 커리와 탐슨은 24득점을 합작했다. 특히 탐슨은 3개의 3점슛을 모두 성공시키며 뜨거운 화력을 보여줬다.

골든스테이트는 시즌 동안 3쿼터 점수 마진이 경기 당 3점차로, 1위로서 마감했던 팀이다. 이는 4연속 NBA 파이널 진출을 이뤘던 지난 시즌까지도 골든스테이트가 유지해온 3쿼터 점수 마진 정상 자리다.

커리에 비해 탐슨은 그렇게 뜨거운 편은 아니었다. 2차전 탐슨은 경기 전체 동안 36.4% 야투율이었다. 다만 3점슛이 8회 시도 중 4개 성공이었는데 3쿼터에 3개의 성공이 나왔다.

탐슨 상대로 가장 많이 나선 수비수 맥컬럼은 나름 성공적인 결과를 가졌다. 탐슨은 맥컬럼 상대로 19회 야투 시도 중 7개(36.8%) 성공, 3점슛은 7회 시도 중 1개(14.3%) 성공만 가졌다. 그런데 릴라드가 앞에 나섰을 때는 5회의 3점슛 시도 중 4개(80.0%) 성공을 가졌다.

▶리바운드마저 밀린다면 곤란

2차전 포틀랜드는 27회의 자유투 시도를 얻어내 21개(77.8%)를 성공시켰다. 이정도면 시즌 동안 리그 2위(81.4%)에 올랐던 자유투 적중률보다는 살짝 낮지만 나쁘지 않다. 다만 골든스테이트가 18회 시도 중 17개(94.4%)를 넣으며 너무나 좋은 자유투를 보여준 것이 포틀랜드 쪽의 불운이었다.

이와 별개로 포틀랜드는 자신들이 이겨야 할 부문에서 졌다. 공격 리바운드에서 10-12로 졌다. 야투율이 44.2%-51.2%로 밀렸기 때문에 자신들이 실패한 슈팅 중 다시 회수한 비중으로 보면 더욱 큰 격차의 리바운드 성과다.

포틀랜드는 자신들이 실패한 야투 중 20.4%를 공격 리바운드로 회수했다. 이에 비해 골든스테이트는 33.3%의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을 기록했다. 현재까지 플레이오프 참가 팀들 중 2번째(31.4%)로 높은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을 기록한 팀으로서 아쉬웠던 경기다.

이런 과정이 나오면서 세컨드 챈스 득점에서 14-25로 밀린 결과가 나왔다. 즉 골든스테이트는 공격 리바운드를 잡는 족족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뜻이다.

2경기 연속 30어시스트를 기록 중인 골든스테이트의 활발한 패스 운영에 현재까지 포틀랜드가 마땅한 대책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AFPBBNews = News1
▶그린이 날뛰고 있는 골든스테이트

골든스테이트는 턴오버를 제외하면 매우 훌륭한 2차전을 남겼다. 전반전을 15점차로 뒤지며 마쳤던 데에는 경기 전체 16턴오버 중 10턴오버를 전반전에 남겼던 것이 컸다.

이렇게 보면 커리의 6턴오버도, 드레이먼드 그린의 5턴오버도 아쉬운 대목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선수의 활약으로 인해 승리한 골든스테이트이기도 하다. 골든스테이트의 마지막 114득점을 완성시킨 커리와 그린의 픽앤롤로 커리는 8어시스트를, 그린은 16득점으로 경기를 마감했다.

이와 함께 그린은 7어시스트와 5블록을 곁들이며 팀의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보여줬다. 시즌 동안 잠잠하다가 플레이오프에 들어서면 엄청난 활동을 보여주는 모습이 지난 시즌부터 이어지고 있다.

포틀랜드가 이런 그린의 활약에 계속 휘말린다면 시리즈를 쉽게 내줄 수밖에 없다. 릴라드-맥컬럼 가드 듀오가 커리-탐슨에게 밀리고 있는 현재 그린까지 이들을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유수프 너키치가 시즌 후반 부상으로 인해 나오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수 양 진영 균형 있는 활약을 보여줄 센터가 없는 것이 현재 포틀랜드의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여기에 모리스 하클리스와 알파룩 아미누의 포워드들이 더 분발해줄 필요가 있다.

이제 홈으로 돌아오는 포틀랜드에게 당분간 패배는 시리즈를 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릴라드와 맥컬럼을 필두로 포틀랜드가 회복의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와 우려가 섞이는 시리즈 초반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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