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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박찬호가 태평양을 건너며 메이저리그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지 25년여. 항상 스포츠 채널에 있어 메이저리그는 중요한 콘텐츠였고 좋은 해설위원을 보유하는 것과 함께 해설위원을 보조하고 진행해줄 좋은 캐스터를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팬들은 까다롭다. 각각의 기준이 있고 모두를 만족시키기 힘들다. 해설위원들은 더 까다롭다. 한분야의 최고의 위치에 올라야 모두에게 인정받는 해설을 할 수 있다. 지식도 방대한만큼 자존심도 강하다.

경력 15년이 넘은 김태우 캐스터는 팬들과 해설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캐스터가 됐다. 오죽하면 한 스포츠 프로그램에서 김태우 캐스터를 ‘캐스터’가 아닌 ‘전문가’로 섭외할 정도.

순수 ‘스포츠광’으로 사정상 메이저리그 캐스터를 잠시 떠나있는 지금도 새벽같이 일어나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고 판타지리그를 할 정도로 메이저리그를 ‘즐기고 좋아하는’ 김태우 캐스터를 만났다.

  • 김태우 캐스터(왼쪽)와 송재우 해설위원
▶어릴 때부터 게임-직관으로 기른 야구력… 캐스터로 다가서다

김태우 캐스터는 어릴 때부터 야구를 무척 좋아하던 소년이었다. 추억의 야구게임인 하이 히트를 즐겼고 수원 출신으로 현대 유니콘스 경기를 아버지 손을 잡고 직관하기도 했다.

미군 방송인 AFKN을 보며 메이저리그를 알게 됐고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어린시절임에도 생소하던 메이저리그 팀들의 이름정도는 모두 꿰 반친구들에게 자랑 아닌 자랑도 할 정도였다.

“학창시절에는 수업시간에 박찬호 라디오 중계방송을 들으려 몰래 이어폰으로 듣다가 걸려 선생님께 맞기도 했죠”라며 웃는 김태우 캐스터는 스포츠와 방송에 대한 관심이 컸고 대학 졸업도 전에 지금은 사라진 엑스포츠에 캐스터로 입사하면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김태우 캐스터는 “제가 캐스터를 하면서 좋아했던 메이저리그, WWE, 프로야구 중계를 해보는게 목표였거든요. 정말 운 좋게 3년만에 그 중계들을 모두 했죠. 당시에는 너무 빨리 좋은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에 소중함을 몰랐던게 아닌가해요”라며 초창기 시절을 추억했다.

  • 김태우 캐스터가 중계한 박찬호의 아시아 최다승이자 MLB 마지막 경기 중계모습
▶기억에 남는 박찬호의 마지막인줄 몰랐던 124승 경기

2005년 입사 엑스포츠 입사 이후부터 지금의 IB스포츠에 적을 두기까지 김태우 캐스터는 OBS, MBC스포츠플러스, JTBC 등 다앙한 곳의 부름을 받아 메이저리그 중계를 했다. 당시 메이저리그를 틀면 김태우 캐스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묻자 “역시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마지막 경기”라고 했다.

“사실 그 경기가 생중계가 없었기에 124승 소식이 들리고 녹화 중계를 했어요. 집에 갔다가 녹화중계가 잡혔다고 해서 김형준 해설위원과 함께 급하게 방송국에 갔죠. 원래 제가 당시 프리랜서였기에 할 방송이 아닌데 방송국 사정상 제가 들어가게 된 것도 운명적이었죠. 당시에는 박찬호 선수가 124승으로 아시아 최다승을 세운 기록이었기에 의미가 있었는데 이후 박찬호 선수가 해당시즌(2010년)을 끝으로 메이저리그를 떠나면서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마지막 경기가 됐기에 더 의미가 컸던 경기이기도 하죠.”

김태우 캐스터는 대학시절 지금의 부인과 사귀며 지각으로 혼이 났었다고 한다. 박찬호 경기를 보다 ‘조금만, 조금만 더’하며 방송을 보다보니 늦었다는 것. 박찬호 경기를 몰래 이어폰으로 듣다 선생님에게 맞기도 했던 기억도 뇌리에 스쳤다고.

“모두에게 그렇지만 박찬호 선수는 저에게도 ‘추억’이었거든요. 어쩌다보니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마지막 경기를 중계하니 제 개인적인 기억들도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더군요.”

  • 박찬호(왼쪽)와 함께한 김태우 캐스터
▶캐스터 아닌 MLB전문가로 가능케 했던 ‘MLB쇼’를 떠나며

세간에 ‘메이저리그 정말 잘 아는 캐스터’ 정도로 알려졌던 김태우 캐스터가 확실하게 팬들과 전문가들에게도 ‘메이저리그 전문가’로 인정받게 된 것은 역시 한 포털사이트에서 진행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던 ‘MLB쇼’ 때문이다.

2010년 처음 시작한 MLB쇼를 2019년까지. 10년을 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김형준, 이종률, 이창섭 등 많은 해설위원들과 호흡을 맞춘 김태우 캐스터는 단순히 해설위원의 말을 보조하는 역할을 넘어 적극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설전도 벌이며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했다.

“프로그램 자체가 미국 ESPN의 ‘마이크&마이크’와 같은 기회이었어요. 해설위원의 일방적 설명이 아닌 전문가끼리 서로 깊은 메이저리그 지식을 얘기하면서 때로는 설전도 하는 재미를 추구했죠. 물론 쉽지 않았죠. 일반적으로 방송은 PD에 맞춰서 프로그램을 하기에 틀에 박혀서 하죠. 하지만 ‘MLB쇼’는 틀 없이 제 의지대로 했고 댓글로 ‘그것도 몰라’라고 하시면 더 알려고 공부했고 해설위원들에게 ‘이렇게 해보자’고 제안하며 해설위원, 팬들과 소통하며 10년을 했죠.”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특별한 프로그램인 ‘MLB쇼’를 떠나며 가장 오래 호흡을 맞춘 김형준 해설위원에게 특히 감사하다고.

“사실 캐스터가 해설위원에게 지식이나 의견을 지적하고 반대로 말하기 쉽지 않아요. 하지만 김형준 위원은 저를 믿어주고 OK사인을 보내줬어요. 캐스터와 해설위원의 관계는 해설위원이 OK하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는 것이 많거든요. 메이저리그 최고 전문가인 김형준 위원이 수용해주고 인정해주니까 자연스레 청취자들도 수긍하고 제 의견을 받아들여줬죠. 물론 그정도 수준까지는 4년차쯤 되니까 가능했지만 김형준 위원이 자존심을 내려놓고 방송을 위해, 그리고 저를 인정하고 이해해줬기에 10년간 메이저리그 전문 프로그램으로 특별한 색깔을 낼 수 있었죠. 제가 많은 해설위원들과 함께해봤지만 그렇게 자존심을 내려놓고 캐스터를 인정해주는건 해설위원 입장에서 매우 어려운 일인데 말이죠.”

김형준 위원의 인정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청취자, 메이저리그 팬, 그리고 해설위원들의 인정을 받게 된 김태우 캐스터는 한 스포츠프로그램에서 단순히 캐스터가 아닌 메이저리그 전문가 자격으로 패널 참가를 했을 정도로 자리 잡았다. 지난 2월 10년간 진행한 MLB쇼를 그만뒀지만 그에겐 큰 의미가 있었다.

“MLB쇼를 그만두자는 연락을 받은 후 2010년 첫 방송부터 들어보니 참 못 하더라구요. 김형준 위원이나 저나 국어책 읽듯이 진행하고. 그러다 점점 나아지고 김형준 위원이 떠나고 ‘김태우의 MLB쇼’가 되고 PD도 많이 바뀌면서도 10년을 했더라고요. 방송 때마다 소통해주는 팬들의 기대에 져버리지 않기 위해 더 메이저리그 공부를 하길 반복하다보니 인정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나 기쁘더라고요. 오래하다보니 제가 아는척을 해도 자랑질로 봐주시지도 않고… 처음엔 ‘돈도 많이 안주고 시간은 시간대로 쓰는데 그걸 왜하냐’고 했던 방송이 제 자존심을 지켜주던 방송이 되기도 했죠.”

  • 김형준 해설위원(왼쪽)과 김태우 캐스터
▶해설위원에게 인정받는 캐스터가 되다

MLB쇼의 경험과 2005년부터 메이저리그 캐스터를 한 경력은 해설위원들 역시 인정했다. 메이저리그에 있어서는 최고라는 해설위원들에게 인정을 받기란 결코 쉽지 않다.

“어느날 중계를 하던 중 쉬는 시간에 이종률 해설위원이 ‘태우야, 네가 그 얘기를 다하면 내가 뭐하러 얘기하냐’며 장난스럽게 말하신 적이 있어요. 그게 저에겐 솔직히 망치를 맞은 느낌었어요. 어른대접하는 것만이 존중이 아니라 해설위원과 캐스터 사이의 존중을 제가 놓친 것 같더라고요. 그 이후 각 해설위원에 맞게 준비하고 말하고자 하는 욕심을 줄이는걸 중요하게 여겼죠.”

예를 들어 이종률 위원의 경우 오전 8시 중계면 3시간전부터 와서 경기 준비를 한다고 한다. 그럼 김태우 캐스터는 원래 오전 6시에 나와도 오전 5시에 맞춰가서 이종률 위원의 준비를 보며 맞춰 준비한다는 것이다.

“전날 밤에 미리 혼자 준비하고 또 이종률 위원 맞춤식으로 준비하면 더 완벽한 준비가 되는거죠. 그게 바로 ‘호흡’이라고 생각해요. 이종률 위원이 준비한 걸 제가 운만 띄우면 이 위원은 신나서 준비한 걸 얘기하고, 그러면 저도 신나서 방송할 수 있는거죠.”

또한 존경하는 선배인 송재우 해설위원에게 “야구를 1000경기, 1회부터 9회까지 흐름을 놓치지 않고 보면 야구를 조금 알거다”라는 충고를 받은 후 정말 그렇게 했다고. “지금도 후배들에게 가끔 같은 얘기를 할 때가 있죠. 야구는 정중동 속의 흐름의 스포츠거든요”라며 양적인 경험의 중요성을 말했다.

오랜 캐스터 생활을 하면 가장 기쁜 순간은 언제일까. 김태우 캐스터는 “솔직히 모든 팬들을 만족시키긴 불가능하고 인정받기도 쉽지 않죠. 모두의 취향은 다르니까요. 하지만 PD나 해설위원같은 나와 함께하는 전문가들에게 인정을 받으면 자신감이 생기고 기뻐요. 해설자에게 ‘이 친구랑 하면 마음 편하게 방송해’라고 듣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그럴 때 참 행복하죠”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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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9/05/18 06:01:16   수정시간 : 2019/05/18 12: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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