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상화 선수.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소공동=김성태 기자]"당장 내일 무엇을 해야 하나, 걱정도 되지만 이제 경쟁을 내려놓고 여유있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다. 욕심 같아서는 내 세계신기록(여자 500m 36초36), 안 깨지면 좋겠다. 향후 지도자 하고 싶은 마음, 물론 있다."

이상화는 1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더플라자 호텔에서 공식 은퇴식을 열었다. 지난 2010년 벤쿠버 올림픽과 2014년 소치 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트 500m종목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획득, 한국을 넘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던 '빙속 여제'가 조용히 스케이트화를 벗었다.

오빠를 따라 처음으로 스케이트화를 신었던 그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 지난 2005년 휘경여중 시절에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이날 전까지 한국을 알리는 최고의 스피드스케이트 선수로 명성을 날렸다. 특히 작년 2월에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획득, 아쉽게 올림픽 3연패는 놓쳤지만 최선을 다한 이상화의 모습에 국민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

이날 은퇴식 자리에서 이상화는 "항상 빙상 여제라 불리시전 최고의 모습을 기억해주셨으면 한다.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저의 의지와 다르게 무릎이 문제였다. 재활과 약물치료를 통해 제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갔지만 원하는대로 몸 상태가 따라오지 않았다. 최대한 국민 여러분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모습을 기억해주시는 위치에서 마감하고 싶었다. 그동안 주신 사랑, 평생 잊지 않고 가슴 속에 새기고 살겠다"고 말했다.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상화 선수.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다음은 이상화의 일문일답

▲언제 최종적으로 은퇴 결심을 했나?
"사실 3월 말에 은퇴식이 잡혀있었는데, 막상 은퇴를 하고 은퇴식을 치르려고 하니 그게 와닿더라. 너무 아쉽고 미련이 남아서 좀 더 해보자, 그런 마음을 갖고 재활을 했다. 하지만 저의 몸 상태는 제가 안다. 예전 몸 상태로 끌어올리기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지금 시기에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저는 소치 올림픽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세계신기록을 세운 운동 선수들에게 징크스가 있다. 올림픽 전에 세계신기록을 세우면 금메달을 못 딴다, 그런 징크스가 있어서 저도 두려웠다. 하지만 이겨냈다. 올림픽 2연패를 했다는 것 자체, 완벽한 레이스였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올림픽에서 3개 메달을 땄는데, 각 메달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벤쿠버 메달은 첫 메달이었다. 벤쿠버 때 3위 안에 들어가는 목표로 했는데 깜짝 금메달을 따냈다. 소치는 세계신기록 세우고 계속 해서 좋은 성적으로 2연패를 했다는 것 자체에 제 자신에게 엄청난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그런 경험이 있기에 평창 올림픽에서 3연패라는 타이틀, 그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이겨내려 했는데 부상이 4년 전보다 더 커졌고 우리나라여서 더 긴장된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평창 은메달도 굉장히 색이 이뻤다. 저에겐 다 중요한 메달이었다."

▲고다이라 나오와 2022년 베이징에서 다시 붙을 수도 있었는데?
"저번 주 금요일에 제가 은퇴를 한다는 기사를 통해 (나오가) 알게 됐는데 놀라면서 잘못된 뉴스였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상황을 보자고 말해서 일단락 했는데 오늘 기자회견 통해 다시 은퇴를 알리게 됐다. 나오와는 인연이 참 많다. 중학교 때부터 한일 친선 경기하면서 친해졌고 서로 힘들 때 다가가고 그래서 우정이 깊다. 아직 나오는 현역이다.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너무 욕심내지 말고 하던대로 했으면 좋겠다. 나가노에 놀러가겠다고 했다. 조만간 찾아갈 계획이다."

▲지도자 고민은 안 했나?
"사실 은퇴를 고민 했던 것이 오래 전이었다. 평창 올림픽 때 우승 욕심이 있어서 은퇴에 대한 미래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제가 은퇴하면서 스피드스케이팅이 비인기 종목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 저도 후배를 위해 지도자 생활을 하고 싶다. 저의 생각이 정리되면 충분히 (지도자를 할) 의향이 있다."

▲어떤 선수로 불리고 싶나?
"평창 올림픽 이후 저는 살아있는 전설, 레전드가 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다.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종목에 이런 종목이 있었고 기록이 아직 깨지지 않은 선수, 항상 열심히 했고 안되는 것을 되게 한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상화 선수.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어떤 대회가 가장 쉽지 않았나?
"평창 올림픽 전이 제일 힘들었다. 선수로 뛰면서 링크장에 가면 받는 느낌이 있다. 평창 전에 독일에서 최고 기록을 세우고 넘어갔는데 느낌이 조금 다르더라. 한 편으로는 메달 아예 못 따면 어쩌나, 그런 부담도 있었고 2015년부터 잠을 제대로 잔 적이 없다. 편히 자고 싶었지만 1등에 대한 압박이 컸다. 평창 때가 가장 힘들었다."

▲선수생활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마인드 컨트롤이 참 힘들었다. 어떻게 주변을 신경을 안 쓰고 제 일에 매진을 할 수 있겠나. 많이 힘들었다. 부담이 참 많이 오더라. 꼭 1등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서 계속 식단 조절도 해야 했고, 남들 하나 할 때 전 두 개하고, 그런 것들이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한 것 같다. 저 혼자 해야 하는 것들이 힘들었다."

▲포스트 이상화로 본 선수가 있다면?
"저는 김민선 선수를 추천하고 싶다. 나이는 어리지만, 정신력이 크게 성장한 선수다. 저 어렸을 때 모습과 흡사하더라. 저한테 오히려 떨지 말라고 해준 그런 말이 참 대견스럽더라. 신체조건이 좋다. 500m뿐 아니라 1000m까지, 최강자로 거듭나면 좋겠다. 그래서 추천하고 싶다."

▲세계신기록, 언제까지 이어지면 좋겠나?
"욕심이지만, 영원히 안 깨졌으면 한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있는 것이지만, 요즘 선수들 기량 보면 많이 올라왔더라. 언젠가는 깨지겠지만 1년 정도는 유지가 되면 좋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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