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저가 울린 후 림 위에서 네 번을 튕기다 들어간 볼이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올시즌을 끝냈다. 야심차게 준비한 전력이 기대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한 끝에 나온 극적인 결말이다.

동부 컨퍼런스 3번 시드 필라델피아는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각) 플레이오프 2라운드 7차전에서 90-92로 패했다. 이로써 3승4패의 필라델피아는 전 시즌 플레이오프에 이어 또 2라운드에서 퇴장하는 짐을 쌌다.

종료 버저와 함께 들어간 토론토 카와이 레너드의 점프슛은 정말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극적인 하이라이트였다. 3점 라인 바로 안에서 수비의 저항 너머로 던진 높은 포물선에 림을 네 번 튕기다 들어갔기 때문이다.

만약 그 극적인 버저비터가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컨퍼런스 파이널 행 표는 필라델피아에게 돌아갔을까. 경기 전체 16득점 중 10득점을 4쿼터에 몰아넣은 지미 버틀러(30)를 감안한다면 연장전에서 충분히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기 전체적으로 아쉬웠던 필라델피아였음을 부정할 수도 없다.

토론토도 시즌 직전에 레너드와 대니 그린을 들여오는 트레이드를 통해 야심찬 전력 강화를 시도했지만 필라델피아는 시즌 중에 무려 두 번의 대형 트레이드로 더 노골적인 야심을 표출한 바 있다. 버틀러와 함께 토바이어스 해리스(27) 두 명 모두 필라델피아로 오기 직전까지 한 팀의 에이스로서 뛰었던 선수들이다.

그럼에도 필라델피아는 플레이오프에 들어와 제법 삐걱거린 모습을 보여줬다. 올스타 센터 조엘 엠비드(25)가 큰 컨디션 난조를 겪었고 핵심 유망주 벤 시먼스(23)도 전 시즌의 플레이오프 경험을 통해 크게 발전했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다.

울먹이며 코트를 떠나야 했던 엠비드에게 이번 플레이오프는 훗날 어떤 계기로 작용할까. ⓒAFPBBNews = News1
때문에 진지하게 우승을 목표로 뒀던 필라델피아의 계획은 실패로 끝났다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이들에게는 앞으로 또 우승을 진지하게 욕심낼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까.

▶크게 떨어진 엠비드의 위상

7차전 종료 7분37초를 남겨놓고 성공시킨 3점슛을 포함해 엠비드는 막판 7득점을 올리며 팀이 토론토를 턱밑까지 쫓도록 일조했다. 하지만 그 3점슛은 5개의 실패 끝에 나오기도 했고 경기 전체 동안 33.3%의 야투 부진에 시달렸다.

토론토 상대의 2라운드 동안 엠비드는 2경기에서 각각 50.0% 야투율을 기록했지만 나머지 5경기에선 28.6%에서 35.7% 사이의 매우 저조한 대역을 형성했다. 때문에 시즌 야투율 48.4%에 크게 모자란 37.0% 야투율이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 나왔다.

득점도 시즌 평균 27.5득점에서 플레이오프 2라운드 17.6득점으로 크게 떨어졌다. 1라운드에서도 엠비드는 부침을 겪었지만 50.7% 야투율의 평균 24.8득점으로 팀의 수훈갑이 됐었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는 44.3% 야투율 평균 22득점의 버틀러가 버팀목이 됐다.

이런 엠비드의 푹 꺼진 2라운드 기록은 두 가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선 2012~13시즌 올해의 수비수 출신인 토론토 주전 센터 마크 가솔의 수비 위력이 컸다. 시즌 중에도 멤피스 소속으로서 엠비드를 상대했던 가솔은 엠비드의 위력을 크게 떨어트렸었다.

시즌 동안 엠비드는 가솔 상대로 33.3% 야투율에 그쳤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2라운드 동안에도 가솔 앞에서 역시 35.5%의 낮은 야투율을 기록했다. 시리즈 동안 엠비드가 가진 총 472포제션 중 328포제션에서 가솔이 엠비드 곁에 있었다.

또한 이와 별개로 엠비드는 1라운드 때부터 무릎 상태가 불안했었고 2라운드에서 감기 증상 등 몸 상태가 완벽한 편이 아니었다. 이런 컨디션 조절 문제도 한 몫 했다.

엠비드가 이런 고생을 치렀음에도 필라델피아가 7차전까지 토론토를 물고 늘어졌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필라델피아 팀의 전력을 증명하기도 한다. 다만 그 힘들이 골고루 꾸준히 터지기 보다는 따로따로 번갈아 나와 문제였다.

▶버틀러와 해리스, 계속 같이 갈 수 있을까

7월부터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면 큰 규모의 샐러리를 받던 선수들 다수가 프리 에이전트로서 나갈 수 있다. 1000만 달러(약 119억원) 넘게 받는 4인 중 최대 액수인 엠비드를 제외하고 버틀러, 해리스, JJ 레딕(35) 모두 프리 에이전트가 될 예정이다.

버틀러의 경우 다음 시즌 플레이어 옵션을 수락할 경우 1984만 달러(약 246억원)를 이어받을 수 있지만 거부하고 자유 계약 시장에 나갈 공산이 크다. 때문에 필라델피아 입장에서는 샐러리 여유가 생기는 동시에 큰 전력 이탈의 위험도 발생할 수 있다.

버틀러와 해리스의 잔류 여부는 다음 시즌 필라델피아 선수단 구성에 큰 영향력을 지닌다. ⓒAFPBBNews = News1
여기에서 필라델피아의 위안이라면 버틀러와 해리스에게 다른 팀들보다 큰 계약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버드 예외 조항을 통해 기간으로도 연간 증가액으로도 보다 유리한 조건을 붙일 수 있다.

그렇다면 버틀러와 해리스는 다시 잡고 싶은 선수들일까. 2라운드 시리즈 동안 팀에서 가장 많은 평균 22득점을 올린 버틀러는 잡아두고 싶은 선수로 꼽힐 수 있다. 7차전 전반전 동안 2득점에 그쳤지만 후반전 14득점을 올리며 팀의 추격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리고 팀이 승리했던 2,3차전과 6차전에서 큰 활약을 보여준 선수가 버틀러였다. 윙 포지션이지만 볼을 다루며 수비수와 대치해 홀로 득점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플레이오프에서 통할만하다.

다만 해리스도 스스로 득점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플레이오프에 들어와 제법 큰 기복을 보여줬다. 1라운드 3차전 55.0% 야투율로 29득점을 올린 적도 있지만 그 전의 1차전에서 28.6% 야투율의 4득점에 묶인 적도 있다.

2라운드에서는 해리스의 기록과 팀의 승패가 크게 연관이 없을 정도로 적은 영향력에 그쳤다. 최다 득점이 16득점 두 번이었고 최소 9득점에 그치기도 했다. 스타가 많은 팀에서 크게 나서지 않는 성격이 장점일 수도 있지만 위기에서 구원자가 될 신호를 보여주지 못했다.

▶시먼스는 자신의 스타일을 계속 유지할까

시즌 동안 토론토 상대로 평균 6.3턴오버를 범하던 시먼스는 플레이오프 동안엔 2.4턴오버로 크게 줄였다. 레너드의 수비에 크게 고전했던 모습은 제법 벗어났다 볼 수 있다.

하지만 또 그만큼 소극적으로 변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하프코트 공격에서 시먼스가 팀 공격 전개에 큰 영향력을 보여준 모습은 많이 볼 수 없었다.

시먼스가 외곽 슈팅을 아예 시도 하지 않는 현재의 스타일을 고수하게 된다면 성장 정점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AFPBBNews = News1
물론 6차전 69.2% 야투율로 21득점을 올리면서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한 적도 있지만 수비 대응에 확실한 일침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꾸준히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점프슛을 거의 던지지 않는 그의 스타일이 여기에 결정적 원인일 수 있다.

플레이오프 동안 116회의 야투 시도를 가진 시먼스는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페인트 구역 안에서만 슛했다. 그 나머지 한 번도 경계 라인 바로 바깥이었다. 거리상으로 보자면 바스켓으로부터 15피트(약 4.6m) 이상 거리에서 슛한 적이 전혀 없다.

시즌 동안에도 전체 960회의 야투 시도 중 페인트 구역 밖 시도는 7.6% 비중인 73회뿐이었다. 15피트 이상 거리에서 슛한 적은 불과 28회다. 바스켓으로부터 15피트 이상 거리에서의 적중률이 10.7%에 그치긴 했지만 변수의 존재를 너무나 없앤 슈팅 성향이다.

이런 문제로 수비 강도가 높아지는 플레이오프에서 시먼스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번 여름에 2020~21시즌부터 시작되는 계약 연장을 논의할 수 있지만 필라델피아가 시먼스에 대해 얼마나 확신을 가질지 미지수다.

▶확실한 성장의 가능성은

시즌 동안 엠비드의 기량과 영향력은 대단했다. 그리고 기록이 어떻게 됐든 213cm 신장 센터인 그의 존재는 코트 위에서 같이 뛰는 다른 동료들에게 확실한 플러스의 힘을 실어줬다.

이런 의미에서 엠비드가 제대로 활약하게 된다면 이번 플레이오프처럼 고전을 치를 가능성은 낮아지게 될 것이다. 문제는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배치될 것이냐다.

앞서 언급한 해리스와 버틀러를 포함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총 출전시간 75분을 넘긴 11명 중 단 3명만이 확실하게 계약이 이어진다. 엠비드, 시먼스, 조나 볼든(23)을 제외하면 모두 계약이 종료되거나 플레이어 옵션을 가진다.

즉 엠비드-시먼스의 핵심을 제외하고 크게 변화를 거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벤치 위력이 약한 팀 입장에서 벤치를 어떻게 다시 채울지도 큰 고민거리일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엠비드와 시먼스가 시즌을 넘어 플레이오프에서도 확고한 구심점이 되는 선수들로서 성장을 거칠지가 중요하다. 아직 어린 편인 선수들이기 때문에 기다려줄 수도 있지만 필라델피아가 그간 보여준 움직임은 빠르게 우승을 차지하고자 하는 욕심이 보인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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