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에이스의 부상 공백 경기라는 기회에서도 서부 컨퍼런스 4번 시드 휴스턴 로켓츠는 끝내 살아남지 못했다. 이로써 진지한 우승후보로서의 도전은 2시즌 연속 실패로 돌아갔다.

휴스턴은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각) 플레이오프 2라운드 6차전에서 1번 시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113-118로 패했다. 이로써 2승4패의 휴스턴은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내려오는 짐을 쌌다.

이 6차전은 여러모로 휴스턴에게 유리한 조건들이 붙어 있었다. 우선 홈경기였다. 이 시리즈의 5차전까지 양 팀은 모두 홈에서 전승을 거두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골든스테이트의 케빈 듀란트가 아예 코트에 나서지 못한 경기였다. 듀란트는 시리즈 동안 팀에서 가장 많은 평균 33.2득점을 기록 중이다가 5차전 3쿼터 막판에 종아리 부상으로 코트를 떠나 돌아오지 못했다.

때문에 2승3패로 몰린 상황이었지만 휴스턴이 6차전에서 살아남아 7차전까지 끌고 갈 개연성은 충분했다. 하지만 4쿼터에 자신들의 최대 리드인 7점차 리드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지면 끝나는 경기를 허무하게 보내 버렸다.

눈 부상을 당하면서도 시리즈 동안 득점을 이끈 제임스 하든이지만 결국 상대 가드 스타들에게 막힌 성적표를 받고 말았다. ⓒAFPBBNews = News1
전 시즌 리그 1위로서 마감했던 휴스턴은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진출했지만 골든스테이트에게 3승4패로 지면서 물러났었다. 그리고 올시즌도 2라운드에서 골든스테이트를 만났지만 또 물러났다. 골든스테이트에게 시즌 전적 3승1패의 우위를 보여준 바 있지만 결국 이들은 매번 사전 우위들이 무색하게 또 실패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기회는 다시 올 수 있을까. 다음 시즌에도 이들은 진지한 우승후보의 조건들을 갖출 수 있을까.

▶듀란트의 공백 이득을 살리지 못한 60분

듀란트는 5차전 3쿼터 2분11초를 남기고 점프슛을 성공시켜 3점차 리드를 만든 직후 종아리에 이상이 생겨 코트를 떠났다. 그리고 휴스턴은 동점을 만들어 4쿼터에 돌입했다. 즉 이들에겐 5차전 막판 12분 동안과 6차전 전체 48분 동안 듀란트 없는 골든스테이트를 상대하는 이득을 보고 있었다.

듀란트는 1라운드 동안 야투율 56.7%, 3점슛 성공률 40.0%, 자유투 성공률 94.9%로 평균 35득점을 올렸던 괴물 기록을 작성했었다. 2라운드에서도 평균 33.2득점을 올리는 동안 야투율 45.8%, 3점슛 성공률 43.8%, 자유투 성공률 84.6%를 기록하며 대단한 득점원임을 새삼 증명하고 있었다.

휴스턴은 이런 듀란트가 빠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하필 조용했던 스테픈 커리와 클레이 탐슨이 살아나면서 골든스테이트 전체의 화력은 죽지 않았다. 오히려 골든스테이트의 최고 공격지표가 6차전에서 나왔다.

NBA닷컴에 따르면 6차전 골든스테이트는 100포제션 당 121.6득점을 기록했다. 액면 득점은 3차전의 121득점이 가장 높았지만 한 번의 공격권 당 득점력은 6차전이 최고였다. 반대로 휴스턴 입장에서 보자면 가장 수비가 크게 뚫린 경기가 6차전이다.

시즌과 플레이오프에서 다른 팀들 상대로 중요한 역할을 해줬던 센터 클린트 카펠라는 골든스테이트 상대로 큰 힘을 쓰지 못하면서 팀의 위력을 줄이고 말았다. ⓒAFPBBNews = News1
5차전 4쿼터에 휴스턴의 발목을 잡았던 것은 스타 가드 크리스 폴(34)의 부진이었다. 그 4쿼터 동안 폴은 3개의 야투를 모두 실패하며 4차전부터 나온 야투 부진을 끊지 못했다. 반대로 골든스테이트에서는 잘 터지지 않았던 커리와 탐슨의 3점슛 3개 성공 등 불꽃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6차전에도 4쿼터가 문제의 시간이었다. 종료 11분을 남겨놓고 7점차 리드를 가진 휴스턴에서 12년차 제럴드 그린(33)의 판단실수들이 큰 지장을 초래했다. 스틸을 통해 순간적으로 3대1 속공 상황을 만들었지만 패스를 빼주다 속공 기회를 죽였고 이후 그는 2개의 연속 야투 실패와 턴오버를 기록했다.

그리고 전반전 동안 무득점에 그쳤던 커리가 전체 33득점 중 4쿼터에만 23득점을 올리는 괴물 활약을 보여줬다. 그리고 탐슨도 경기 전체 동안 7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는 등 50.0% 야투율로 27득점을 올렸다.

6차전의 휴스턴을 두고 공격을 탓하기엔 괜찮은 성과를 보였다. 시리즈 중 3번째로 좋은 공격지표(115.3)가 나왔다. 가장 좋았던 두 경기가 바로 승리를 거뒀던 3,4차전이었다. 즉 골든스테이트의 화력이 너무나 타오른 6차전이었다. 그래서 4쿼터 초반 빠르게 추격당했던 그 시간이 아쉬웠다.

▶폴과 카펠라, 재계약자들의 아쉬운 기여도

2018년 여름 폴과 클린트 카펠라(25)의 재계약 과정은 휴스턴을 넘어 리그 전체에서도 꽤 큰 화제였다. 이들이 우승 후보로서 재도전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순간이기도 했지만 샐러리 측면에서 큰 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우선 폴이 4년짜리 맥시멈 재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전 시즌 2460만 달러(약 290억원) 샐러리를 받던 폴은 올시즌의 3566만 달러(약 421억원)에서 시작해 2021~22시즌 4421만 달러(약 521억원)로 불어나는 거대 계약을 차지하게 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제 폴의 전성기는 예전 일이 된 듯하다. 나이 상으로도 이제 기록이 떨어지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때다. 전 시즌 46.0% 야투율로 평균 18.6득점을 올렸던 그는 올시즌 41.9% 야투율로 15.6득점을 올렸다. 46.9% 커리어 야투율 기록자에게 최저 야투율 시즌이다.

플레이오프 성과도 아쉬운 올시즌이다. 2012~13시즌 이후 가장 낮은 44.6% 야투율에 평균 17득점을 기록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57.9% 야투율에 27득점 11리바운드 6어시스트의 활약을 했지만 그 전까지 주 매치업 상대였던 탐슨의 수비에 막히며 고전했던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꽤 오랜 협상 끝 7월말에 재계약 사인을 한 센터 카펠라도 이번 시리즈에서 높은 기여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사실 스몰라인업 출동 시간이 긴 골든스테이트와의 대결에서는 전 시즌부터 카펠라의 비중이 줄어들긴 했다.

그래도 2시즌 동안 골든스테이트와의 시리즈를 제외한 나머지 시리즈들에서 상대 센터에 큰 우위를 보여줬던 카펠라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의 드레이먼드 그린과 커본 루니를 상대로 재미를 보진 못했다. 픽앤롤과 컷인이 주경로인 그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저지한 골든스테이트다.

▶나이가 큰 장애물로 등장할 수 있는 미래

시즌 동안 평균 36.1득점이라는 역사적 기록을 남긴 제임스 하든(30)이 다음 시즌에도 또 괴물 같은 득점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플레이오프에서도 커리어 최고인 평균 31.6득점을 올린 그이지만 통상적으로 정점을 찍고 앞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큰 시점이긴 하다.

폴과 하든이라는 거대 계약자들 옆에 어떤 선수들을 저렴한 샐러리 계약으로 채워 놓을지 다가오는 여름 휴스턴의 과제는 어려우면서도 크다. ⓒAFPBBNews = News1
물론 역동적인 운동능력을 기반으로 플레이하기 보다는 부드러운 스텝과 강력한 상체를 바탕으로 플레이하는 하든이기 때문에 또 한 번 드높은 기록의 시즌을 가질 수도 있다. 한 해 먼저 태어난 커리나 듀란트도 올시즌 꽤나 대단한 숫자를 기록했다.

다만 주변 동료들의 나이를 무시할 수 없는 시점이다. 우선 앞서 언급한 폴이 거대 계약을 가진 동시에 기록 하락의 길만이 남은 시점에 있다. 때문에 어쩌면 올시즌은 휴스턴에게 최고이자 마지막의 우승 도전일 수도 있었다.

또한 온갖 궂은일을 맡아 뒤에서 팀을 밀어주는 역할을 해온 PJ 터커(34)도 꽤나 많은 나이에 있다. 플레이오프 출전 시간 팀 내 1위(38.7분)를 기록한 그의 체력은 다음 시즌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

한편 출전시간 주요 5인조 중 한 명인 에릭 고든(30)도 이제 더 이상을 기대하기 애매한 시점에 왔다. 즉 가시적인 향상을 기대할 인원은 20대 중반 나이의 카펠라 한 명 정도다. 평균 21.5분의 오스틴 리버스(27)도 성장의 나이에 있지만 올시즌 피닉스 선즈에서 방출된 후 1시즌 계약으로 뛰었다.

즉 휴스턴 자체로 보면 다음 시즌 마냥 높은 기대를 갖기에 어려운 시점이다. 물론 컨퍼런스 파이널에 올라간 골든스테이트가 이후 어떤 과정을 거칠지, 그리고 다음 시즌 어떤 인원구성으로 돌아올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하지만 휴스턴 자체가 또 진지한 우승후보가 되기엔 의문부호를 띄울 지점들도 있다.

그래도 회의적일 수만은 없다. 샐러리 압박 속에 있지만 터커처럼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탠 선수들을 부담 적은 계약을 통해서 추가한 이력을 지닌 팀이다. 결국 관건은 하든이 역사적인 선수의 기량을 유지할지, 폴이 현재의 기량에서 현격하게 떨어지지 않을지에 달렸다 볼 수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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