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컨퍼런스 2번 시드 토론토 랩터스에게 플레이오프 2라운드 최고의 경기가 나왔다. 그것도 시리즈 승부의 큰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시점에 나왔기에 이들에게 더욱 반가운 대승이다.

토론토는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각) 5차전 홈경기에서 3번 시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에게 125-89로 크게 이겼다. 이로써 4차전까지 2승2패였다가 토론토가 한 걸음 앞서 나가게 됐다.

이번 5차전의 36점차 승리는 토론토에게 이번 플레이오프 최고의 대승이면서 82경기 정규 시즌에서도 2번째로 큰 대승에 해당할 정도다. 반면 시즌 최다 점수 차 패배가 34점차였던 필라델피아에게는 올시즌에 나온 최악의 대패다.

1점차로 마감된 1쿼터까지 박빙의 승부로 가는 분위기였지만 2쿼터부터 토론토 쪽으로 흘러간 분위기는 좀체 잦아들지 않았다. 때문에 4쿼터 막판에는 무려 40점차까지 벌어졌다.

1차전에 승리했던 토론토는 2차전부터 2연패를 당하며 위기를 맞이하는 듯했다. 하지만 다시 4차전부터 2연승이다. 그리고 더 반가운 사실은 에이스 카와이 레너드의 활약 정도가 떨어졌음에도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다.

외곽 점프슛이 평소만큼 말을 듣지 않았지만 5차전의 레너드는 모처럼 웃음 띤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AFPBBNews = News1
▶레너드의 대활약 없이 거둔 대승

4차전까지의 레너드는 실로 대단했다. 4경기 야투율 61.8%에 평균 38득점을 올렸는데 최저 야투율이 54.2%였고 최저 득점이 33득점이었다.

NBA 플레이오프 역사에서 4경기 연속 33득점 이상, 54% 야투율 이상을 동시에 만족시킨 선수는 2001~02시즌 NBA 파이널 때의 샤킬 오닐과 현재 레너드 두 명뿐이다. 당시 오닐의 소속팀 LA 레이커스는 4연승 스윕으로 우승을 거뒀다.

하지만 토론토는 레너드의 이런 활약에도 2패를 당했다. 즉 패배를 당한 2,3차전의 토론토는 팀으로서 매우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뜻이다. 그리고 승리했지만 4차전에서도 65.0% 야투율로 39득점을 기록한 레너드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위험했을 8점차 승리를 거뒀다.

반면 이번 5차전 레너드의 기록은 43.8% 야투율에 21득점이었다. 둘 모두 시즌 기록 49.6% 야투율 및 평균 26.6득점보다 낮은 득점 성과다. 레너드의 시즌 60경기 중 43.8% 야투율은 42번째에 해당하며 21득점도 44번째에 해당하는 낮은 대역이다.

그럼에도 토론토는 컨퍼런스 3위 필라델피아 상대로 36점차 승리를 거뒀다. NBA닷컴에 따르면 토론토는 이번 5차전에서 100포제션 당 126.3득점 및 89.9실점의 공격지표 및 수비지표를 남겼다.

이는 토론토에게 이번 플레이오프 최고의 공격지표이며 2번째로 좋은 수비지표다. 정규 시즌 기준에서는 4번째로 높은 공격지표이자 3번째로 좋은 수비지표다. 반대로 필라델피아에겐 공수 동시에 플레이오프 들어 최악의 지표들이다.

한편 2라운드의 5경기에 걸쳐 토론토는 수비보다 공격 쪽의 성과에 따라 승패가 크게 갈린 경향이었다. 2,3차전의 패배에서 이번 플레이오프 토론토의 최저 공격지표 값 둘이 나왔다.

▶모처럼 나온 이바카의 존재감

5차전에서 토론토가 가장 득점이 잘 됐을 때, 그리고 필라델피아가 가장 득점이 안 됐을 때 코트 위에 있던 선수가 벤치 센터 서지 이바카다. 그리고 주전 센터 마크 가솔과 함께 했을 때도 필라델피아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며 모처럼 승기를 가져다 준 선수가 됐다.

유명인 드레이크를 비롯한 토론토 홈팬들로부터 이바카는 마땅히 큰 박수를 받을 활약을 해냈다. ⓒAFPBBNews = News1
4차전까지 이바카를 포함한 토론토의 벤치 생산력은 큰 실망감을 줬다. 대등한 경기를 펼치다가도 벤치 인원들이 코트에 들어오면서 경기 내용이 꼬이기 일쑤였다.

실제로 2라운드 4경기 동안 100포제션 당 103.1득점을 기록한 토론토는 주요 출전 인원들 중 이바카(81.5), 프레드 밴블릿(76.4), 노먼 파월(68.6)이 코트 위에 있는 동안 최악의 공격지표를 기록했다.

반면 5차전에서는 20분 이상 출전 인원들 중 이바카가 있던 21분59초 동안 토론토가 최고의 공격지표(132.6)를 기록했다. 한편 수비지표도 이바카가 코트 위에 있던 동안에 나온 100포제션 당 73.9실점이 가장 좋았다.

이바카는 토론토의 시즌 성공에 큰 몫을 했던 주요 인물들 중 한 명이다. 수비에서의 기여뿐만 아니라 골밑에서 외곽에 이르기까지 정확도 높은 슈팅을 통해 상대에게 적잖은 타격을 줬다. 이런 모습이 계속 나와 줘야 토론토의 진군이 강력해질 수 있다.

▶허술한 공격으로 숱한 역습을 허용한 필라델피아

5차전 토론토는 무려 33득점을 속공을 통해 올렸다. 토론토에게 이번 플레이오프 최고의 경기별 속공 득점이 모두 필라델피아를 상대로 나오긴 했지만 속공 33득점은 꽤나 유별난 기록이다.

시즌 평균 속공 득점 4위(18.4득점)의 토론토에게 속공 33득점은 시즌 동안 3번째로 높은 기록에 해당한다. 그리고 평균 속공 실점 리그 22위(14.7실점)의 필라델피아에게는 최다였던 32실점보다도 많다.

즉 필라델피아는 역습 허용 측면에서 시즌 모든 기간을 통틀어 최악의 경기를 치렀다 볼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 19턴오버였다. 에이스 센터 조엘 엠비드가 8턴오버, 주력 볼 핸들러 벤 시먼스가 5턴오버를 범했다. 반대로 토론토는 10스틸을 뽑아냈다.

이런 볼이 살아 있는 상태의 턴오버를 포함해 리바운드 과정까지 토론토는 필라델피아의 무딘 공격을 제대로 자신들의 득점 자양분으로 삼았다.

필라델피아가 평소 턴오버로 인해 손해를 많이 보는 편이긴 하지만 앞으로 남은 경기들 동안 생존하기 위해선 공격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상대방 토론토에겐 카일 라우리와 파스칼 시아캄이라는 속공 상황에서 제대로 괴롭힐 선수들이 있다.

턴오버는 힘들더라도 리바운드 쟁탈전만큼은 필라델피아의 강점이기 때문에 리바운드 싸움에서 필라델피아는 확실한 우위를 보여줘야 한다. ⓒAFPBBNews = News1
한편 평소와 달리 필라델피아가 토론토에게 밀린 부문이 공격리바운드다. 필라델피아는 이번 플레이오프 참가 팀들 중 가장 높은 31.9%의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이번 5차전을 제외한 이전의 9경기 모두에서 상대방보다 높은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토론토는 공격 리바운드에서 딱히 두각을 나타낸 팀은 아니다. 8일 현재 토론토의 플레이오프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 21,4%는 16개 참가 팀들 중 15위의 숫자다. 필라델피아와 반대로 이번 2라운드 5차전에서 처음으로 상대보다 높은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을 기록해봤다.

5차전에서 토론토는 액면 숫자로도 6-5의 공격 리바운드 우위를 가졌다. 그리고 실패한 슈팅 중 다시 리바운드로 회수한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로 보자면 28.9%-19.1%의 뚜렷한 우위가 나온다.

3차전 33득점 10리바운드로 시리즈 최고의 활약을 보였던 엠비드는 이후 11득점 8리바운드, 13득점 6리바운드의 다시 수그러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컨디션 문제든 토론토 센터 가솔과의 매치업 문제든 엠비드가 시즌 때 보여줬던 강력함을 다시 보여주지 못한다면 시리즈가 빨리 끝날 수 있다.

반면 토론토는 향후 라운드까지 바라본다면 현재의 기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5차전 전까지 나왔던 최근 토론토의 모습은 레너드와 시아캄을 제외하고 분명 시즌 때의 모습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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