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연장 끝에 패한 팀은 다음 경기에서 맥 빠진 모습을 보이리란 예상을 받기 쉽다. 하지만 서부 컨퍼런스 2번 시드 덴버 너겟츠가 그 예상을 깨고 기운찬 플레이로 승리를 따냈다.

덴버는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각) 플레이오프 2라운드 4차전에서 3번 시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게 116-112로 승리했다. 4일 3차전에서 4차 연장전 끝에 137-140으로 패하며 타격이 컸을 것으로 보였지만 극복해내며 2승2패 시리즈 동률을 만들었다.

NBA 플레이오프 역사에서 4차 연장전 돌입은 단 두 번만 일어난 일이다. 그것도 1952~53시즌 플레이오프의 보스턴 셀티스와 시라큐스 내셔널스 간의 경기 이후 66년이 지난 후에야 나온 진기록이다. 장장 68분에 이르는, 48분 하고도 두 쿼터 가량을 더 뛴 셈이다.

사실 4차 연장이 아니라 1차 연장까지만 가도 패한 쪽의 타격은 몸과 마음의 피로들이 겹치며 실로 커지게 된다. 단기전인 플레이오프 시리즈 동안 치열한 접전 끝에 패한다면 다음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때문에 4차전에서 덴버의 고전이 예상됐다. 실제 2쿼터 동안 포틀랜드의 리드가 길어지면서 분위기가 넘어갈 수도 있어 보였다.

하지만 3쿼터에 분위기를 잡은 팀이 덴버였다. 최대 리드는 4쿼터 초에 나온 10점차였지만 3쿼터 동안 14실점만 내주며 4쿼터 포틀랜드의 맹추격을 가까스로 따돌릴 만한 여유를 마련했다.

4점차로 끝난 4차전을 결정지은 것은 포인트 가드들인 자말 머리와 대미안 릴라드 사이의 자유투 결정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AFPBBNews = News1
이 4차전에서 덴버가 돋보였던 것은 농구 경기의 각종 작은 것들에서 이겨냈다는 사실이다. 야투율은 43.5%를 기록한 덴버보다 47.6%의 포틀랜드가 더 좋았지만 턴오버, 리바운드, 자유투 등 에너지와 피로극복이 필요한 부문들에서 덴버가 앞섰다.

그리고 이런 양상은 이 두 팀이 현재까지 시리즈 동안 보여준 그림과도 비슷하다. 이에 현재까지 나온 그림들을 간략히 묘사해보고자 한다.

▶지쳤다는 것을 보여준 3차전 4차 연장전

3차전 동안 덴버의 에이스 센터 니콜라 요키치는 출전시간 65분을 기록했다. 전반전에 조금 쉰 시간을 빼면 모두 뛰었다.

출전시간 65분은 NBA 플레이오프 역사 4번째에 달하는 기록이다. 앞서 언급한 1952~53시즌 4차 연장전 경기에서 3명이 66분에서 67분 사이의 시간을 기록했다. 즉 요키치는 현대 농구에 있어 한 경기 출전시간의 신기원을 열었다.

때문에 후반전 이후 요키치로부터 어떤 강력한 움직임을 보긴 힘들었다. 특히 연장전에 돌입한 이후로는 타고난 감각과 시야를 통해 멋진 패스들이 나왔지만 그가 직접 득점을 도모하는 장면은 드물었다. 즉 지쳤다는 것이 명확히 보였다.

요키치뿐만 아니라 경기에 참여한 주요 선수들이 4차 연장전에 돌입한 뒤로 큰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요키치는 야투 시도가 없는 한편 자유투는 2회 중 1구 실패했다. 요키치 다음 2번째로 가장 많은 60분을 뛰며 41득점으로 마감한 포틀랜드의 CJ 맥컬럼도 4차 연장전에선 야투 2개 모두 실패하며 0득점을 기록했다.

대신 그 4차 연장전 동안 덴버에서는 6일 현재 2라운드 총 출전시간 팀 내 5번째(102분)인 윌 바튼이 5득점, 포틀랜드에서는 출전시간 팀 내 6번째(92분)인 로드니 후드가 7득점을 올렸다. 승부를 결정지은 선수도 3차전에 나선 양 팀 선수들 중 출전시간 12번째(23.5분)의 후드였다.

3차전 동안 출전시간 48분을 초과한 선수들이 덴버에서는 요키치, 자말 머리, 개리 해리스, 폴 밀샙 이렇게 4명이었다. 포틀랜드에서는 맥컬럼, 대미안 릴라드, 에네스 칸터 3명이었다.

▶4차전 슈팅 정확도는 밀렸지만 나머지에서 이긴 덴버

4차전 덴버는 43.5% 야투율에 3점슛 성공률은 44.0%였다. 그리고 포틀랜드는 47.6% 야투율에 3점슛 성공률 42.9%였다. 3점 야투 성공에 1.5의 가중치를 둔 이펙티브 필드골 퍼센티지(이하 eFG%) 계산으로 봐도 덴버의 49.5%보다 포틀랜드의 54.9%가 높았다.

농구의 승부에서 슈팅 정확도의 영향력은 가장 크다. 상대 바스켓에 볼을 더 잘 넣는 팀이 대개 이기는 편이다. 하지만 슈팅 정확도에서 밀리는 팀이 극복하는 길도 있다. 턴오버와 리바운드를 통해 상대보다 더 많은 공격기회를 갖는 길이다.

시즌 동안 공격 리바운드 부문에서 강세를 보여줬던 두 팀이지만 현재의 맞대결에서는 덴버가 다소 앞서고 있다. ⓒAFPBBNews = News1
덴버는 공격 리바운드에서 포틀랜드에게 17-12의 우위를 가졌다. 그리고 턴오버에서도 8-14의 큰 우위를 가졌다. 이 덕분에 자유투 시도는 양 팀 동시에 28회인 가운데 야투 시도 횟수에서 덴버가 92-82의 우위를 가졌다.

그리고 자유투 성공 개수에서도 덴버가 25-22로 살짝 앞섰다. 공교롭게도 이 자유투 성공 3구의 차이는 커리어 자유투 성공률 88.9%, 올시즌 91.2%의 릴라드가 11회 시도 중 실패한 자유투 3구의 숫자와도 같다.

릴라드는 후반전 자유투 라인에 섰을 때 평소의 그답지 않게 첫 시도들을 세 번 놓치는 모습을 보였다. 3차전의 그 긴 시간 싸움 후유증은 오히려 포틀랜드의 릴라드에게 간 것일까.

반면 덴버의 3년차 가드 머리는 시도한 자유투 11구 모두 성공시켰다. 종료 13초를 남긴 이후 머리는 포틀랜드의 고의 반칙 작전 대상이 돼 총 6회의 자유투 시도를 가진 가운데 모두 성공시키며 강심장의 면모를 보여줬다. 만약 1구라도 실패했더라면 포틀랜드에겐 최소 연장전에 돌입할 기회가 있었다.

즉 이렇게 리바운드, 턴오버, 자유투 등에서 앞서며 덴버는 3차전 긴 시간의 싸움으로 쌓일 만한 피로를 극복해낸 모습을 보여줬다. 오히려 포틀랜드는 승부의 중요한 분기점이 된 3쿼터 동안 덴버에게 4스틸을 내주는 등 7턴오버를 범하며 맥 빠진 모습을 보여줬다.

▶시리즈 동안 리바운드와 턴오버에서 이기고 있는 덴버

정규 시즌 동안에도 eFG% 리그 순위에서 13위(52.8%)의 포틀랜드가 15위(52.7%)의 덴버보다 살짝이나마 더 높았다. 그리고 4차전까지 치른 현재에도 시리즈 eFG%는 51.5%의 포틀랜드가 49.0%의 덴버보다 앞서 있다.

특히 포틀랜드에서는 맥컬럼의 꾸준한 득점 활약이 매섭다. 2라운드 시리즈 동안 42.7% 야투율로 평균 26.5득점을 기록 중인 맥컬럼은 최저 40.0%에서 최고 50.0% 사이의 안정적인 슈팅 효율성을 남기고 있다. 경기 안의 활약 측면에서도 에이스 릴라드보다 맥컬럼이 더 기복이 덜한 모습이다.

포틀랜드는 현재 맥컬럼의 맹활약을 승리로 이을 필요가 있다. ⓒAFPBBNews = News1
이런 한편으로 덴버에서는 52.0% 야투율로 평균 26.8득점 13.3리바운드 9.5어시스트 1.8스틸 1블록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내고 있는 요키치가 있지만 다른 뾰족한 창이 없는 편이다. 머리는 4차전 자유투로 승부사 면모를 보여줬지만 3차전 때는 잦은 판단 실수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대신 덴버는 턴오버와 리바운드 측면에서 포틀랜드를 앞서고 있는 경향이다. 턴오버는 3차전을 제외한 나머지 3경기에서,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은 1차전을 제외한 나머지 3경기에서 모두 덴버가 포틀랜드를 앞섰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현재까지 4경기 중 슈팅 정확도에서 앞선 팀이 이긴 경기는 포틀랜드가 승리했던 2차전뿐이다. 당시 eFG%에서 47.6%-37.8%로 크게 이긴 포틀랜드가 턴오버, 리바운드, 자유투 나머지 부문들에서 밀렸음에도 7점차 승리를 거뒀다.

즉 슈팅 정확도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이 시리즈는 작은 것들에서 결정 날 수 있다는 뜻이다. 튄 공이 어디로 튈지, 상대 수비수의 손에 맞고 굴절된 볼이 어디로 날아갈지에 따라 승부가 날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작은 부문들에서 앞서고 있는 덴버에게 유리한 면이 있다. 이제 다시 3전2선승제 양상이 된 가운데 홈코트 우위는 다시 덴버에게로 왔다. 2승2패 동률에서는 5차전 승리 팀에게 크게 분위기가 쏠리는 7전4선승제이기에 홈에서 5차전을 갖는 덴버가 다소 유리하다.

이에 맞서 포틀랜드가 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선 릴라드가 제대로 폭발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승부처들에서 넣어주긴 했지만 릴라드의 3점슛 성공률은 시리즈 동안 33.3%의 1차전이 최고였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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