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지난 3월로 2019 K리그의 선수등록이 마감됐다. 오는 6월 말 다시 열리는 선수등록까지는 새로운 선수가 뛸 순 없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원정 월드컵 역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룬 주전 수비수였던 조용형(36)의 이름은 끝내 어느 팀에도 속하지 못했다. 1983년생으로 30대 중반을 넘은 나이로 지난해까지 제주 유나이티드의 최고참으로 활약한 조용형의 은퇴가 예상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용형은 “아직 경기장에서 후련하게 뛰지 못했다. 축구장에서 뛰는 게 재밌고 살아있음을 느낀다. 난 아직 행복한 축구를 조금만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라며 후반기 선수 등록 시한에 다시금 선수생활을 이어가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조용형을 인천에서 만나 근황과 선수생활 의지, 베테랑으로써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체지방률 8%… 여전한 자기관리와 프로의식

지난해 11월을 끝으로 제주를 떠났다. 소속팀은 없지만 조용형은 스스로 트레이너를 고용해 언제든 뛸 수 있는 몸상태를 유지 중이다.

“오전에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3~4시간 정도 강훈련을 하고 있다. 오히려 시즌 중보다 몸상태가 더 좋다. 실제로 체지방률이 8% 미만으로 나오고 체중도 75kg내외로 프로생활 내내 유지한 몸무게와 같다. 운동 후 다시 아이들을 유치원 하원을 시키며 ‘아빠’의 삶과 운동선수의 삶을 유지하고 있다”며 웃는 조용형이었다.

“지난 시즌 제가 목표한 만큼 뛰지 못하면서 아직 선수생활을 마칠 만한 후련함을 느끼지 못했어요. 아직 축구를 하는 게 재밌고 프로 레벨에서 축구를 하기 위해 몸을 만들고 준비하고 긴장감을 가지는게 여전히 설레고 행복해요. 물론 나이가 있다 보니 선수생활을 1~2년밖에 못하겠지만 제가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축구를 조금만 더 하고 후련하게 축구화를 벗고 싶어요.”

조용형의 자기관리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어린 시절에는 아예 술조차 입에 대지 않았다는 조용형은 “솔직히 나이가 들고 나서는 경기에 지면 분하고 잠이 안와서 맥주 한캔 정도 먹는 게 전부”라며 “담배는 당연히 안하고 어린 시절부터 몸무게를 똑같이 유지하고 있다. 나이 들어서 근육부상을 관리하기 위해 보강훈련을 열심히 하다 보니 후배들이 먼저 부상 당하지 않는 노하우를 물을 정도”라고 했다.

“전 항상 후배들에게 ‘지금 놀고 싶겠지만 몇 년 후 더 편하게 살려면 지금 축구에 미쳐야한다’고 말해요. 또 ‘난 이 나이가 되도 여전히 너희들과 땀 흘리고 공차는게 재밌다. 그 소중함을 잊지 말고 모든 열정을 쏟아 행복하게 축구하자’고 말하죠. 그게 제 진심이고 조금 더 나이 많고 축구를 오래한 선배가 해줄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중동을 떠날때 조용형 송별회 모습
▶중동 진출 1세대… 조용형 이후 중동의 한국사랑

2010 남아공 월드컵을 마치고 조용형은 카타르리그의 알 라얀으로 이적한다. 지금은 흔하지만 중동리그 진출 자체도 흔치 않던 시절에 개척자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 선수들이 감독님이 말하면 시키는 대로 다 하잖아요. 저도 감독님이 하라는대로 정말 다 수행했죠. 게다가 한국인 특유의 ‘투혼’이랄까요. 제가 얼굴에 골키퍼 펀칭을 맞아서 뇌진탕 증세가 있었는데도 ‘괜찮다’고 90분을 다 뛰고 경기 후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있었어요. 그 경기 이후 현지선수들과 구단에서 외국인 선수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더라고요.”

조용형은 오랜 외국 생활을 하면서 항상 머릿속에 ‘나는 한국을 대표해서 온 사람이다. 나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좋은 사례를 남기기 위해 훈련에서 더 이를 악물고 했고 현지 선수들의 다소 떨어지는 프로의식에 동화되지 않기 위해 자기 관리를 열심히 했다고.

실제로 조용형, 이정수 등 중동 1세대들이 중동리그에 좋은 인식을 심어준 덕에 김기희, 남태희, 오반석, 이용, 정우영 등 셀 수 없이 많은 선수들이 중동에서 뛸 수 있었다. 중동의 한국 선수 사랑은 현재진행형이다.

중동을 떠날때 조용형 송별회 모습
▶중동·중국 떠날때 예전 선수들까지 찾아와 송별회

조용형은 2014년을 끝으로 중동을 떠나 중국으로 이적했다.

당시 조용형이 팀을 떠나는 것이 확정되자 소속팀 선수들은 물론 팀을 떠났던 다른 선수들까지 조용형을 위한 송별회를 찾아와 케이크와 꽃다발은 안기기도 했다.

또한 중국 스좌장 융창을 떠나 한국 복귀가 결정됐을 때도 중국 현지 선수들이 조용형을 위해 큰 송별회를 준비하고 구단 관계자들도 모여 고작 2년뛴 조용형이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정말 고마운 일이었죠. 성대한 송별회를 해주는데 못볼 줄 알았던 예전에 뛰었던 선수들도 왔더라고요. 사실 외국인 선수였기 때문에 그런 대우를 해주기 쉽지 않을텐데 떠날때까지 ‘내가 이 팀에서 열심히 했구나’를 인정해주니까 참 고마웠죠.”

중국을 떠나 한국 복귀를 결심했을 때 조용형의 머릿속에는 오직 제주 복귀밖에 없었다고 한다.

“솔직히 1억원 이상의 차이만 나지 않으면 금액이 적어도 친정팀인 제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제가 외국을 다녀온지 7년이라 감독님도, 선수들도, 구단 직원 대부분 바뀌었지만 제주로 돌아가는게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했어요.”

2017년 조용형이 영입되자마자 제주가 조용형이 떠난 2010년 이후 7년만에 다시 K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나의 경험, 뛰고 싶은 열정 어린 선수들에게 전하고파”

조용형은 축구계에 미담 혹은 부러운 사례를 남긴 선수이기도 하다. 축구선수로 모은 돈으로 2015년 인천에 빌딩을 세웠다. 이 빌딩에 2003년부터 자신과 함께해온 에이전트사인 인스포코리아의 사무실을 빌딩 준공 단계부터 계획해 맞춤형으로 무상임대를 해준 것.

“저를 위해 고생해준 분들인데 마땅히 해야 할 일은 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요즘 세상에 무료로 사무실을 임대해주는 미담을 남겨 축구 에이전트들이 모두 인스포코리아를 부러워할 정도다.

이외에도 2017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일본 우라와 레즈와의 난투극으로 인해 징계를 받았을 때 박지성, 이영표, 기성용, 지소연 등 유명 선수들이 나서서 조용형이 억울한 징계를 당했다며 탄원서까지 써줄 정도였다. 선후배 관계가 좋기에 가능했던 일.

"몸이 아프지 않는한 뒤처지지 않을 때까지만 후련하게 뛰고 축구화를 벗고 싶어요. 2018시즌이 워낙 아쉬움이 커서 이렇게 선수생활을 그만둘 수 없더라고요. 그래도 월드컵 16강을 주축으로 가보고, 다양한 해외 경험까지 있어 유망한 어린 선수들의 능력을 함께 뛰며 120% 끌어내는데 일조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제가 좋아하는 축구를 조금만 더 하다 부족하다 싶으면 미련없이 축구화를 벗을 겁니다. 그전까지는 선수로 더 도전해보려고요."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