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선발 덱 맥과이어(30)는 9이닝 동안 128개의 공을 던져 무피안타 1볼넷 1사구 무실점을 기록, 노히트 노런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KBO리그 역대 14번째, 지난 2016년 6월 30일 두산 보우덴 이후 3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었다.
완투가 가능한 체력과 팀 야수진의 수비까지 운과 실력을 모두 잡아야 나오는 기록이 바로 노히트 노런이다. 보기 드문 진기록이지만 외국인 투수의 노히트 노런은 종종 있었다. 그러나 토종 투수의 노히트 노런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지난 2000년 5월 18일 한화 송진우 이후 토종 노히트 노런은 없다. 송진우 이후 나온 2000년대 네 번의 노히트 노런은 모두 외인이었다. 2014년 NC 찰리 쉬렉(6월 14일 LG전), 2015년 두산 유네스키 마야(4월 9일 넥센전), 2016년 두산 보우덴(6월 30일 NC전), 그리고 2019년 삼성 맥과이어(4월 21일 한화전)다.
이처럼 마운드에서는 외인의 비중이 토종 선수에 비해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공격도 그럴까? 특이하게도 야수에서는 외국인의 존재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의 KBO리그 트렌드를 보면 외국인 투수는 존재감이 상당한 반면, 외인 타자들은 상대적으로 밀리는 추세였다.
약해진 토종의 명성, KBO리그는 외인 투수의 천국완봉은커녕 9회 완투마저 하기 힘든 상황에서 노히트 노런은 국내 투수 입장에서는 꿈의 영역이다. 그나마 에이스급 투수인 양현종이 2015년 1완투, 2016년 3완투, 2017년 1완투, 2018년 3완투 경기를 펼쳤지만, 노히트 노런은 없었다.
양현종 외에 김광현 정도가 완투 능력을 갖춘 선수라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두 선수를 제외하면 다른 선수를 떠올리기 쉽지 않다. 최근 몇 년 사이의 리그 개막전 선발을 보더라도 외인의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올해도 10개 구단 중 토종 투수가 선발로 나온 것은 KIA 양현종, SK 김광현 뿐이었다.
다승과 평균자책점, 두 지표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5년 전, 2014시즌 리그 다승왕은 넥센 벤헤켄으로 당시 20승 6패를 찍었다. 평균자책점 1위는 3.18의 삼성 벤덴헐크였다. 2015시즌 다승왕은 19승 5패 NC 해커, 평균자책점 1위는 2.44의 양현종이었다.
2016시즌 다승왕과 평균자책점 1위는 22승 3패 평균자책점 2.95를 찍은 두산 니퍼트, 2017시즌은 20승을 나란히 기록한 KIA 헥터와 양현종이 다승왕, 평균자책점 1위는 3.04의 KT 피어밴드였다. 작년 다승왕은 18승 3패의 두산 후랭코프, 평균자책점 1위는 2.88의 두산 린드블럼이었다.
이처럼 지난 2014시즌 이후로 작년까지 5년간 다승왕 타이틀은 모두 외인 선수의 차지였고, 평균자책점도 2015시즌 양현종을 제외하면 모두 외인 투수 천국이었다. 타고투저 현상이 심화된 리그 흐름 속에서 토종 투수의 비중과 영향력은 계속 줄어든 반면, 외국인 투수의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높아진 셈이다.
굳이 원인을 찾는다면 투수 분업화가 확고하게 자리잡으면서 완투형 투수들이 실종된 탓이 크다. 국내 투수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100구를 투구 최대치로 여기고 있다. 노히트 노런을 기대할 수 있는 완투형 투수가 그만큼 없다는 얘기다.
외국인 투수들이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을 때 투구수를 보면 보우덴은 139개, 마야 136개, 찰리 113개를 던졌다.
공격, 테임즈 빼면 토종 타자 강세외인 타자가 각 구단에 많이 포지했던 2014시즌, 10개 구단 외인 중에서 타율이 가장 높았던 것은 NC 테임즈였다. 3할4푼3리였지만, 리그 전체로 본다면 8위에 그쳤다. 물론 테임즈의 경우, 도루와 홈런 등 여러 부분에서 압도적 성적을 보여준 외인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타율과 홈런, 두 가지 지표만 놓고 본다면 2014시즌 타율 1, 2위는 201안타 3할7푼의 서건창, 3할6푼5리의 한화 김태균이었다. 그리고 홈런 1, 2위는 52홈런의 박병호와 40홈런의 강정호였다.
2015시즌 타율 1위는 3할8푼1리의 테임즈였지만 홈런 1위는 53홈런의 박병호였다. 2016시즌 홈런 1위는 40개를 쳐낸 테임즈와 최정, 타율 1위는 3할7푼6리의 최형우였다.
특히나 2016시즌, 외인 타자 가운데서 타율이 가장 높았던 선수는 한화 로사리오(0.321리)였지만, 리그 전체로 따진다면 19위에 불과했다. 2017시즌도 타율 3할3푼8리 한화 로사리오가 전체 8위에 불과했고 리그 1위는 3할7푼 KIA 김선빈, 홈런 1위는 46홈런의 최정이었다.
최정에 이어 로사리오가 37홈런으로 2위를 차지했지만, 야수는 투수처럼 외인이 토종 선수를 확실하게 압도한 경우가 훨씬 적었다. 2018시즌도 홈런 1위와 2위는 44개의 두산 김재환, 43개의 박병호였다. 타율도 3할6푼2리의 LG 김현수가 1위인 반면, 외인 중에 타율이 가장 높았던 것은 3할3푼의 삼성 러프였고 리그 15위가 전부였다.
공인구 변화로 인한 타고투저 감소…공격력 하락 예고비교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외인 투수들의 비중은 해가 지날수록 강해진 반면, 외인 타자들의 경우는 소수의 선수를 빼면 무게감이 절대적이지 않다. 2019시즌 초반, 외인 타자의 활약을 놓고 본다면 그 차이는 더욱 확실하다.
두산의 새 외인 페르난데스와 2년차 키움 샌즈를 제외하면 남은 8개 구단 외인 타자들의 활약상은 상당히 미미하다. 2년차 한화 호잉과 3년차 SK 로맥도 이전의 활약이 무색할 정도로 기대 이하이며 그 외의 다른 타자들은 언급조차 필요가 없다.
특히나 KIA 해즐베이커는 1할대 타율에 현재는 2군도 아닌 부상으로 재활군에 있다. 10개 구단 30명의 외인 선수 전체 중에서 교체 1순위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에 비해 마운드에서는 강점이 뚜렷하다. 27일 기준 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는 LG 윌슨(0.66), 3위는 두산 린드블럼(1.63)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올해부터는 달라진 공인구로 인해 타고투저 흐름이 한 풀 꺾였다는 점이다. 자연스레 외인 선발의 비중은 더욱 커지는 반면, 토종에 상대적으로 밀렸던 외인 타자의 경우는 확실한 컨셉 없이 무작정 4번에서 뛰겠다는 의지만 내세우고 덤빈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더더욱 높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