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에 앞서 가장 얕보여진 팀이라면 하위 시드들도 아닌 서부 컨퍼런스 3번 시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였을 테다. 가장 업셋 가능성이 크다고 예견됐던 시리즈의 상위 시드 팀이다.

하지만 그런 우려를 뚫고 포틀랜드가 매우 유리한 고지 위에 올라섰다. 남은 세 경기 중 하나만 잡아내면 3시즌 만에 2라운드 진출을 이루게 된다.

포틀랜드는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각) 플레이오프 1라운드 4차전에서 6번 시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를 111-98로 꺾었다. 오클라호마시티 홈으로 넘어와 3차전은 패했지만 4차전을 승리해 3승1패로 앞서 나가며 자신들의 홈으로 돌아간다.

적지에서 대미안 릴라드와 CJ 맥컬럼은 각자 24득점 및 27득점을 올리면서 오클라호마시티 홈 관중을 조용케 만들었다. ⓒAFPBBNews = News1
NBA 플레이오프 7전4선승제 역사에서 3승1패는 총 244회 중 233회, 95.5%의 비중으로 시리즈 승리를 가지게 만든 매우 유리한 전적이다. 만약 이대로 포틀랜드가 시리즈를 통과하게 된다면 플레이오프 시작 전에 나왔던 예상과 판이하게 다른 결과가 나온다.

홈코트 우위를 가진 포틀랜드지만 현지 최대 매체 ESPN의 시리즈 예상은 압도적으로 하위 시드 오클라호마시티에게 치우쳐 있었다. 20명의 전문가들 중 단 한 명만이 포틀랜드가 7차전 끝에 승리한다고 내다봤고 나머지는 모두 오클라호마시티의 승리를 전망했다.

총 8개의 시리즈들 중 유일하게 상위 시드 포틀랜드의 패배를 이토록 점쳤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포틀랜드가 그런 예상들을 뛰어 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셋을 가리켰던 사전 조건들

포틀랜드가 오클라호마시티에게 시리즈를 빼앗긴다고 예상한 데에는 나름 충분한 근거들이 있었다. 플레이오프 시리즈의 결과를 예측할 때 필요한 각 사항들에서 포틀랜드는 불리한 입지에 있었다.

우선 시즌 동안 오클라호마시티 상대로 포틀랜드는 0승4패를 기록했다. 1월부터 3월까지 배정된 4경기 모두 포틀랜드가 패했다.

둘째로 포틀랜드에서 큰 기여를 했던 센터 유수프 너키치(25)가 3월말 큰 부상을 당하며 시즌아웃 됐다. 공수 양 진영에서 너키치의 기여도는 유의미하게 컸었다.

셋째로 현재와 비슷한 선수단을 보유했던 지난 시즌 포틀랜드는 3번 시드로서 참여했음에도 6번 시드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에게 4연패 스윕을 당했던 팀이다. 시즌 동안 보여줬던 공수 양면의 장점들이 모두 사라지면서 허무하게 물러났었다.

▶슈팅 정확도의 완전한 우위

4연패로 끝난 시즌 맞대결이었지만 경기마다 포틀랜드가 일방적으로 밀린 것은 아니었다. 9점차 패배 2회와 8점차 및 2점차 패배를 당했다.

이 과정에서 포틀랜드는 매번 슈팅이 말을 잘 듣지 않는 곤경을 겪었다. 리그 12위의 46.7% 야투율을 기록한 포틀랜드지만 오클라호마시티 상대로는 가장 높아야 45.3%였고 39.4%를 기록한 적도 있다. 반면 시즌 야투율 리그 19위(45.4%)였던 오클라호마시티는 마지막 맞대결을 제외한 3경기에서 모두 시즌 성과보다 좋은 슈팅을 가졌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포틀랜드가 슈팅 정확도 우위의 혜택을 크게 받고 있다. 시리즈 야투율에서 포틀랜드가 44.1%라면 오클라호마시티는 41.3%다. 3점슛 성공률에서는 41.5%의 포틀랜드와 21.8%의 오클라호마시티다.

1차전과 3차전에 47.1% 및 50.0% 야투율을 기록했던 러셀 웨스트브룩은 2차전과 4차전에 25.0%와 28.6%의 큰 부진을 보이며 시리즈 동안 불안한 기복을 보이고 있다. ⓒAFPBBNews = News1
3차전에서만 오클라호마시티가 슈팅 난조에서 탈출했고 나머지 세 경기에서는 부진을 겪고 있는 양상이다. 반대로 포틀랜드는 일정 대역을 유지하고 있고 특히 3점슛 적중률은 최저가 3차전의 38.7%일정도로 높은 대역을 유지 중이다.

▶시즌 중 합류한 칸터의 기대 이상 활약

올시즌 뉴욕 닉스에서 44경기를 뛰다 2월 방출된 후 포틀랜드와 계약한 센터 에네스 칸터(27)가 너키치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예상했던 대로다. 전 시즌 뉴욕 선수로서 71경기 모두 주전으로 나섰고 올시즌에도23경기 주전으로 나왔다.

하지만 수비에 대한 인상이 좋지 못했던 칸터가 이렇게 포틀랜드의 수비에 도움이 될 것이라 예상하긴 힘들었다. 자신을 직접적으로 상대하는 센터 스티븐 아담스를 썩 잘 막는 편은 아니지만 보다 중요한 팀 수비에서 무너지지 않는 대형을 유지시켜주고 있다.

NBA닷컴에 따르면 현재까지 플레이오프 4경기 192분 동안 포틀랜드는 100포제션 당 101.5실점을 허용했다. 이는 플레이오프 참가 16개 팀 중 5번째로 좋은 수비지표다. 그리고 칸터가 코트 위에 있던 114분 동안엔 100포제션 당 101.2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칸터 본인의 원래 장점인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평소와 같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55.3% 야투율로 평균 13.3득점 9.5리바운드를 기록 중인 칸터가 코트 위에 있을 때 포틀랜드는 보다 높은 공격력과 리바운드 점유를 보여준다.

현재까지 192분 동안 100포제션 당 107.9득점을 기록 중인 포틀랜드는 칸터가 코트 위에 있는 114분 동안 114.3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50.7%의 리바운드 점유율을 기록 중인 포틀랜드는 칸터가 코트 위에 있는 동안 53.6%를 기록했다. 이는 팀 내 최고의 숫자다.

친정팀 오클라호마시티를 상대로 칸터는 최근 커리어 중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쳐 보이고 있다. ⓒAFPBBNews = News1
▶전 시즌 PO의 수모를 떨친 릴라드

지난 시즌 포틀랜드가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스윕을 당한 수모에는 릴라드의 부진이 한몫 했었다. 2년차인 2013~14시즌부터 시작된 그의 플레이오프 커리어 중 최악의 성과인 35.2% 야투율과 평균 18.5득점이 그때 나왔다.

특히 가장 많이 상대했던 포인트 가드 즈루 할러데이 앞에서는 25.8%의 야투율에 그치는 극악의 성과가 나왔다. 이 탓에 동료 가드 CJ 맥컬럼(28)이 51.9% 야투율로 평균 25.3득점을 올리며 활약해도 큰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못했었다.

하지만 올시즌의 릴라드는 다르다. 시즌 성과 측면에서는 올NBA 퍼스트 팀에 선정됐던 지난 시즌이 살짝 더 좋을지라도 플레이오프 성과에서는 올시즌이 커리어 최고다. 아직 치러야 할 경기들이 남아 있지만 4경기 동안 43.9% 야투율과 평균 28.8득점을 기록 중이다.

4차전 전반전 동안 8회 야투 시도 중 2개(25.0%)만 성공시켰던 릴라드는 3쿼터에 7회 시도 중 5개(71.4%)를 성공시켜 포틀랜드가 크게 앞서나가도록 이끌었다. 그의 경기 전체 24득점 중 15득점이 3쿼터에 나왔다.

이런 활약을 통해 릴라드는 포틀랜드에서 가장 좋은 득점 견인력을 보여주고 있다. 100포제션 당 107.9득점의 포틀랜드는 릴라드가 코트 위에 있는 동안 114.8득점을 올렸다. 이는 팀에서 가장 좋은 개인 공격지표다.

여기에 릴라드와 함께 꾸준히 20득점 이상씩 평균 26.3득점을 올려주고 있는 맥컬럼까지 더해 포틀랜드는 계속해서 유능한 볼 핸들러이자 득점원을 코트 위에 계속 세울 수 있다.

이런 포틀랜드를 상대로 오클라호마시티는 순간순간 멋진 장면들을 만들더라도 그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종종 나오고 있는 점프슛 실패들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앞서 언급한 사항들이 모이면서 포틀랜드의 시리즈 우세가 나오고 있다. 너키치의 부상 때부터 어두운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었지만 막판 그의 공백 동안 7승2패를 거뒀던 것처럼 잘 헤쳐 나가고 있다. 때문에 더 이상 포틀랜드를 얕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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