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NBA 플레이오프의 개막전은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에 대해 우려를 갖기에 충분했다. 다른 선수들의 부진도 부진이었지만 에이스의 부진이 부상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그 에이스 센터 조엘 엠비드(25)의 상태는 우려를 없애기에 충분해 보인다. 가장 최근인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각)의 4차전은 그의 무서움을 말하기에 딱 좋은 예시였다.

동부 컨퍼런스 3번 시드 필라델피아는 1라운드 4차전에서 6번 시드 브루클린 넷츠에게 112-108로 승리해 3승1패로 앞서 나갔다. 1차전 패배 후 내리 3연승이다.

이 승리에서 엠비드의 활약은 절대적인 지분을 가졌다. 85-91, 6점차로 뒤지며 시작한 4쿼터를 지배한 선수가 엠비드였기 때문이다. 4쿼터 동안 브루클린이 17득점에 묶이는 사이 필라델피아의 27득점 중 12득점을 엠비드 혼자 올렸다.

31분31초를 뛴 경기 전체 기록도 풍성했다. 야투율 54.5%와 자유투 6구 모두 성공을 통해 31득점을 올렸고 16리바운드 7어시스트 2스틸 6블록도 보탰다.

살짝 쳐져있던 분위기의 필라델피아였지만 4쿼터 엠비드의 활약을 중심으로 혼전의 클러치 상황 끝에 4차전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AFPBBNews = News1
NBA 플레이오프 역사에서 31득점 16리바운드 7어시스트 6블록의 각 부문 기록을 동시에 만족시켰던 선수는 1973~74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31득점 16리바운드 8어시스트 6블록을 기록했던 카림 압둘자바뿐이다.

압둘자바는 당시 플레이오프 동안 NBA 파이널까지 16경기를 뛰며 평균 32.2득점 15.8리바운드 4.9어시스트 2.4블록 1.3스틸을 기록했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경기 역사에서 30득점-15리바운드-5어시스트-5블록의 조합을 동시에 만족시켰던 과거 선수들은 압둘자바 포함 5명뿐이다. 압둘자바, 랄프 샘슨, 패트릭 유잉, 2경기의 팀 던컨, 엘튼 브랜드다.

3년차 엠비드가 이렇게 전설적인 빅맨들의 대활약에 견줄 수 있는 위력을 발휘했다. 그것도 플레이오프 시작부터 무릎 이상으로 인해 출전여부가 불투명했고 3차전에는 무릎 통증으로 인해 한 경기 쉬었던 선수가 보여준 강력함이다.

1차전 24분, 2차전 21분 출전에 그쳤던 엠비드가 이제는 완전한 상태로 돌아온 것일까. 그렇다면 높은 무대를 바라보는 필라델피아의 욕심이 실현되기에 충분한 조건이 된다.

▶시즌의 위력과는 달랐던 1차전

이번 정규 시즌 동안 평균 27.5득점 13.6리바운드 3.7어시스트 1.9블록 0.7스틸을 기록한 엠비드의 농구를 요약하자면 흔히 ‘불리볼(Bully ball)’이라 칭한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자의 농구로써, 상대보다 월등한 조건을 가진 신체와 기술을 통해 지배력을 떨치는 농구를 뜻한다.

이런 불리볼을 엠비드 이전에 보여줬던 선수가 2000년대 초반 LA 레이커스의 3연속 우승 시절 주역이었던 샤킬 오닐이다. 스스로를 ‘역대 가장 지배적인(Most Dominant Ever)’이라 칭했던 말이 허풍이 아닐 정도로 페인트 구역에서 센터 오닐의 존재는 실로 무서웠고 3연속 우승으로 증명했다.

213cm 신장과 113kg 체중을 지닌 엠비드가 그 시절 오닐만큼의 페인트 구역 지배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엠비드가 지닌 큰 덩치와 함께 강력한 힘, 날랜 움직임, 정교한 손은 상대방에게 평소 이상의 수비 집중을 갖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신인 때부터 중장거리 슈팅을 꽂아 넣을 수 있는 소질을 보여줬지만 커리어가 진행되면서 엠비드의 득점 활동 구역은 점점 림과 가까워졌다. 평균 득점이 20.2득점에서 27.5득점으로 상승하는 동안 득점 중 페인트 구역 비중은 신인 때의 38.6%에서 43.6%를 거쳐 47.5%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1차전 제 상태가 아닌 것으로 보였던 엠비드는 이런 경향과 벗어난 농구를 보여줬다. 물론 브루클린 주전 센터 재럿 앨런을 순식간에 파울 트러블에 빠트렸을 정도로 18회의 자유투 시도를 가지긴 했지만 모두 실패한 5회의 3점슛 시도는 중요한 1차전의 분위기를 브루클린에게 뺏기는 빌미가 됐다.

페인트 구역 안에서 9회의 시도 중 5개를 성공시키고 자유투를 통해 12득점을 더해 총 22득점을 올렸지만 종종 외곽에서 발음 멈춘 엠비드의 위력은 주전 센터가 코트에 나서지 못한 브루클린을 괴롭히지 못했다.

▶다시 돌아온 페인트 구역 지배력

1차전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줬던 필라델피아는 언제 그랬냐는 듯 2차전부터 우위를 보여줬다. 특히 2차전 3쿼터에서 51-23으로 압도했던 모습은 이 시리즈의 중대한 분기점이 됐다.

그 3쿼터 동안에도 팀에서 가장 많은 13득점을 올린 엠비드는 6회의 야투 시도 중 5개(83.3%)를 성공시켰고 모두 페인트 구역 안 또는 인접한 위치에서 나왔다. 컷인 덩크 하나를 빼면 모두 수비수와의 교전을 거친 후 성공시켰다.

또한 3차전 전체로 보자면 3쿼터 페인트 구역 바로 옆에서 던진 점프슛 하나를 빼면 나머지 야투 11회를 모두 페인트 구역 안에서 시도했다. 이를 통해 야투 시도 12회 중 8개(66.7%)를 성공시키면서 23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4차전에서는 4쿼터가 엠비드의 위력이 나온 시간이었다. 경기 전체 동안 야투 시도 22회 중 12개(54.5%)를 성공시킨 엠비드는 페인트 구역 안에서 15회를 시도해 10개(66.7%)를 성공시켰다. 그리고 4쿼터에 나온 엠비드의 12득점 모두가 바스켓으로부터 8피트(약 2.4m) 안, 페인트 구역 득점이었다.

또한 경기 막판 엎치락뒤치락 점수 양상에서 최종 필라델피아의 역전을 만든 마이크 스캇의 3점슛이 엠비드의 페인트 구역 존재감을 통해 나왔다. 엠비드가 바스켓 근처에서 볼을 잡는 순간 수비가 쏠린 틈에 빼준 어시스트로 연결된 3점슛이었다.

2승2패 혼전의 양상이 될 뻔 했지만 3승1패 구도를 만들면서 필라델피아의 분위기 자체가 크게 좋아졌다. ⓒAFPBBNews = News1
▶플레이그런트 파울 누적에 대한 주의 필요

이렇게 큰 활약을 하고 있는 엠비드지만 그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2차전과 4차전에서 각각 플레이그런트 파울 1을 받은 그의 거친 플레이 때문이다.

두 번 모두 브루클린의 센터 앨런을 상대로 나왔는데 2차전에서는 본인의 득점 움직임 중 팔꿈치로 앨런의 얼굴을 가격했고 4차전에서는 득점 시도 중이던 앨런을 강하게 밀치면서 나왔다. 4차전 엠비드의 플레이그런트 파울은 동료 지미 버틀러와 상대방 재러드 더들리의 퇴장을 야기한 몸싸움으로도 이어졌다.

이로써 엠비드는 현재 플레이오프 3경기 출전 만에 플레이그런트 파울 점수 2점을 누적시켰다. 만약 이번 플레이오프 안에 또 플레이그런트 파울 1을 두 번, 또는 플레이그런트 파울 2를 한 번 더 받게 된다면 규정에 의해 바로 그 다음 경기에서 징계로 결장할 수밖에 없다.

높은 라운드에서 징계로 인한 결장은 큰 결과를 초래하는 나비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계속해서 주의를 기할 필요가 있다.

▶시리즈의 유리한 고지에 선 필라델피아

지난 시즌까지의 NBA 플레이오프 7전4선승제 시리즈 역사에서 3승1패로 앞선 팀들은 총 244회 중 233회, 95.5%의 비중으로 시리즈를 승리했다. 즉 현재 필라델피아는 첫 경기 패배를 딛고 매우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일단 무릎 이상을 의심받았던 엠비드의 위력이 돌아온 것이 정말 좋은 뉴스다. 정규 시즌을 통해서도 엠비드의 존재는 필라델피아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다른 선수들의 성과도 그의 존재에 따라 기복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이런 의미에서 3차전 엠비드가 빠졌을 때 나온 승리도 필라델피아에게 매우 좋은 신호다. 시즌 동안 모아 놓은 선수들의 이름값에 비해 실망스러웠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3차전은 그런 우려들을 꽤 날려줬다.

특히 1차전 크게 부진했던 포워드 토바이어스 해리스가 3점슛 6개 모두 성공을 포함 29득점을 올렸고 마찬가지로 1차전 홈 관중으로부터 야유까지 받았던 벤 시먼스가 31득점 9어시스트의 큰 활약을 펼치면서 비판을 잠식시켰다.

현재 1라운드 통과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필라델피아의 시즌 목표는 애초에 플레이오프의 최종 행선지였다. 즉 우승을 노리고 있는 필라델피아에게 엠비드를 비롯해 여러 선수들이 기대 받았던 모습들을 각자 펼쳐내 보여줘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4차전 엠비드의 활약은 꽤 의미가 컸다. 앞으로 상위 라운드들에서 만날 수 있는 팀들 입장에서도 고심하게 만들 위력을 보여줬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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