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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그린을 저벅저벅 걷는 그의 발걸음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모였다. 단순한 스타 플레이어, 그 이상을 넘어선 압도적 존재감. 그를 상징하는 빨간 티셔츠가 크게 스윙을 하고 돌아서면 팬들은 저절로 일어나 경외의 박수를 쏟아냈다.

'황제' 타이거 우즈(44), 그는 4월 14일에 끝난 제83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05년 마스터스 우승 이후, 14년 만에 다시금 정상의 자리에 올라 '그린 재킷'을 입은 우즈의 표정은 말 그대로 감격 그 자체였다.

우즈를 지켜본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의 우승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미 현지 언론에서는 연일 우즈의 우승 소식을 가장 중요한 뉴스로 다뤘고 중계는 대회 내내 우즈를 따라다니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카메라에 담았다.

왜 전 세계 모든 이들이 우즈의 우승에 열광하는 것일까. 결국 이야기다. 그의 스윙, 그의 동작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팬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최고의 선수에서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스타, 그렇게 쓸쓸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 했다. 하지만 우즈는 일어났고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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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우즈, 골프를 넘어 역사상 최고의 스포츠 선수

마스터스가 끝난 후에 발표된 남자골프 세계랭킹에서 우즈는 세계랭킹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그의 랭킹은 6위. 이전까지 12위에 있던 우즈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따내며 랭킹을 다숨에 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그가 세계랭킹 10위 안에 들어온 것은 지난 2014년 8월 이후 약 4년 8개월 만이다.

마스터스 우승 전까지 그는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통산 80승을 기록한 전설이었다. 그 80승 가운데 메이저 대회 우승이 무려 14번, 그리고 마스터스 우승이 4번이었다.

가장 전성기로 불리는 2000년에는 PGA 챔피언십, 디 오픈, US오픈까지 한 시즌에 무려 세 개의 메이저 대회를 석권한 적도 있었다. 말 그대로 최고 중의 최고, 실력 면에서는 그 누구도 우즈를 넘보지 못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가 골프에 끼친 영향은 한 명의 선수, 그 이상이었다. 1997년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을 기점으로 골프 역사상 최고의 스포츠 스타를 갖게 된 PGA 투어는 그 규모가 점점 커졌고 2000년대 들어 전 세계를 호령하는 최고의 투어가 됐다. 우즈의 성장은 곧 PGA 투어, 그리고 골프라는 종목의 성장 그 자체나 마찬가지였다.

  • 초췌한 모습의 타이거 우즈. 연합뉴스 제공
수술과 이혼, 그리고 성추문 스캔들로 무너진 황제

언제까지나 최고의 자리에 있을 줄 알았다.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무려 142개 대회를 한 차례도 쉬지 않고 연속으로 컷 통과한 우즈다.

마스터스 역시 1997년과 2001년, 2002년, 2005년까지 무려 네 번이나 우승을 따내며 그린 재킷을 입었다. 실패, 아니 기복이라는 단어조차도 우즈와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시련은 우즈도 모르게 찾아왔다. 2008년, 그는 고질적으로 아팠던 왼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2009년, 사건이 터졌다. 골프는 몰라도 우즈 하면 떠오르는 희대의 불륜 스캔들, 10명이 넘는 여성과 깊은 관계를 맺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명성에 크나큰 금이 갔다. 몰락, 이전까지 그가 쌓았던 '황제'라는 금자탑이 와르르 무너졌다.

부인 엘린 노르데그린과의 다툼 이후 자동차를 몰다가 교통사고를 내기도 했고 결국 이혼까지 했다. 슈퍼스타의 붕괴, 우즈는 재기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지만 고된 훈련으로 인해 망가진 허리와 무릎 부상은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다. 그렇게 우즈는 팬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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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를 모르는 우즈의 도전 정신, 결국 빛을 발하다

2012년 아놀드인비테이셔널 우승을 기점으로 다시금 상승세를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간만에 들린 그의 소식은 충격 그 자체였다. 2017년 5월, 부서진 자신의 벤츠 차량 안에서 잠들어 있던 우즈를 경찰이 발견했다. 초점이 흐린 쾡한 눈, 골프황제 우즈로 보기엔 너무나 힘들었다. 음주 및 약물 복용 혐의, 추락을 넘어 이제는 재기 불능처럼 보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내린 결론은 속칭 '왕년 후유증'이었다. 왕년에 내가 잘 나갔으니, 조금만 더 열심히 한다면 언제든 예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하지만 나이가 든 현실의 자기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계속 무리한 훈련을 한 것이 오히려 몸 상태를 더욱 악화 시켰다는 의견이었다.

세월에 장사는 없다. 아무리 우즈라고 해도 흐르는 시간을 이겨낼 수 없다. 하지만 우즈는 포기하지 않았다. 조금만 더, 한 번이라도 더, 그렇게 우즈는 스스로를 믿고 전성기 시절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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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에서 보여준 황제의 걸음, 역경을 이겨낸 한 인간의 걸음

2018시즌부터 서서히 상승세를 탄 우즈는 9월 24일, PGA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무려 1876일 만의 우승이었다. 세계랭킹 1000위 밖으로 밀려날 정도로 부진했지만 이 대회 우승으로 우즈는 세계랭킹을 대폭 끌어올리면서 13위까지 올라섰다.

그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임한 2019시즌, 그는 자신을 가장 빛나게 해주고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마스터스 대회에서 다시 우승을 차지했다. 11년 만의 메이저 대회 우승, 그리고 14년 만의 마스터스 우승, 단언컨데 골프 역사상 가장 극적인 부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경쟁을 펼친 다른 선수들의 페이스가 다소 떨어진 틈을 우즈는 놓치지 않았다. 대회 내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마스터스를 보러온 모든 팬을 자신의 팬으로 만들었다. 마치 마스터스에 참여한 우즈가 아닌 '우즈의 마스터스'라는 느낌이었다.

우즈는 마지막 18번 홀에서 우승을 확정 짓는 챔피언십 퍼트를 성공 시킨 후, 양 손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동시에 팬들은 기립박수로 다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황제의 귀환을 축하했다.

그가 마스터스에서 보여준 걸음 하나하나, 그 모든 것이 골프의 역사가 됐고 역경을 이겨낸 한 인간의 걸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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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9/04/21 13: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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