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의 무게감이 유타 재즈에게는 너무 컸던 것일까. 시즌 동안 보여줬던 성과에 전혀 못 미치는 모습으로 맥없이 패하고 있다.

서부 컨퍼런스 5번 시드 유타는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각) 플레이오프 1라운드 2차전에서 4번 시드 휴스턴 로켓츠에게 98-118로 패하며 2연패에 빠졌다. 현재까지 두 경기 모두 20점차 이상으로 패하는 일방적 구도를 보여주고 있다.

NBA 플레이오프 7전4선승제 시리즈 역사에서 0승3패에 빠진 팀이 시리즈를 통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즉 이틀을 쉰 다음 오는 21일 3차전마저 패한다면 시리즈는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하위 시드 팀이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패하는 것이 유별난 일은 아니다. 같은 날 동부 컨퍼런스 8번 시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는 1번 시드 밀워키 벅스에게 21점차로 패했고 현재까지 2경기 동안 모든 시리즈들 중 가장 큰 평균 28점차의 적자를 내고 있다.

현재 유타는 제임스 하든의 플로터가 들어가지 않기를 바라는 것 말고 딱히 하든의 움직임을 제어하지 못하면서 큰 수비 붕괴를 겪고 있다. ⓒAFPBBNews = News1
하지만 유타는 디트로이트보다 조건이 훨씬 좋은 편이다. 시즌 동안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을 이끌어왔던 블레이크 그리핀이 빠진 디트로이트에 비해 현재 유타에는 결정적 결원이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유타는 디트로이트 다음으로 가장 큰 평균 26점차 적자를 기록 중이다.

휴스턴과 유타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도 각각 1번 시드와 5번 시드로서 2라운드에서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유타는 1승4패로 물러났는데 2차전만을 승리하고 모두 패했다. 그런데 현재는 그때보다도 더 일방적으로 패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수비 강팀이라는 이미지와 다르게 유타는 휴스턴에 대한 수비 해법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 이들은 이렇게 무너지고 있을까.

▶시즌 성과에 전혀 근접하지 못하는 플레이오프 성과

50승32패(승률 61.0%), 서부 컨퍼런스 5위로서 마감한 유타는 전 시즌보다 2승을 더하며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엔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높은 수비 성과가 힘을 실어줬다.

NBA닷컴에 따르면 올시즌 유타는 100포제션 당 110.2득점 및 105.2실점으로 마감했다. 이는 공격지표 리그 14위와 수비지표 2위의 성과다. 이에 비해 전 시즌에는 리그 16위(107.2) 공격지표와 1위(102.9)의 수비지표를 기록했다.

한편 올시즌 휴스턴은 공격지표에서 리그 2위(114.8), 수비지표에서 18위(110.1)로 마감했다. 즉 이번 시리즈는 휴스턴의 창과 유타의 방패 사이의 대결로도 표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플레이오프 1라운드 시리즈에서 유타는 창도 방패도 모두 무딘 상태로 보인다. 18일 일정으로 플레이오프 참가 중인 16개 팀들이 모두 2경기씩 치른 현재 유타는 14위의 공격지표(93.5)와 15위의 수비지표(120.0)에 그쳐 있다.

▶하든 수비에 대한 접근 방식의 재고 필요

이번 플레이오프에 들어 유타는 하든에 대한 변칙적인 수비 전략을 들고 나왔고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며 비판에 직면했다. 아예 변형을 주지 않는 편이 더 나을 것으로 보일 정도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두 경기 동안 유타는 하든이 볼을 몰고 와서 대치했을 때 그의 오른쪽 돌파를 열어주는 형식의 수비를 도모하고 있다. 왼손잡이 하든 입장에서 수비수가 왼쪽에 치우쳐 붙어 자연스럽게 오른쪽을 열어주는 모양새다.

이를 통해 하든의 3점슛에 어느 정도 제어를 하는 한편 하든의 돌파 경로 선택지를 한정시키겠다는 의도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목표들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18일 현재 2경기 동안 44.0% 야투율로 평균 30.5득점 10.5리바운드 10어시스트 5.5턴오버를 기록 중인 하든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다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일단 그가 오른쪽 돌파를 한 다음 유타의 대응이 원래 구상했던 것보다 미진하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먼저 하든과 대치한 수비수는 하든의 드리블이 시작됨과 동시에 뒤로 쳐져 전혀 따라붙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다음 수비수들로서 데릭 페이버스라든과 루디 고베어 같은 빅맨들이 하든을 썩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두 경기 연속 10어시스트씩 올리고 있는 하든은 총 20회의 어시스트 중 8회를 센터 클린트 카펠라의 덩크로 연결시켰다. 이 중 여섯 번이 앨리웁 덩크다. 또한 다른 빅맨인 케니스 퍼리드에게도 앨리웁 한 번 포함 2회의 덩크를 연결시켰다.

즉 유타는 하든의 움직임에 쏠리는 동안 다른 동료들에 대한 제어를 풀어주면서 더 쉬운 기회를 내주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이 수비법이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 하든 본인도 까다로움을 느끼는 동시에 다른 동료들을 살리는 선택지도 줄이는 데에 목표가 있다.

하지만 현재 하든은 경기 당 4회로 자유투 시도가 줄었을 뿐 3점슛 활용에서도, 돌파 득점에서도, 동료의 기회를 살리는 데에도 자신이 할 바를 다하고 있다. 떨어진 성과라면 플로터가 말을 썩 듣지 않고 있는 정도다.

현재 하든은 코너에서의 시도 한 번을 제외하고 정면과 윙에서 시도한 3점슛 22회 중 10개(45.5%)를 성공시켰다. 그리고 제한구역에서의 야투 시도 10회 중 8개(80.0%)를 성공시켰다. 제한구역 밖 페인트 구역에서는 17회 시도 중 4개(23.5%) 성공이다.

▶완전히 무뎌진 창

유타가 뛰어난 공격력을 보여준 팀은 아니지만 현재 2경기 동안의 모습은 휴스턴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2경기 연속 100득점 미만에 그치고 있다. 휴스턴이 평균 120득점이라면 유타는 94득점이다.

우선 에이스 도노반 미첼이 전혀 상대에게 위협이 되지 않고 있다. 미첼은 43.2% 야투율을 통해 평균 23.8득점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리고 전 시즌 플레이오프 동안 신인으로서 42.0% 야투율을 통해 평균 24.4득점을 올려 미래에 대한 큰 기대를 갖게 했다.

전 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도 미첼은 휴스턴 상대로 고전을 거친 편이지만 현재보다 좋은 36.0% 야투율 및 평균 19.4득점을 기록했었다. ⓒAFPBBNews = News1
하지만 현재 플레이오프 두 경기 동안에는 32.4% 야투율로 평균 15득점에 그치고 있다. 전 시즌 플레이오프 평균 어시스트가 4.2라면 올시즌에는 3이며, 턴오버는 2.9에서 4.5로 뛰었다.

팀 전체적으로도 큰 슈팅 부진을 겪고 있다. 정규 시즌 야투율 리그 3위(48.3%)에 올랐던 팀이 현재 플레이오프 동안에는 16개 팀 중 13위(39.4%)에 그쳐 있다. 3점슛 정확도는 37.9%에서 23.1%로 추락했다.

슈팅 시점에 가장 가까운 수비수와 6피트(약 1.8m) 이상 떨어진 와이드 오픈 3점슛에서 현재 유타는 플레이오프 참가팀들 중 휴스턴과 동일하게 가장 많은 20회의 기회를 얻어냈다. 즉 공격전개에서 나쁜 편이 아니다.

하지만 이 와이드 오픈 3점슛에서 유타는 20.0% 적중률에 그치고 있다. 이는 현재 2연패에 빠져 있는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동일한 최하위 정확도다. 이런 슈팅 컨디션에서 반등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1승을 따내기도 힘들 것이다.

정규 시즌 동안 와이드 오픈 3점슛 기회에서 38.6% 적중률을 기록했던 것처럼 현재 유타는 여러 부문에서 시즌 성과에 크게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휴스턴의 수비가 좋은 면도 있지만 유타 자신들이 헤매고 있는 부분도 제법 작용하고 있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팀이 20승5패(승률 80.0%)의 휴스턴이다. 즉 휴스턴이 현재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올스타 휴식기 이후 3번째로 좋은 전적 18승7패(승률 72.0%)를 기록한 팀이 또 유타다.

2연속 올해의 수비수 선정이 유력한 고베어를 비롯해 유타는 나름 좋은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이대로 무너진다면 그런 모습들은 씁쓸한 기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하든에 수비에 대한 재조정, 그리고 공격에서 슈팅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길만이 현재의 난관에서 벗어나는 길이 될 테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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