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냉정하게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강정호와 재계약을 한 것은 속는셈치고 ‘로또’를 구매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터지면 20홈런 이상의 탄탄한 3루수를 얻고 실패하면 300만달러를 날리는 셈이었다.

물론 2년을 기다린 세월이 아까워서 혹은 정말로 ‘의리’와 ‘믿음’때문일 수도 있다.

자신의 최고 장점이었던 ‘속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강정호에게 2년의 공백을 금세 메우기 기대한 것은 너무 큰 바람이었을까.

16일(이하 한국시각)까지 강정호는 13경기 42타석에 들어서 단 4안타, 1할5리의 타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물론 아직 162경기 1/16수준 밖에 하지 않았고 안정된 통계로 인정받기엔 표본이 너무 적다. 하지만 적은 표본 속에서도 강정호의 부진 이유는 어렴풋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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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기’였던 패스트볼을 못 치고 있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첫 2년간 성공을 거두면서 전문가들은 머쓱해졌다. 다들 ‘메이저리그의 빠른 구속은 KBO에서 뛰던 타자가 따라잡긴 힘들다’고 했다. 실제로 김현수, 박병호 등이 그예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강정호는 달랐다. ML 진출 첫해 강정호는 95마일 이상의 강속구를 상대로 4할2푼2리를 기록, 메이저리그 전체 2위의 성적을 기록했다(1위 추신수 0.471).

메이저리그 높은 수준의 빠른 공을 쳐내는 것은 강정호의 약점이 아닌 특기가 됐고 포심패스트볼을 상대로 강정호는 지난해까지 통산 3할7푼2리의 타율에 장타율은 무려 7할에 달했다(0.698). 가히 ‘패스트볼 킬러’의 모습.

하지만 올시즌 강정호는 71번의 패스트볼을 보면서 단타 하나를 때려내는데 그쳤다. 1할1푼1리의 패스트볼 상대 타율.

결국 사실상 2년을 음주운전으로 휴식하면서 메이저리그 수준의 최고 강속구에 대한 감을 잃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실전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당장 메이저리그에서는 공만 보다 아웃되고 있는 상황. 그렇다고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것은 생각도 못해본 일인데다 마이너리그를 다녀오면 시즌은 훌쩍 지났을 수도 있다.

2년의 공백은 우려 이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사실 2년이나 제대로 경기를 못 뛴 선수가 다시 세계 최고 레벨인 메이저리그 수준에서 뛰고 있다는 것만으로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연합뉴스 제공
▶스트라이크존 설정의 어려움

2년의 공백은 타자들의 기본인 스트라이크존 설정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 하다. 투수든 타자든 자신만의 확실한 스트라이크존을 만들어 상대와의 승부에 임해야한다. 그 스트라이크존은 실제 스트라이크존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강정호는 통산 25.5%로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에 스윙했었다. 하지만 올시즌은 29.4%로 4%가량 상승했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에 스윙하면 안타 될 확률은 당연히 낮다. 몇몇 배드볼 히터가 아닌 이상 더 그렇다. 대신에 스트라이크존 안에 들어오는 공에 대해서는 통산 59.7%의 스윙을 했지만 올해는 54.6%로 5%이상 스윙하지 못하고 있다.

즉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에 대해서는 더 스윙하는데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은 스윙하지 못하고 있는 것. 스트라이크존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근거다.

아예 공을 갖다 맞추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통산 76.3%의 컨택트율을 보였지만 올시즌은 62.3%에 그치고 있다. 공에 갖다 맞추질 못하니 자연스레 통산 22%였던 삼진율이 38.1%로 급상승했다.

▶결국 문제는 ‘2년의 메이저리그 수준의 실전 감각’

모든 타자들의 목표는 날아오는 공을 강하게 치는 것이다. 강하게 쳐야 홈런이 되든 안타가 되든 뭐든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정호는 가뜩이나 맞추지도 못하고 있는데 강한타구 비율도 통산 35.9%에서 18.2%로 반토막 났다. 대신 평범한 속도의 타구는 17%나 늘어났다(올해 63.6%, 46.5%).

스프링캠프 홈런왕을 차지할 정도로 금방 메이저리그에 적응할 것으로 보였지만 스프링캠프에서는 투수들이 힘을 빼고 던지고 마이너리그 선수도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곤란했다. 또한 세계 그 어디에도 없는 ‘정밀 야구’를 하는 피츠버그는 강정호가 가뜩이나 바깥쪽 낮은공에 약점을 보였는데 그 약점이 두드러지자 더 공략하고 있는 추세다(스트라이크존 안팎 35칸 중 바깥쪽 중앙-아래 6구간 21타수 2안타, 사진 A).

사진 A 강정호의 지난시즌(왼쪽)과 올시즌(오른족) 스트라이크존당 타율. 빨간색으로 갈수록 잘친것, 파란색일수록 못친것. 브룩스 베이스볼
결국 문제는 지난 2년의 메이저리그 수준의 실전 감각이다. 2년간 메이저리그를 떠나 있다 보니 아무리 도미니카리그도 가고, 마이너리그를 뛰고, 스프링캠프를 해도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레벨만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아직 표본은 적고 속단하기엔 고작 4월 중순이다. 하지만 최근 18타수 무안타의 기록과 2연속 선발 제외는 ‘현실’이다. 예전 같으면 기다려주고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 있지만 강정호는 피츠버그에게 1년 단기계약을 맺은 선수일 뿐이며 애초 기대가 ‘잘되면 좋고 아니면 그만’인 로또였다. 현실은 냉정하고 반전을 통해 다시 주전자리로 복귀해야만 하는 강정호다.

-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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