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의 플레이오프 개막전에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가 홈 관중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경기 종료가 제법 남았음에도 많은 관중이 퇴장하는 민망한 장면도 나왔다.

동부 컨퍼런스 3번 시드 필라델피아는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각) 6번 시드 브루클린 넷츠에게 102-111로 패하며 0승1패로 시작하게 됐다. 한 자릿수 점수 차로 종료됐지만 4쿼터 대부분의 시간 동안 10점차 이상이 유지되며 분위기가 넘어가 있었다.

마침 14일에는 이를 포함 4경기 중 3경기에서 하위 시드의 반란들이 일어나는 이색적인 상황이 나왔다. 토론토 랩터스-올랜도 매직 및 덴버 너겟츠-샌안토니오 스퍼스 시리즈들에서도 각각 하위 시드들인 올랜도와 샌안토니오가 승리했다.

반면 플레이오프 개막 이틀째인 15일에는 모두 상위 시드 팀들이 승리를 지켜냈다. 이렇듯 비중 측면에서 14일 원정 팀들의 승리 세 번은 꽤나 놀라운 결과다.

7전4선승제 시리즈에서 원정 팀이 첫 경기를 이기는 것은 그들에게 그렇게 큰 낙관적 신호는 아니다. 지난 시즌까지 NBA의 7전4선승제 시리즈 역사 중 원정에서 시리즈 첫 경기를 이긴 141개 팀들 중 75팀, 53.2%의 비중이 시리즈를 승리했다.

이에 비해 시리즈의 첫 경기를 홈에서 이긴 387개 팀 중에는 330팀, 85.3% 비중이 시리즈를 승리하는 압도적 비중이 나왔다. 아무래도 하위 시드보다는 상위 시드 팀이 더 유리한 전력 조건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필라델피아가 첫 경기를 졌다고 해서 비관적 상황은 아니다. 선수단이 갖고 있는 재능 측면에서 필라델피아는 상대적 우위를 갖고 있다. 특히 올시즌 안에 조합해낸 주전 5인조는 꽤 큰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조엘 엠비드와 벤 시먼스 2명이 각각 3턴오버를 기록하는 등 13턴오버를 남긴 필라델피아는 공격 전개 동안 볼 보호에 있어서도 문제를 보이곤 했다. ⓒAFPBBNews = News1
다만 1차전 동안 보여준 경기 내용은 앞으로의 시리즈를 감안했을 때 제법 우려를 갖게 하는 면이 있었다. 즉 어쩌면 필라델피아가 시리즈를 오래 끄는 것을 넘어 브루클린에게 무너지는 결과까지도 생각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1차전 동안 필라델피아는 어떤 문제들을 노출시켰을까. 그리고 브루클린 입장에서 보자면 어떤 부분이 좋았고 유지해나가야 할까.

▶시즌 동안 필라델피아 상대로 높은 득점을 올렸던 브루클린

애초에 정규 시즌 동안 브루클린은 필라델피아에게 상대전적 열세에 있지 않았다. 2승2패를 기록했고 시즌 첫 대결을 승리한 이후 승패를 교대로 나눠가졌다. 특히 11월 첫 대결에서는 필라델피아에 지미 버틀러 및 토바이어스 해리스가 들어오기 전이지만 122-97로 브루클린이 크게 승리했다.

특히 브루클린은 필라델피아 상대로 시즌 맞대결 동안 고득점의 경향을 보였다. 시즌 82경기 동안 리그 15위의 평균 112.2득점을 올렸던 브루클린이 필라델피아 상대로는 121득점을 올렸다. 이는 필라델피아 상대의 29개 팀들의 평균 득점 중 4번째로 높다.

같은 동부 컨퍼런스 안에서는 브루클린이 밀워키 벅스(125.3득점) 다음 2번째로 필라델피아에게 높은 득점을 올린 팀이었다. 4번째 대결의 110득점을 제외하고 나머지 3경기에서 최소 122득점 이상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필라델피아 상대로 유독 날카로움을 보여줬던 선수는 벤치 가드 스펜서 딘위디였다. 시즌 야투율 44.2% 평균 16.8득점의 딘위디는 필라델피아 상대로 4경기 모두 참여해 57.5% 야투율 23.8득점을 올렸다.

이번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딘위디는 42.9% 야투율로 18득점을 올리며 필라델피아를 상대로 타격을 줬다. 그리고 딘위디보다 많은 26득점의 디앤젤로 러셀과 23득점의 캐리스 르버트까지 더해 이 3명의 가드들에는 돌파를 즐겨하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들 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룩했다면서 크게 고무적이었던 브루클린은 1차전 승리를 통해 더욱 큰 자신감을 얻어냈다. ⓒAFPBBNews = News1
▶높이는 있지만 빠르기에서 문제를 보인 필라델피아

필라델피아는 경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브루클린의 주전 센터 재럿 앨런을 쫓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시작 후 1분도 안 돼 앨런은 2반칙을 쌓았고 1쿼터 4분30초 남았을 때 3반칙으로 큰 파울 트러블에 걸렸다. 결국 앨런은 경기 전체 동안 9분39초 출전에 그쳤다.

팀에서 가장 큰 211cm 신장 앨런이 빠진 브루클린에 비해 필라델피아에는 213cm 신장 주전 센터 조엘 엠비드에 더해 벤치 센터로는 리그 최장신 221cm 신장 보반 마리아노비치도 있다. 확실히 높이의 우위는 필라델피아에게 있게 됐다.

실제 페인트 구역 득점에서도 54-46으로, 세컨드 챈스 득점에서도 23-16으로 필라델피아가 앞섰다. 블록은 11-2로 압도적인 필라델피아의 우위였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브루클린의 가드 3명의 움직임에 고전한 모습들도 동시에 많이 나왔다. 그 가드들은 드리블 중의 외곽 점프슛들이 빗나가고 블록도 당하며 야투율이 썩 높진 않았지만 결국 많은 득점을 올려냈다.

208cm 신장 벤 시먼스가 공격 진영에서 가드 역할을 보는 필라델피아에는 전통적인 포인트 가드의 신체를 가진 선수라곤 188cm 신장 벤치 가드 TJ 맥코넬뿐이다. 하지만 맥코넬도, 193cm 신장 13년차 노장 가드 JJ 레딕도, 뛰어난 가드 수비수는 아니다.

때문에 필라델피아는 상대 가드들이 아이솔레이션이나 픽앤롤을 통해 드리블 돌파를 감행할 때 통제하는 힘이 비교적 떨어진다. 앞서 언급했듯 브루클린의 러셀, 딘위디, 르버트 등의 돌파를 즐겨하는 가드들이 많은 득점을 올린 이유가 여기에서 나온다.

▶무릎 문제 회복 여부가 중요해진 엠비드

올시즌 48.4% 야투율로 평균 27.5득점을 올린 엠비드는 3년차의 시기에 확실히 슈퍼스타 센터에 등극하는 위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시즌 말에 나온 무릎 문제가 계속해서 말썽을 부리고 있는 듯하다.

팀의 시즌 마지막 7경기 중 2경기에만 출전했던 엠비드는 무릎 통증으로 1차전 출전도 살짝 불투명했지만 경기에 나왔다. 하지만 이따금씩 절룩거린 그의 움직임은 정상적인 상태는 아님을 보여줬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상대 센터 앨런을 파울 트러블에 빠트린 선수가 엠비드였다. 하지만 정작 앨런이 나간 이후 엠비드의 슈팅은 외곽에서 맴돌았다.

물론 자유투 시도를 18회나 얻어내기도 했지만 엠비드의 야투 15회 중 8회가 바스켓으로부터 8피트(약 2.4m) 바깥에서 나왔다. 그 외곽 점프슛들 중 성공시킨 것은 단 1개뿐이었다. 이로 인해 22득점을 올리는 동안 야투율은 33.3%에 그쳤다.

50.0% 야투율과 15회의 자유투 시도를 통한 36득점 9리바운드 2스틸 2블록을 기록하는 등의 분전을 기한 버틀러의 모습이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있을까. ⓒAFPBBNews = News1
▶화려한 선수단의 힘을 보여줘야 하는 필라델피아

엠비드의 부진 외에도 필라델피아에서는 주전 슈팅 가드 레딕이 6반칙 퇴장으로 22분23초만 뛰며 5득점에 그치는 수모를 당했다. 앞서 언급한 브루클린의 가드들에 대한 수비로 반칙들을 쌓으면서 제대로 된 리듬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트레이드 데드라인 무렵 들어와 큰 기대를 받았던 해리스도 40분32초나 뛰며 팀에서 가장 많은 출전시간을 받았지만 공격 진영에서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7회 야투 시도와 0회 자유투 시도에 그쳤고, 그것도 28.6% 야투율로 4득점에 그쳤다.

이 탓에 50.% 야투율로 36득점을 올린 버틀러의 활약이 무색하게 됐다. 수비수들과의 교전을 거치면서도 슈팅을 성공시키기도 했고 6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통해 멋진 장면들도 보여준 버틀러의 활약을 다른 선수들이 받쳐주지 못했다.

시먼스는 3쿼터에 본인의 자유투 시간 동안 2구 모두 실패했을 때 홈 관중으로부터 야유를 듣기도 했다. 9득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 3턴오버를 기록한 시먼스는 제1 볼 핸들러임에도 골밑 근처에서만 슈팅을 시도하는 소극적인 자세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필라델피아는 바닥을 쳤다고도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브루클린은 필라델피아를 상대로 충분히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는 팀이다. 필라델피아는 그에 맞서 더 높은 득점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

1차전에서 필라델피아가 기록했던 3점슛 성공률 12.0%는 이번 정규 시즌 기록들 중 11.5% 다음 2번째로 가장 낮은 숫자에 해당한다. 이렇게 최악에 가까운 결과를 봤던 만큼 필라델피아로부터 16일 2차전부터의 반등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다만 반등을 위해선 우선 엠비드의 무릎 상태가 호전돼야 할 것이고 시먼스 외 나머지 주력 선수들이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움직임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브루클린 입장에서는 앨런의 파울 관리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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