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 권아솔입니다. 파이터들의 생계와 파이트 머니에 대해 다뤘던 지난 칼럼에 쏟아진 호평에 감사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격투기 선수에게 있어 ‘재능’, ‘노력’, ‘신체조건’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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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 맷집, 습득력은 후천적으로 기르기 힘들어

격투기 선수에게 재능은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남다른 재능이 있다면 다른 사람보다 쉽게 배우고 많은 기술을 구사할 수 있죠.

일반적으로 반사신경, 민첩성과 같은 분야는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이런 재능의 경우 후천적인 노력으로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맷집, 습득력은 아무리 후천적으로 노력해도 한계가 있기에 ‘타고난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해야 잘 맞아서 데미지를 줄일 수 있는지 정도는 할 수 있지만 맷집은 많이 맞을수록 깎이는 항목이라 봅니다. 그렇기에 타고날 때부터 최대치가 얼마나 높은지가 격투기 선수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타고나길 유리턱으로 태어나면 아무리 노력해도 격투기 선수로 성공하기 힘든 것도 마찬가지죠.

또한 아무리 좋은 스승을 만나도 선수가 기술을 습득하는데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정확한 상황에 쓸 수 없다면 무의미합니다. 가끔가다 한번만 알려줘도 정확히 이해하고 습득하는 선수들을 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이게 재능이다’라며 혼자 생각하곤 했습니다.

재능하면 개인적으로는 홍영기 선수가 떠오릅니다. 같이 스파링을 할 때마다 정말 킥 스피드가 워낙 빨라서 어디서 언제 발이 날아오는지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일반인분들은 TV로 보시니까 킥이 보이고 쉬워 보일 수 있지만 홍영기 선수의 킥은 정말 예측 불가의 스피드와 방향에서 날아옵니다. 부단한 노력에 의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홍영기 선수의 킥은 재능적인 측면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신체조건 : 크고 길수록 유리하지만 신체 장점을 활용하는 기술이 필요

신체조건의 경우 격투기 선수는 크고 길면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기술에 실력이라면 일대일 스포츠인 종합격투기에서 결국 신체조건으로 승부가 갈린다고 봅니다. 그래서 같은 체급이라도 팔다리가 길고 몸통이 두꺼우면 유리하지만 결국 그 유리한 신체조건을 살릴 수 있는 기술이 되느냐가 중요합니다.

오랜 격투기 선수 생활을 하며 신체조건이 좋은 선수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런 선수들을 보면 ‘부럽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부러워하기보다는 ‘그렇다면 나는 저 선수가 가진 장점을 어떻게 역이용 할 것인가’, ‘저 선수는 저런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단점을 뭘까’라고 생각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길러졌습니다.

종합격투기는 타격이 좋으면 상대는 레슬링으로 승부를 보면 되고, 킥이 좋으면 펀치로 대응하는 등 여러 대응 유형이 있습니다. 한 선수가 신체조건이 좋다고 해도 그것으로 인해 따라오는 약점도 있기에 그걸 찾아 공략하는 재미가 있는게 종합격투기입니다. 바로 이 매력을 알게되면 종합격투기의 ‘출구 없는 매력’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신체 조건하면 역시 전설적인 선수였던 새미 슐츠가 떠오릅니다. 실력도 뛰어난데 거기에 압도적인 신체까지 가져 리치를 잘 살린 공격을 했습니다. 자신의 신체 조건의 장점을 알고 그 장점을 십분 발휘하는 기술을 연마했기에 전설적인 선수가 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결국 신체 조건의 유리함이 있다할지라도 그걸 살릴 수 있는 기술 연마가 뒷받침 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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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 : 만번의 무의미한 펀치보다 생각하는 질 좋은 백번의 펀치가 낫다

다소 진부할 수 있지만 저는 재능, 신체조건, 노력 중 격투기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건 결국 ‘노력’이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많이 운동하고 땀 흘리는 노력이 아닙니다. 종합 격투기는 그냥 막싸움이 아닌 수많은 상황과 그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의 발현입니다. 내가 원투 펀치를 했을 때 상대가 맞으면 이어지는 공격, 피했을 때 나의 방어, 막혔을 때 나의 다음 공격 등 수많은 상황에 대한 이해와 연습이 필요합니다.

항상 원투 펀치를 치면 연습할 때도 무의미하게 만번의 펀치를 뻗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원투 펀치가 상대에게 들어가고 원투펀치가 막혔을 때는 어떻게 할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하는 백번의 펀치가 더 의미 있다고 봅니다.

결국 양적인 노력보다 질 좋은 노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실명을 언급하긴 힘들지만 예전에 함께 운동을 하던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결석이 없을 정도로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케이지 위에만 올라가면 패하다 그만뒀습니다. 저도 정말 그 친구가 왜 그렇게 안됐는지 궁금한데 지금 생각해보면 멘탈의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전 격투기는 멘탈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스포츠라고 보는데 케이지 위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쌓았을 때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는지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격투기 선수 생활을 오래하면서 재능도 있고 신체조건도 좋았던 선수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끈기와 오기를 가지고 어떻게 해서든 매일 체육관에 나와 아마추어-무명으로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할 때도 열심히해내는 선수들이 바로 끝까지 살아남고 살아 남은자가 챔피언이 되는 곳이 종합격투기의 세계입니다. 재능과 신체조건만 믿다간 홀로 체육관에서 ‘질 좋은 노력’을 해온 선수에게 큰 코 다칠 수 있는 것이 종합격투기이기에 세계인이 사랑하는 스포츠가 됐다고 봅니다.

-권아솔 칼럼 : 스포츠한국은 3월부터 격투기 단체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이자 국내 최고의 파이터 중 한명인 권아솔과 함께 칼럼을 진행합니다. 권아솔 칼럼니스트를 통해 알고 싶은 격투기 주제에 대해 스포츠한국 SNS를 통해 제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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