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세계랭킹 1위. 말 그대로 세계 최고다. 최정상의 자리에 올라섰다는 것은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한 개인이 이루어낼 수 있는 최고의 명예다.

특히 전세계 스포츠에서 한국 선수가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오르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피겨 김연아나 스켈레톤 윤성빈 등 한 선수의 특출난 재능으로 1위 자리에 오르는 경우가 유독 눈길이 가는 이유다.

하지만 세계랭킹 '톱10'은 물론이거니와 역대 세계랭킹 1위 자리에 무려 5명의 한국 선수가 올라간 종목이 있다. 다른 종목에 비해 한국 선수의 강세가 유독 강한 종목, 바로 여자 골프다.

2019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였던 ANA인스퍼레이션에서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시즌 2승이자 LPGA 통산 4승째를 따낸 고진영(24)은 지난 9일 발표된 세계 여자골프 랭킹에서 박성현을 밀어내고 랭킹 1위에 올랐다.

고진영은 "메이저 대회 우승에 이어 세계랭킹 1위에 올라서게 되어 매우 영광이다"라고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껏 5명의 한국 선수만이 거쳐간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의 자리, 그렇다면 고진영 이전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태극낭자는 누구였을까.

신지애. 연합뉴스 제공
한국 여자 골프를 정상 궤도에 올려 놓은 신지애-박인비

여자골프 세계랭킹은 지난 2006년 신설됐다. 현재 명칭은 '롤렉스 여자 세계골프랭킹'이다. 지금까지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올라선 선수는 모두 14명, 그리고 한국 선수 중에서 최초로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오른 선수는 신지애(31)다.

신지애는 지난 2006년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무대에 입성한 뒤 2008년까지 3년을 뛰면서 대상, 상금, 평균타수, 다승 등 따낼 수 있는 타이틀은 모조리 가져갔다. 압도적 실력으로 한국을 평정한 신지애는 더 큰 무대인 미국으로 떠났다.

2009년 LPGA 신인왕, 다승왕, 상금왕까지 3관왕에 올랐던 그는 2010년 에비앙 마스터스 우승을 따내며 그 해 5월 3일, 22세 5일의 나이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젊은 나이에 다 이루었다고 생각했을까. 현재 신지애는 일본여자골프(JLPGA)에 주력, 한미일 3개국 여자골프 무대를 모두 경험한 베테랑 여자 골프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신지애가 세계랭킹의 문을 열었다면 길을 닦고 터를 잡은 것은 박인비(30)다. 현재까지도 박인비는 한국 여자 골프선수 중 단연 최고다. 박세리 키즈의 선두 주자였던 그는 2006년부터 미국으로 건너가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LPGA 투어에서 활약했다.

2008년 US오픈 우승을 통해 이름을 알린 박인비는 2012년에 2승, 2013년에 완벽하게 만개하며 메이저 대회 3승을 포함, 무려 6승을 찍고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더욱 눈길이 가는 것은 바로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킨 기간이다.

지난 2013년 4월부터 2014년 6월까지 58주를 시작으로 2014년에 14주, 2015년에 19주, 2018년 14주까지 모두 합하면 무려 106주(742일)라는 긴 기간 동안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켜내며 최고의 자리에 군림했다.

아시아 최초로 커리어그랜드슬램이라는 타이틀과 2016년 리우올림픽 여자 골프 금메달, 여기에 LPGA 명예의 전당까지 박인비는 최고의 자리에서 모든 것을 이룬 선수였다.

박성현. ⓒAFPBBNews = News1
세계랭킹 1위 정점에 선 꾸준함의 유소연, 파워풀 박성현

신지애, 박인비의 뒤를 이어 한국 선수로는 세 번째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선수는 유소연(28)이다. 유소연의 가장 큰 장점은 '꾸준함'이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었지만 손에 꼽을 정도의 단점도 딱히 없다. 모든 부분에서 평균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는 선수다.

기복이 심한 다른 선수들에 비해 안정감과 부상 없는 꾸준한 대회 출전을 기반으로 유소연은 지난 2017년 6월 LPGA투어 월마트 NW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생애 첫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64경기 연속 컷 통과라는 기록만 봐도 그가 갖고 있는 가장 큰 강점을 단번에 눈치 챌 수 있다.

네 번째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한국 선수는 '남달라' 박성현(25)이다. 박성현은 미국 진출부터 남달랐다.

2016시즌 KLPGA 시즌 7승을 따내면서 상금왕 자리에 올랐는데, 그 해 초청 선수로 나선 LPGA 투어에서도 대량의 상금을 벌어들이면서 우승 없이 상금 순위로만 투어에 직행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LPGA 데뷔 시즌이었던 2017년, 그는 메이저대회인 US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이름을 알렸고 꾸준히 랭킹 포인트를 챙기더니 역대 최초로 LPGA 데뷔 시즌에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딱 한 주를 차지했지만, 그것이 시작이었다. 데뷔 시즌에 신인왕, 올해의 선수상, 최저 타수상, 상금왕을 싹쓸이 했다.

그리고 올해 HSBC위민스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지난 3월 4일 태국의 아리야 쭈타누깐을 제치고 다시금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박성현의 시대는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다.

고진영. ⓒAFPBBNews = News1
역대 5번째 태극낭자 세계 1위, 호수 빠진 고진영이 계보 잇다

태극낭자 세계랭킹 1위 다섯 번째 주인공은 LPGA 데뷔 2년 차인 고진영이다. 2016년 KLPGA 대상 출신으로 한국 무대를 싹쓸이 했던 고진영은 2018년 LPGA 투어에 진출했고 그 해, ISPS 한다 호주 여자 오픈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비상했다.

그리고 지난 4월 8일에 끝난 LPGA 투어 ANA인스퍼레이션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포함, 올해 치른 6개 대회에서 두 번의 우승과 두 번의 준우승, 한 번의 3위를 기록하며 랭킹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고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르는 겹경사를 누리게 됐다.

ANA인스퍼레이션 대회 특유의 우승 세리머니인 '포피스 폰드(Poppie's Pond)라 불리는 연못에 뛰어든 고진영은 트로피를 들어올린 후 "앞으로 몇 년을 할지 모르지만 언니들은 10년이 넘은 경우도 많다. 따라가려면 많은 연습을 하고 보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니들이 발자취를 남겨주신 만큼, 조금이라도 따라갔으면 좋겠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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