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 구성 측면에서 올시즌의 토론토 랩터스는 제법 전과 달라졌다. 물론 전 시즌의 인원들 중 상당수가 올시즌에도 이어졌지만 지휘관도, 에이스도 바뀌면서 그 인상이 크게 달라졌다.

2018년 여름 동안 토론토는 7시즌 동안 부임했고 2017~18시즌 올해의 감독에 선정되기도 했던 드웨인 케이시 감독을 해임한 후 어시스턴트 코치였던 닉 널스를 감독으로 올렸다.

그리고 또한 9시즌 동안 줄곧 토론토에서 뛰며 5시즌 동안 팀 내 득점 선두로서 활약했던 더마 드로잔을 트레이드로 보내면서 받은 카와이 레너드(28)를 새 에이스로 삼았다.

커리어 중 토론토에서 뛰는 유일한 시즌이 될지 모르는 레너드이기 때문에 토론토는 그에게서 최대한 많은 것을 뽑아낼 필요가 있다. ⓒAFPBBNews = News1
이런 변화에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게 4연패 스윕으로 패했던 수모가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59승23패(승률 72.0%)를 통해 동부 컨퍼런스 1위로서 마감했음에도 4번 시드 팀에게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었다.

그 한 시즌 전인 2016~17시즌 플레이오프에서도 그림은 비슷했다. 당시엔 똑같이 51승으로 시즌을 마감한 팀끼리 붙었음에도 2라운드에서 토론토는 클리블랜드에게 4연패 스윕으로 물러났다.

이렇게 시즌 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줬어도 플레이오프에서 고전을 치르는 경향이 토론토에게는 꽤 나타났다. 컨퍼런스 4위로 마감했던 2014~15시즌에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홈코트 우위를 가졌음에도 5번 시드 워싱턴 위저즈에게 4연패 스윕을 당했던 일도 이런 씁쓸한 역사의 한 장을 차지했다.

그렇다면 58승24패(승률 70.7%)를 통해 리그 2위이자 컨퍼런스 2위로 마감한 올시즌은 어떨까. 새 감독과 새 에이스, 그리고 그 외의 새 인물들이 앞선 시즌들에 있던 경향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을까. 동부 컨퍼런스의 패권과 함께 NBA 파이널 우승에도 진지하게 도전할 수 있을까.

오는 14일(이하 한국시각) 2018~19시즌 플레이오프 개막일부터 경기를 치르는 토론토에 대해 선수 구성 및 올시즌 성과 등을 놓고 분석해보고자 한다.

▶아껴왔던 에이스

많은 팬들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9시즌 프랜차이즈 플레이어 드로잔을 샌안토니오 스퍼스로 보내면서 레너드를 들인 데에는 드로잔의 실망스런 플레이오프 성과가 한몫했을 것이다. 매번 시즌 성과에 비해 제법 차이나도록 플레이오프 성과가 떨어졌다.

그리고 토론토 선수로서 마지막으로 치른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의 3차전에서 야투율 25.0%의 8득점에 그치며 4쿼터에 아예 뛰어보지도 못했던 일은 드로잔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을 완전히 굳히는 계기가 됐다.

이에 비해 레너드는 플레이오프에서 자신의 기량을 누구 못지않게 입증한 바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샌안토니오의 2013~14시즌 우승 당시 3년차로서 생후 22년351일 만에 파이널 MVP에 선정됐던 일이다. 이는 역대 4번째로 젊은 시점의 파이널 MVP 트로피 수상이다.

그리고 이전 마지막 플레이오프 참여였던 2016~17시즌 당시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치명적인 발목 부상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12경기 동안 야투율 52.5%로 평균 27.7득점을 올리는 양과 효율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대단한 활약을 보여줬던 바 있다.

이런 레너드를 두고 토론토는 건강관리에 큰 신경을 썼다. 대퇴사두근 부상 문제로 지난 시즌에 단 9경기만 출전했던 이력도 있고 결국 중요한 것은 시즌 성적보다 플레이오프 성과라는 것을 인지했는지 상당수의 경기들에서 휴식을 줬다.

올시즌 레너드의 60경기 출전은 커리어 중 3번째로 적다. 가장 적었던 적이 물론 2017~18시즌이고 그 다음이 또 대퇴사두근 쪽 부상으로 18경기 연속 결장하는 등 58경기에만 출전했던 2012~13시즌이다. 반면 올시즌에는 별다른 부상들이 없었지만 휴식 사유의 불참이 많았다.

정규 시즌 성과 측면에서 올시즌 레너드는 샌안토니오 시절 못지않은, 또는 더 좋은 기록을 보여줬다. 커리어 3번째로 좋은 49.6% 야투율을 통해 커리어 최고인 평균 26.6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종료 5분 안에 5점차 이내의 클러치 상황에서 레너드는 리그의 20경기 이상 클러치 상황 참여자들 중 평균 득점 순위에서 제임스 하든(4.9득점) 다음 2번째로 가장 높은 4.7득점을 48.1% 야투율로 올렸다.

이런 성과가 꺾이지 않고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진다면 토론토는 전보다 더 강력한 플레이오프 진군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이런 창과 함께 방패도 더 강해진 인상이다.

트레이드 데드라인 무렵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프랜차이즈 센터 마크 가솔을 트레이드로 들였던 일은 토론토의 우승 욕망이 정말 크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AFPBBNews = News1
▶상대 슈퍼스타에 대한 대비

이번 시즌이나 지난 시즌이나 리그 안에서 토론토의 수비 실적 순위는 동일하다. NBA닷컴에 따르면 올시즌 토론토의 100포제션 당 106.8실점은 리그 5위의 수비지표다. 그리고 전 시즌에도 리그 5위(105.1) 수비지표로 마감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토론토는 100포제션 당 116.1실점이나 내주며 참여했던 16팀들 중 최하위의 수비지표에 그쳤다. 1라운드에서도 100포제션 당 109.4실점으로 10위에 그쳤지만 2라운드 클리블랜드 상대로 126.7실점이나 내줬던 것이 컸다.

제임스가 마이애미 히트와 클리블랜드를 통해 8시즌 플레이오프 연속 동부 컨퍼런스를 제패했던 데에는 그의 개인 득점력과 파생 효과를 다른 팀들이 막지 못한 이유가 컸다. 여기에 토론토도 꽤나 고전을 치른 팀이었다.

올시즌 제임스는 컨퍼런스에 없지만 다른 팀들의 전력 강화와 성장세가 확실히 전과 다른 판도를 만들어냈다. 오히려 강력해진 팀들이 늘어나서 토론토 입장에서는 더 어려운 난이도의 포스트시즌이 될지도 모른다.

대신 상대의 에이스를 막기 위한 토론토의 수비 카드도 더 좋아졌다. 상대 에이스 가드나 윙 플레이어에 대해 레너드는 물론이고 대니 그린(32)도 꺼내들 수 있는 카드다. 그리고 조엘 엠비드라는 에이스 센터가 있는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를 상대하게 된다면 2012~13시즌 올해의 수비수 이력의 마크 가솔(34)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

▶명운이 크게 걸린 올시즌 플레이오프

이렇게 토론토는 전보다 좋은 포스트시즌 결과를 볼 수 있는 근거들을 갖고 있다. 때문에 올시즌의 토론토를 두고 마냥 회의적인 전망을 내릴 필요는 없다.

다만 만약 올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토론토의 진군이 결국 중도에 멈추게 된다면 추후 매우 혼돈스런 국면에 접어들 공산이 크다. 계약 마지막 년도에 있는 레너드의 행보를 낙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시즌 토론토는 레너드 및 그린의 합류 외에도 기존 인원이었던 서지 이바카(30)가 센터로 옮기면서 큰 효과를 봤다. 또한 3년차 포워드 파스칼 시아캄(27)의 큰 성장을 보기도 했다. 드로잔과 쌍두마차 구도를 만들어 왔던 가드 카일 라우리(33)가 나이 들어가는 시점에서 다행힌 부분이다.

이바카와 시아캄의 빅맨 조합은 공수 양 진영에서 큰 영향력을 보여줬다. ⓒAFPBBNews = News1
하지만 레너드라는 스타가 떠난다면, 그리고 다른 스타를 채우지 못한다면 다른 선수들의 발전이 있더라도 계속해서 높은 무대에 오르기 어려울 수 있다.

즉 올시즌 포함 6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뤄온 토론토 입장에서 궁극의 목표 우승을 달성해야 하는 이유가 너무나 크다. 이런 토론토에게 앞으로 어떤 길이 펼쳐질까.

우선 1라운드 상대 7번 시드 올랜도 매직은 7시즌만의 첫 플레이오프 진출을 맞이해 큰 위협을 주지는 못할 수 있다. 시즌 상대 전적은 2승2패지만 토론토 입장에서 레너드가 참여할 때 2승, 레너드가 빠졌을 때 2패의 결과다.

그리고 2라운드에 올라가게 되면 시즌 동안 각각 동일한 상대전적 3승1패로 마감한 3번 시드 필라델피아 또는 6번 시드 브루클린 넷츠를 만나게 된다.

세 번째 라운드인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올라가게 된다면 꽤 큰 고비가 기다린다. 여기에 올라올 수 있는 4팀 중 토론토가 상대전적 우위를 가진 팀은 5번 시드 인디애나뿐이다. 1번 시드 밀워키 벅스에 1승3패, 4번 시드 보스턴 셀틱스에 2승2패, 8번 시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에게 0승3패다.

올시즌 케이시 감독의 팀 디트로이트와 붙을 때마다 접전을 이뤘고 매번 막판에 아깝게 지는 국면이 나왔는데 차라리 1위가 아닌 2위로 마감한 현재가 나은 것일까. 그래도 어쨌든 밀워키 등 동부 컨퍼런스 제패를 향한 길이 시원하게 뚫린 편은 아니다.

1995~96시즌이 창단 첫 해로 늦게 시작한 구단인 동시에 미국 소재가 아닌 유일한 도시를 연고로 둔 팀으로서 토론토는 다소 불리한 기반을 갖고 있다. 어쩌면 현재가 다시 붙잡기 힘든 정점의 상태일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거리 응원까지 동원하는 토론토 팬들의 응원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토론토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이런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확인해 보는 것이 올시즌 플레이오프의 한 가지 큰 스토리라인으로 보인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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