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팀의 준 고참이 된 장준호(29·OK저축은행)가 비시즌을 통해 더욱더 단단해질 자신을 예고했다.

ⓒOK저축은행 배구단
장준호는 설악중 육상선수 출신이다. 또래보다 큰 키에 다부진 체격을 자랑했던 그는 당시 체육 선생님의 추천으로 배구공을 처음 접했다. '볼'과 '단체 스포츠'에 매력을 느낀 장준호는 이후 속초고로 진학, 본격적으로 배구를 시작했다. 또래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1년 동안 유급하기도 했다.

그는 "고등학교 진학 전엔 188cm 정도 됐었는데, 이후에 196cm까지 자랐다. 키가 커서 센터로 시작했다"며 "라이트도 같이한 적이 있었지만, 나에겐 센터가 더 적합했다"고 자신의 포지션이 정해진 배경을 소개했다.

이후 성균관대로 진학한 장준호는 2013-2014 신인드래프트에서 당시 러시앤캐시(현 OK저축은행) 창단 멤버로 프로에 발을 들였다.

그는 대학과 프로 입단에 대해 "운이 좋았다. 대학에 진학할 때는 키가 큰 선수들이 많이 없었다"고 말하며, "대학에서 좋은 동료들과 같이 운동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났다. 덕분에 프로팀 창단 멤버라는 값진 결과도 얻었다"고 대학 동료들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2라운드 2순위로 프로에 입단한 장준호. 초창기의 그는 프로와 대학 간의 어떤 차이를 느꼈을까. 장준호는 "프로는 대학과는 다르게 웨이트량도 많고, 체계적인 운동을 했다. 특히 체력훈련이 상당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베테랑이 많은 다른 팀에 비해 우리 팀엔 어린 선수들이 많았다. 나이 많은 선수가 서른 살이 채 되지 않았고, 대부분이 20대 젊은 선수들이었다"며 "1년 차에는 체력과 기본기, 웨이트 등을 보강하면서 손발을 맞춰나갔다. 대학보다 수준 높은 배구를 해야 했기에 볼 운동도 많이했다"고 돌아봤다.

ⓒOK저축은행 배구단
장준호는 프로 첫 해에 35세트(20경기) 30득점을 기록했다. 이후 두 시즌 동안 주로 교체로 투입되며 출전세트 수가 점차 줄었다. 2015-2016시즌 종료 후에는 군 복무를 위해 상무신협 배구단에 합류했다.

프로선수로서 상무에서 군 생활을 하는 좋은 기회를 얻었지만, 줄어드는 팀내 입지에 대해 마음고생도 했을 터.

그는 "상무 가기 전엔 경기에 나설 때마다 잘해야겠다는 부담이 있었다"며 "프로의 높은 벽도 실감했다. '내가 이렇게 안되는게 많았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상무에서 실업리그 경기를 통해 경기감각을 끌어올리고,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회상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2018-2019시즌에 대해서는 "군대 가기 전엔 주로 비시즌 훈련 때 기회를 많이 받은 편이었다"고 운을 떼며, "돌아와서 시즌 초중반에 기회를 많이 받았다. 경기가 잘 풀리는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었다. 교체도 많이 됐지만, 군대 가기 전보다 기회가 많이 생겨서 경기를 많이 뛰었다"고 답했다.

실제로 그는 이번 시즌 프로 입단 후 자신의 최다 출전세트(47세트/20경기)를 기록했다. 기록도 입대 전보다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는 출전세트수 대비 주요 기록이 모두 향상되며,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냈다.

장준호 기록
장준호는 "먼저 상무에 다녀온 (한)상길이 형이 '가면 개인 정비 시간이 많으니 부족한 부분을 연습하라'고 조언해줬다"며 "지금 내 포지션에서는 공격보다 블로킹을 많이 하기 때문에 블로킹 스피드나 반응속도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고 한층 성장한 자신의 비결을 밝혔다.

또한 "작년 비시즌에 일본인 트레이너 선생님이 새로 오셨다. 그분이 좋지 않은 동작을 분석해 주셔서 더 빠르게 고치고 있다"면서 "근력이 약한 부분은 보강해야 한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스피드와 사다리 스텝 등의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 체중도 좀 더 감량해 순발력과 블로킹 스텝을 보완할 것이다"라는 진단과 처방을 내렸다.

사진=김아람 객원기자
발전을 위해 연구를 거듭하는 장준호에게 자신의 장단점 소개를 부탁했다. 그는 먼저 장점으로 '선수들과의 융화'와 '점프', '체공력'을 꼽았다.

장준호는 "개인 성적도 중요하지만, 배구는 단체 스포츠이기 때문에 선수들과의 호흡도 중요하다"며 "반복되는 훈련 속에 선수들은 지칠 수밖에 없다. 난 성격이 활발해서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잘한다. 그래서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려고 하고,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잊게 해주려는 편이다. 또, 흐름 운동이다 보니 다운된 기분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팀의 활력소 역할을 한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코트 내에서는 "일단 플레이 된 볼은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며 "이단 블로킹으로 뒤에서 동료가 수비를 할 수 있게 하는 바운드 플레이를 장점으로 꼽고 싶다"고 덧붙였다.

단점은 "프로 센터 치고 키가 작은 편이고, 키에 비해 팔 길이도 조금 짧다"고 말하며, "센터는 순간적으로 올라가는 점프와 블로킹을 주로 하는데, 내 스텝을 확실히 밟지 않는 이상 완벽한 높이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스텝을 좀 더 힘차게 밟으려고 하고, 점프와 체공력으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OK저축은행은 지난달 도드람 2018~2019 V-리그 정규리그를 5위로 마감하며 시즌을 마쳤다.

비시즌에 돌입한 장준호는 "입단한 지 5년차가 넘어가고 있지만 베스트로 뛰어본 적이 거의 없다"며 "팀이 안 풀릴 때 교체로 출전해 풀어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주전 욕심도 난다. 비시즌에 단점을 보강할 것이다. 시즌이 다시 시작되면 항상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한 경기라도 더 뛰기 위해 집중할 것이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부모님께서도 내가 배구하는 것을 좋아하시고, 나도 코트에 오래 남고 싶다. 배구를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까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장준호. 배구선수로서 성장을 멈추지 않을 그를 기대해 본다. 김아람 객원기자 ahram19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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