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9 메이저리그가 지난달 29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개막했다.

야구팬들에게 겨울은 항상 춥지만 이번 겨울 스토브리그는 어느때보다 유독 더 추웠다. FA시장은 꽁꽁 얼어붙었고 갈수록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는 구단과 선수들이 많아졌음이 절감됐다.

하지만 그런 혹독한 겨울 속에서도 드닷없이 터지는 말 한마디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추운 겨울을 녹이는 핫팩이 됐다. 스토브리그에 있었던 인상적이었던 말들을 모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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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어리석어 보이는 지출을 하겠다” - 필라델피아 구단주

2018 월드시리즈가 끝나자마자 메이저리그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존 미들턴 구단주의 한마디에 열광한다. 미들턴 구단주는 “올해는 돈을 쓸 예정”이라며 “약간은 어리석어보일 지출을 하겠다”고 말한 것.

다른 누구도 아닌 ‘돈줄’인 구단주가, 그것도 빅마켓팀의 구단주가 대놓고 ‘돈을 쓰겠다’고 말한 것에 단숨에 스토브리그는 뜨거워졌다.

유망주들이 급격히 성장해 꼴찌로 예상됐던 2018시즌을 5할 승률에 1승만 모자라며 ‘이제 돈을 쓸 때’라는 여론이 모아진 상황과 매니 마차도, 브라이스 하퍼, 댈러스 카이클, 패트릭 코빈 등 대형 선수들이 FA시장에 쏟아져 나온 상황이 겹치며 기대를 모은 것.

실제 필라델피아는 FA 최대어인 하퍼를 13년 3억 3000만달러(약 3740억원)에 계약하며 역대 FA 최고액으로 잡았다. 일각에서는 ‘하퍼는 고평가받은 거품 선수’라며 비난하지만 “어리석어 보이는 지출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필라델피아 구단주에 팬들은 ‘모든 스포츠 통틀어 24시간내 유니폼 판매 1위’로 하퍼 영입에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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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블게주는 메이저리그감이 아니다” - 토론토 단장

2018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괴물’ 블라디미르 게레로의 아들인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이하 블게주)는 2019시즌을 앞두고 베이스볼아메리카, MLB닷컴 등 메이저리그 전문 매체 모두에게 유망주 랭킹 전체 1위를 받았다.

2018년 마이너리그 루키부터 싱글A, 더블A, 트리플A 모든 단계를 완전히 정복했고(총 95경기 타율 0.381 출루율 0.437 장타율 0.636) 아버지를 꼭 닮은 힘과 엄청난 정확성 등은 블게주를 보는 순간 ‘유망주 1위’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블게주를 메이저리그에서 하루 빨리 보길 원했지만 소속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로스 앳킨스는 “나는 블게주가 아직 메이저리그감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해 팬들을 분노케했다.

앳킨스가 구단주가 이렇게 팬들을 기만하는 말을 한 것은 결국 ‘FA연한’ 때문.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팀내 최고 유망주들의 등록 일수를 공공연히 조작해 왔다.

메이저리그 등록 일수는 1년 172일로 풀타임으로 6년을 채워야 FA 자격을 얻는데, 구단들은 1년 차 신인들을 4월 중순에 올리면 FA 취득 기간을 1년을 늦출 수 있다.

FA 연한을 늦추기 위해 강제로 유망주를 늦게 승격시키면서 ‘아직 메이저리그감이 아니다’라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은 팬들에 대한 기만이기에 토론토 단장의 말은 큰 비난을 받으며 겨우내 욕받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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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말보다는 사진? 화이트삭스 설레게한 마차도

하퍼에 이어 FA 최대어 2순위로 여겨진 매니 마차도는 말없이 SNS로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심하게 농락했다. 마차도는 아직 팀을 고르지 못하고 협상을 이어가던 중 자신의 SNS에 유아용 신발을 올렸는데 이 신발은 시카고 화이트삭스 로고가 있고, 신발 바닥에는 마차도의 등번호 7번이 새겨져있었다.

5분만에 지워졌지만 이 게시물은 캡처돼 크게 화제가 됐고 모두들 마차도가 화이트삭스행을 굳힌 것으로 받아들였다. 가뜩이나 화이트삭스가 ‘굳이’ 마차도의 손위 처남인 욘더 알론소를 영입하고 친구인 존 제이까지 데려와 ‘누가봐도 마차도를 영입하기 위한 인맥 영입’이라는 시선이 강했던 때였기 때문.

게다가 한 팬은 마차도가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중인 사진을 찍었는데 그때 마차도가 화이트삭스 모자를 쓴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화이트삭스 팬들은 모든 정황이 자신들을 향한다는 것에 환호했지만 정작 마차도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10년 3억 달러에 계약했다. SNS 글은 그저 실수 혹은 언론플레이용이었고 화이트삭스 팬들은 허망할 수밖에 없었다.

마차도 SNS
4,인생에서 변함없는 것? 야구를 사랑한 것 - 이치로 스즈키

올해 메이저리그는 3월 21,22일 일본 도쿄 개막전에서 시작했다. 이 경기는 사실상 한 사람을 위해 열린 경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일본과 아시아, 메이저리그의 전설인 이치로 스즈키 때문이다.

이치로는 21일 경기에서 1타수 무안타 1볼넷, 22일 경기에서는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고 그날로 은퇴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3089안타, 타율 3할1푼1리.

고국에서 은퇴한 이치로는 22일 경기 후 은퇴 기자회견이 오전 2시가 다됐음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성실히 질문에 답변했다. “오늘도 경기장에 나가고, 감동스러운 순간을 볼 수 있었기에 후회가 남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 이치로는 자신 인생에서 변함없이 유지해 온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야구를 사랑했던 것이다. 이것은 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45세의 나이까지 현역생활을 이어가면서도 야구를 사랑했던 마음만큼은 변함이 없었다는 이치로의 말은 팬들에게 큰 울림을 주기 충분했다.

2019 메이저리그는 다시 시작했지만 이치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그렇게 야구는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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