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권아솔입니다. 감량에 대해서 얘기했던 지난 칼럼에 이어 이번에는 격투기 선수들만의 특이한 직업병 혹은 격투기 선수들이 가지는 고통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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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선수들의 ‘귀’ 많은 훈련의 산물

많은 분들이 격투기 선수를 직접 보시면 놀라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귀’입니다. 저희들의 귀는 많이 변형돼있고 일그러져있습니다.

훈련 혹은 경기를 하다보면 직접적으로 귀에 타격이 가해지거나 혹은 태클을 들어가거나 클린치를 할 때 귀가 강하게 상대의 몸에 부딪치는 일이 적잖게 발생합니다. 유도 선수들의 경우 도복을 잡으려다 상대의 손이 귀를 때리거나 혹은 도복에 쓸려서 귀가 충격을 받습니다.

귀도 다른 피부와 마찬가지로 충격을 받으면 멍이 들고 고름이 생기고 딱지가 앉습니다. 이때 잘 관리해서 피와 고름을 빼주면 좋죠. 일반인들은 귀를 다쳤을 경우 붕대를 하거나 귀를 조심하면서 관리하면 며칠이면 나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직업의 경우 매일 같이 훈련을 해야하기에 귀가 아프다고 해서 훈련을 멈출 수 없습니다.

물론 귀 보호대가 있어 끼고 훈련을 하는 선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해봤지만 보호대를 하니 땀을 많이 흘리는 스포츠라 귀에 땀이 차게 되고, 물이 들어가면 답답해서 쉽게 적응되지 않더군요.

결국 치료를 받고 관리하더라도 귀가 불었다가 쪼그라들기에 모양에 변형이 올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물론 요즘에는 미용에 관심이 많은 선수의 경우 불편함을 감수하고 보호대를 하거나 관리를 잘해 귀 모양이 일반적인 선수도 있습니다.

어떤 분은 ‘귀 모양의 변형이 없으면 격투기 선수로 인정하지 않나’라고 묻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귀 관리 잘했네’ 하는 수준이랄까요. 귀 모양으로 ‘부심’을 부리지는 않습니다. 예전에는 귀만 봐도 선수인지 아닌지 알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주짓수를 하는 일반인분들도 그런 경우가 왕왕 있더군요.

귀 모양에 변형이 와서 불편함이 없는지 묻기도 합니다. 소리는 잘 들리고 크게 불편한건 없습니다. 다만 땀이 차서 잘 관리하지 않으면 냄새가 날수도 있어 자주 씻어주는 편입니다.

어린 시절 귀 관리를 할 줄 몰라 제 귀는 다른 선수들보다도 변형이 심한데 그때를 떠올려보면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귀가 부어있을 때는 정말 스치기만 해도 고통이 심하고 어떤 선수들은 귀에 어떤 것이든 닿으면 나뒹굴정도로 아파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런 과정을 거쳐 자리 잡은 귀이기에 한편으로는 훈장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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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선수들의 머리와 외향적 특징

저희 직업군은 아무래도 긴머리는 상대에게 잡히거나 시야를 가릴 수도 있기에 짧은 머리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소위 ‘스포츠 머리’로 일관됐지만 요즘에는 머리 스타일도 다양합니다.

투블럭, 모히칸, 염색 등 가지각색인데 아무래도 저희 직업군에서 할 수 있는 머리가 짧은 것뿐이다보니 그 안에서 개성을 찾으면 할 수 있는게 그정도 뿐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많은 격투기 선수들의 턱은 사각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짧은 머리에 사각턱, 그리고 변형된 귀만 보면 무조건 격투기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하. 물론 체격이나 풍기는 느낌이 격투기 선수인 경우도 많죠. 요즘엔 체격 좋은 일반인 분들도 많기에 구분이 쉽지 않지만 분명 격투기 선수들만의 외향적 특징은 있는 듯 합니다.

▶케이지 위에서 얼마나 아플까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건 케이지 위에서 싸우는데 ‘아프지 않을까’입니다. 물론 아픕니다. 그것도 굉장히요. 가끔은 차라리 한방 제대로 맞아 기절하는게 깔끔하다 싶을 정도입니다.

경기 중에 뼈가 부러지거나 혹은 눈이 주저앉는 안와골절 등이 오면 정말 고통스러우면서도 신경 쓰이기도 하죠. 안와골절이 오면 물체가 2~3개로 보인다고 하는데 그러면 상대를 타격하는데 힘들기 때문에 굉장히 승부가 어렵습니다. 저는 경기 중 엄지 골절이 온 적이 있는데 그럴 때는 아예 주먹 자체를 뻗을 수 없어서 한쪽 팔을 쓰지 못한채 경기할 수밖에 없었기도 했습니다.

하도 로우킥을 많이 맞아서 허벅지가 파랗게 변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건 차라리 참을만한 고통이기에 버티면 됩니다. 하지만 코뼈가 부러지거나 골절이 심하면 경기를 할 수 없으니 그게 아쉬울 뿐입니다.

아주 예전에 K-1 대회에 나가 일본의 나카무라 다이스케 선수와 경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정말 많은 타격을 주고받아서 경기 후 제 얼굴이 문자 그대로 ‘두배’가 된 적이 있습니다. 아예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부은 얼굴이었지만 어차피 격투기를 하는데 안 맞고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감내해야하는 부분이죠.

기술이 들어가는건 다른 고통의 문제입니다. 암바를 걸어서 풀지 못하는데 무리하게 정신력으로 버티면 결국 선수 생명만 갉아먹습니다. 어차피 그 암바를 이겨내서 경기를 하더라도 한쪽 팔은 쓰지 못하는데 그럴 경우 이기는건 불가능합니다. 뛰어난 정신력도 좋지만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탭을 치며 항복하는 것도 선수 생명을 위해서 중요합니다. 의욕도 좋지만 잘 포기할 줄 아는 것도 격투기 선수의 덕목이죠.

모든 선수들이 그렇지만 100번 맞아도 되고, 1000번 맞아도 되니 그냥 이길 수 있다면 그정도 고통은 참아낼 수 있다는 마음일겁니다. 결국 케이지 위에서 일대일 승부를 이기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 선수로 활약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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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아솔 칼럼 : 스포츠한국은 3월부터 격투기 단체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이자 국내 최고의 파이터 중 한명인 권아솔과 함께 칼럼을 진행합니다. 권아솔 칼럼니스트를 통해 알고 싶은 격투기 주제에 대해 스포츠한국 SNS를 통해 제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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