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지만 상복은 없었다. 빈손으로 시상식장을 떠나야 했던 선수들이 플레이오프에서는 이같은 아쉬움을 씻어낼 수 있을까.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KBL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MVP의 영광은 KCC 이정현에게 돌아갔다.

또한 라건아가 외국인 선수 MVP를 수상한 가운데 신인선수상, 식스맨상, 베스트5, 최우수 수비상, 수비5걸, 이성구 페어플레이상, 게토레이 인기상, 게토레이 베스트 치어리더팀상의 주인공이 모두 가려졌다.

뛰어난 활약을 인정받아 시상식 무대에 선 선수들도 있었지만 그저 동료들을 축하만 한 채 시상식장을 떠나야 했던 선수들도 있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상에 큰 욕심이 없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밝혔지만 이정현이 2년 전 MVP를 놓쳤던 서운함을 뒤늦게나마 솔직하게 고백했듯 마음 한 구석에 아쉬운 감정이 전혀 없을 순 없다. 선수가 무덤덤하다고 해도 팬들의 마음은 속상할 뿐이다.

KBL 제공
현대모비스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이대성도 20일 시상식에서 상을 전혀 받지 못한 선수다.

이대성은 올시즌 평균 14.1점(국내 3위) 3.6어시스트(국내 8위) 2.8리바운드 1.5스틸(국내 2위) 3점슛 2.1개(국내 1위)를 기록하는 등 놀라운 성장세를 나타냈다. 기록적인 측면에서도 뛰어났지만 국내 선수들에게서 보기 힘든 화려한 플레이로 농구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당초 이정현과 함께 MVP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으나 MVP 투표에서 12표를 받아 함지훈과 함께 공동 2위에 오른 것에 만족해야 했다.

더욱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은 MVP 투표 공동 2위를 차지하고도 베스트5마저 놓쳤다는 점이다. 베스트5 가드 부문에서 MVP 이정현이 96표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가운데 박찬희가 56표로 그 뒤를 이었으며 이대성은 29표로 3위에 그쳤다. 반면 MVP 투표 공동 2위인 함지훈의 경우 포워드 부문 베스트5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우수한 신체조건 및 운동 신경을 통해 외국인 가드를 압박하는 수비 능력을 뽐내기도 했지만 이대성 스스로 가장 욕심을 냈던 수비5걸도 끝내 놓쳤다. 최우수수비상을 받은 박찬희 뿐 아니라 최원혁에게도 밀리면서 2년 연속 수상이 불발됐다. 최원혁 역시 수비 능력이 뛰어난 선수임에 틀림없지만 올시즌 출전시간이 12분8초에 그쳤음을 감안한다면 이대성으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결과다.

결과적으로 이대성이 부상을 당하면서 올시즌 34경기 출전에 그친 것이 수상에 걸림돌이 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코트를 누빈 순간만큼은 MVP가 부럽지 않을 활약을 펼쳤고, 지독한 노력을 통해 기량을 성장시켜온 만큼 이대성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KBL 제공
KCC 송교창 역시 팀의 기둥 이정현 때문에 애초부터 MVP 수상 욕심은 전혀 없었지만 베스트5, 수비5걸 등을 모두 놓쳐 아쉬움 속에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올시즌 송교창은 42경기에서 평균 14.1점(국내 2위) 5.0리바운드(국내 8위) 1.0어시스트 0.9스틸 0.5블록을 기록하는 등 이제는 유망주 단계를 넘어 팀의 확실한 3옵션으로 우뚝 섰다.

특히 이대성과 마찬가지로 송교창 역시 외국인 선수들과 자주 매치업을 펼치는 등 기록에서 드러나지 않는 공헌도가 컸다. 또한 브라운과 이정현에게 공격 옵션이 집중된 상황에서도 속공과 돌파 등 본인의 특기를 살리거나 3점슛 능력의 성장을 통해 남다른 득점 능력을 뽐내기도 했다.

그러나 송교창은 베스트5 투표에서 23표를 획득, 양홍석(68표), 함지훈(45표)에게 밀려 3위에 만족해야 했다.

KBL 제공
LG를 3위로 이끈 제임스 메이스도 외국인 선수 MVP 부문에서 라건아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평균 26.8점 14.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2008~09시즌 테렌스 레더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득점-리바운드 2관왕에 오르고도 외국인 MVP는 물론 베스트5에도 들지 못했다.

물론 시즌 중반까지는 팀원 전체를 살리기보다 개인 기록에만 치중하는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에 투표인단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면이 있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분명 팀을 위하는 모습이 있었고, 실제 LG의 막판 상승세를 이끄는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외국인 MVP 결과를 떠나 단 9표(라건아 92표) 밖에 획득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

이 밖에 김종규 역시 게토레이 인기상을 수상하긴 했지만 베스트5 센터 부문에서 라건아에 밀렸고, 수비5걸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위 전자랜드에서는 박찬희가 베스트5, 최우수수비상, 수비5걸을 쓸어 담은 가운데 김낙현 역시 식스맨상을 수상했지만 정효근이 기량발전상 2위에 만족해야 했고, 강상재 역시 신인왕에 등극한 이후에는 2년 연속 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제 정규리그 시상식장에서의 아쉬움을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우승 반지 및 챔피언결정전 MVP 등으로 씻어내는 것이 그들이 품고 있는 목표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