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강남=박대웅 기자] “솔직히 서운했던 부분이 있었어요.”

KCC 이정현이 데뷔 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MVP에 등극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정현은 2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KBL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총 투표수 109표 가운데 76표를 획득해 이대성과 함지훈(이상 12표)을 제치고 국내선수 MVP의 영광을 안았다.

KBL 제공
이정현은 올시즌 대표팀 차출로 단 3경기에 결장했을 뿐 평균 17.2점 4.4어시스트 3.1리바운드 1.3스틸을 기록했다.

국내선수 중에서는 압도적인 평균 득점 1위(2위 송교창 14.1점)에 올랐고, 어시스트 2위, 3점슛 2위 등 KCC 공격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물론 역대 정규리그 1, 2위 이내에 들지 못한 팀 가운데 MVP를 수상했던 사례가 주희정(2008~09시즌 KT&G 7위)이 유일했기 때문에 KCC가 4위에 머문 것이 걸림돌이 될 순 있었다. 그러나 1, 2위에 오른 현대모비스, 전자랜드의 또 다른 MVP 후보들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개인 퍼포먼스를 발휘하면서 결국 맹활약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사실 이정현에게는 MVP를 수상할 절호의 기회가 이전에도 한 차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KGC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었던 2016~17시즌 54경기 평균 15.3점 5.0어시스트 3.0리바운드 1.8스틸을 기록하면서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것.

그러나 당시 내부 경쟁에서 밀려 고배를 마셨다. 오세근이 54경기 평균 14.0점 8.4리바운드 3.4어시스트 1.4스틸 1.0블록을 기록하면서 결국 MVP 수상자로 선정됐다. 두 선수 모두 MVP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지만 투표수에서는 오세근이 65표, 이정현이 35표로 제법 격차가 컸다.

이후 오세근이 챔피언결정전 MVP마저 싹쓸이 하면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반면 이정현은 팀이 통합 우승을 차지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듬해 역대 최고 FA 보수(9억2000만원)를 받고 KCC로 이적했지만 선수로서 최고의 명예라고 할 수 있는 MVP를 아쉽게 놓친 것은 이정현에게도 내심 아쉬웠던 일로 기억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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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정현은 생애 첫 MVP에 등극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2년 전의 상황을 떠올리며 당시 MVP를 수상하지 못한 서운함이 있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이정현은 “2년 전에 MVP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MVP라는 상을 그 이후부터 머리에서 지웠던 것 같다”며 “MVP보다는 조금 더 좋은 선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상을 받게 돼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많이 서운했었느냐는 취재진의 언급에 “많이 서운했다”고 밝혀 웃음을 안긴 뒤 “이런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해본 적이 없는데 KGC인삼공사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했을 때 내가 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착각이었고 오산이었던 것 같다. 그 때 이후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고 재차 언급했다.

이정현은 MVP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 혼자만의 힘이 아닌 동료와 코칭스태프 모두의 노력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변 동료들이 희생해주면서 (내가) 빛날 수 있도록 도와줬고, 전술 역시 내 위주로 짜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동료 및 코칭스태프의 공이 컸다고 생각한다”며 “브라운이 1대1에 강점은 있지만 초반에 삐걱대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대화를 통해 맞춰가면서 선수로서 성숙해질 수 있었다. 또한 투맨 게임 외에도 (송)교창이가 공격적으로 잘 해주면서 수비가 분산됐기 때문에 더 좋은 모습이 나올 수 있었다”는 말로 재차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정현은 국내 선수로서 공격 1옵션 역할을 맡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항상 스스로를 자책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팀이 패할 경우 ‘내 탓’이라는 생각에 스트레스도 있었다는 게 그의 이어진 언급.

그러나 이정현은 “주변에서 편하게 농구를 하라고 조언해주셨기 때문에 부담감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며 “하지만 더욱 큰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한다는 생각도 가졌다. 앞으로도 경기마다 믿음이 가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올시즌 최고의 별로 우뚝 섰지만 이정현의 2018~19시즌은 아직 종료된 것이 아니다. 오는 23일부터 오리온과의 플레이오프 일정에 돌입하며 6강의 벽을 넘어설 경우 정규리그 최강팀인 현대모비스와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펼쳐야 한다.

첫 정규경기 MVP 기회를 잡지 못했던 2년 전 이정현은 챔피언결정전에서 평균 15.2점 3.7어시스트 3.3리바운드를 기록했으며 팀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확정짓는 위닝샷을 꽂아 넣는 강심장 면모를 발휘한 바 있다. 지난해 KCC에서도 SK에게 패해 4강에서 고배를 마셨으나 플레이오프 총 9경기에서 평균 18.6점 3.2어시스트 3.1리바운드로 강력한 공격력을 뽐낸 바 있다.

이처럼 큰 경기에 더욱 강했던 이정현이 플레이오프에서도 정규리그 MVP의 진가를 발휘하며 역대 8번째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 MVP에 등극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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