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이든 벤치든 상관없다. 나이도 상관없다. 스타로서 기량을 떨쳤던 노장 벤치 멤버들의 활약이 최근 마이애미 히트의 상승세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4연속 원정길에 오른 마이애미 히트는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각)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를 116-107로 꺾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보였다. 그리고 2연승 중이기도 한 마이애미는 19일 현재 34승36패(승률 48.6%)로 동부 컨퍼런스 8위를 계속 유지하게 됐다.

플레이오프 진출 문턱 안에 들어와 있지만 5할 승률에 못 미치는 마이애미의 성적은 아쉬운 것이 맞다. 특히 세 번의 3연패를 겪으며 3승9패로 마감했던 2월은 마이애미에게 올시즌 최악의 달이었다. 2월28일까지 27승34패(승률 44.3%)로 컨퍼런스 10위에 그쳐 있었다.

하지만 3월에 들어오며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2일부터 시작된 4연승 포함 7승2패다. 이들의 최근 10경기 전적 7승3패는 동부 컨퍼런스에서 3위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및 6위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 공동으로 가장 좋다.

사실 이들의 상승세가 시작된 시점은 정확히 2월27일부터라 볼 수 있다. 2월25일 피닉스 선즈에게 3점차로 지며 3연패에 빠졌던 이들은 바로 다음 2월27일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짜릿한 1점차 역전승을 따냈다. 서부 컨퍼런스 최하위에게 맞은 뺨을 1위에게 갚아준 셈이다

이런 상승세의 주역을 꼽아보자면 주전이 아닌 벤치 인원들이다. 고란 드라기치(33)와 드웨인 웨이드(37), 노장 가드 듀오다. 오랜 NBA 팬들에게는 현재 이들의 벤치 출전이 낯설 정도로 명성을 날린 스타들이었지만 현재는 일단 후배들이 뛰는 모습을 보다가 출전하고 있다.

마이애미 주요 출전 인원들 중 최고 연장자들인 웨이드와 드라기치가 최근 동생들의 뒤를 강력하게 밀어주고 있다. ⓒAFPBBNews = News1
10년차인 지난 시즌에 느지막이 커리어 첫 올스타에 선정됐던 드라기치, 그리고 올시즌의 특별한 성격이 있는 선정을 제외해도 12시즌 연속 올스타에 선정됐던 웨이드는 현재 역할과 나이를 뛰어넘는 활약으로 마이애미의 공격 진영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오랜 부상 공백 후 다시 힘을 보여주고 있는 드라기치

2016~17시즌 평균 20.3득점 5.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드라기치는 마이애미의 확실한 에이스로서 올라섰다. 그리고 올스타에 선정된 전 시즌에도 평균 17.3득점으로 최고 득점자로서 활약했다.

하지만 드라기치의 올시즌 출발은 불안한 신호를 보였다. 팀의 26경기 중 14경기에만 출전하며 야투율 41.0%로 15.3득점을 올린 드라기치는 좋은 활약을 보인 때도 있지만 크게 부진한 기복을 보였다.

그리고 결국 이런 잦은 결장과 기복이 무릎 문제로 밝혀지면서 12월10일 경기를 끝으로 드라기치는 관절경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2개월이 살짝 넘는 회복기간을 거친 후 2월23일부터 코트에 돌아왔다.

올시즌 다소 실망스러웠던 마이애미의 성적에는 드라기치의 시즌 초 부진과 긴 공백이 크게 작용했다. ⓒAFPBBNews = News1
수술 전까지 드라기치는 14경기 모두 주전으로서 뛰었다. 하지만 복귀 이후로는 시간 관리를 받으며 벤치에서 시작하고 있다. 때문에 복귀 후의 10경기에서 평균 21.5분을 기록하고 있지만 최소 15분39초에서 최다 29분20초에 이르는 등 불규칙한 시간을 받고 있다.

그래도 드라기치의 득점 위력은 꽤 살아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복귀 첫 경기에서 33.3% 야투율에 그쳤지만 그 뒤의 9경기에서 15일 밀워키 벅스전의 22.2% 야투율을 제외하면 모두 좋은 슈팅 정확도를 보여줬다.

이를 통해 복귀 후 드라기치의 기록은 48.1% 야투율을 통한 평균 14.3득점이다. 그리고 마이애미의 상승세가 시작된 2월27일 골든스테이트전부터 보자면 50.0% 야투율을 통한 평균 16.1득점이다. 이는 해당기간 마이애미 안에서 최고 득점의 숫자다. 벤치에서 출전하더라도 에이스는 에이스다.

▶은퇴 전 눈이 부시게 빛나는 웨이드

올시즌 마이애미의 경기 직후에는 16년차 웨이드가 상대 팀 베테랑과 유니폼을 교환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2018년 9월에 올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는 발표를 했던 웨이드는 그 준비를 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럼에도 올시즌 웨이드는 더 뛰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끔 만드는 활약을 이따금씩 보여주고 있다. 부진한 때들도 있지만 컨디션이 좋을 때는 뛰어난 득점 해결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성기 시절 폭발적인 움직임이 따라줬던 때의 웨이드는 폭발적인 컷인을 통해 하이라이트도 많이 만들어냈지만 현재에는 거의 본인의 볼 핸들링을 통해 득점 기회를 만들어낸다. 올시즌 그의 성공한 야투 중 어시스트 받은 비중 38.3%는 르브론 제임스와 호흡을 맞췄던 때보다도 낮다.

전 시즌 중간에 클리블랜드에서 다시 마이애미로 돌아온 이후 웨이드는 모든 경기를 벤치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조건 속에서 43.6% 야투율로 올리고 있는 평균 14.3득점은 30경기 이상 벤치에서 출전한 리그 선수들 중 10위의 숫자다.

벤치 멤버여도 마이애미에서 중요한 승부처 때 열쇠를 쥐는 선수는 웨이드다. 종료 5분 안에 5점차 이내로 접어든 클러치 상황에서 마이애미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야투 시도를 가진 선수가 웨이드(2.1회)다.

종료 1분 안에 3점차 이내의 상황에서라면 더욱 웨이드에게 기회가 집중된다. 이런 궁극의 클러치 상황에서 현재까지 웨이드는 총 26회 시도를 가졌고 7개(26.9%) 성공을 가졌다. 마이애미 인원 중 동일 조건에서 웨이드 다음이 9회 시도의 조쉬 리차드슨이니 웨이드에 대한 기대를 알 수 있다.

그 중 가장 큰 결실이 앞서 언급한 골든스테이트전의 1점차 역전을 끌어낸 3점슛 성공이었다. 2점차로 뒤진 종료 2초 전 첫 3점슛 시도는 블록당하며 실패했지만 곧바로 다시 잡아 던진 3점슛이 버저와 함께 들어갔다. 올시즌 웨이드의 경기 막판 클러치 3점슛 시도 11회 중 유일한 성공이 정말 극적인 때에 나왔다.

수비수를 앞에 놓고 득점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웨이드는 여전히 마이애미의 승부사로서 나서고 있다. ⓒAFPBBNews = News1
▶벤치 싸움에서 압도적이었던 오클라호마시티전

현재 3연패에 빠진 오클라호마시티는 18일 경기에서 정규 주전 가드 러셀 웨스트브룩이 시즌 테크니컬 파울 16회 누적으로 인해 한 경기 결장하는 불리함까지 겹쳤다. 하지만 구멍은 주전 라인업이 아닌 벤치에서 나왔다.

선발끼리의 득점 합산에서 마이애미는 49-97로 크게 밀렸다. 하지만 벤치에서는 67-10으로 완전하게 압도했다. 여기에서 드라기치가 팀 최고 26득점을, 웨이드가 25득점을 올리며 합산 51득점을 뽑아냈다.

게다가 드라기치는 올시즌 최다인 11어시스트도 기록했다. 2월 복귀 이후 종전 최다가 5어시스트였다가 18일 경기에서 폭발했다. 11어시스트 중 10어시스트가 동료의 레이업 또는 덩크로 이어진 패스들이다.

8승3패를 기록한 최근 11경기에서 마이애미 선수들의 평균 득점 순위에서 1위가 드라기치(16.1득점)이고 2위가 웨이드(15.2득점)다. 자연적으로 기량이 크게 꺾일 수도 있는 나이에다 큰 수술을 거쳤음에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드라기치와 무릎의 고통으로 인해 커리어를 마치려 하는 웨이드가 최근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놀랍다.

18일 현재 34승36패 마이애미는 컨퍼런스 9위 올랜도 매직과 1.5경기차다. 올랜도도 최근 2연승이라 안심할 수 없는 단계지만 1경기차로 앞서 있는 7위 브루클린 넷츠나 2경기차로 앞선 6위 디트로이트도 기회가 된다면 따라잡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4연속 원정길은 중요하다. 바로 다음 경기인 오는 20일의 상대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골든스테이트까지 꺾으며 최근 9연승으로 큰 기세를 올리고 있다. 그리고 그 다음이 또 컨퍼런스 1위 밀워키 벅스다.

이런 고비들이 있는 가운데 마이애미가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시키기 위해서는 드라기치와 웨이드의 활약이 계속해서 필요하다. 웨이드 역시 마지막이 될 시즌에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나머지 12경기 동안의 마이애미를 지켜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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